최은영, 『쇼코의 미소』
엄마와 할아버지는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엄마는 사진 속 엄마의 얼굴이 너무 경직되어 보인다고 했고, 할아버지는 늙은이 사진을 찍어서 뭐하냐고 말했다. 엄마는 웃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할아버지는 젊은 자기의 모습을 진짜 자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최은영, 『쇼코의 미소』, 문학동네(2016)
어느 순간부터 엄마가 본인 사진을 찍는 것을 피하기 시작했다.
주름이 너무 잘 보인다는 이유였다. 나는 늙어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엄마의 어떤 모습도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엄마는 예전만큼 자주 사진을 찍지는 않았다.
모두가 저마다 진짜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모습이 따로 있나보다. '진짜 자신'이 아닌 모습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그게 객관적인 사진의 형태라고 해도 말이다.
하지만 사실 사진은 내가 사랑하는 엄마의 모습을 다 담지 못한다.
나에게 엄마 주름이 몇개가 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엄마의 모습은 사진에 쉽게 담기지 않는다. 웃을 때 살짝 같이 찡그려지는 귀여운 콧잔등, 메추리알처럼 튀어나온 동그란 광대, 가끔 나오는 아이같은 목소리, 몰랑몰랑한 작은 코 끝, 무해하고 귀여운 혼잣말.
그리고 내가 정말 사랑하는 건 엄마와 함께 있을 때 내가 느끼는 감정들이기도 하다. 온전한 내 편이 존재한다는 안정감, 내 어떤 모습이라도 사랑해줄 것이라는 믿음에서 나오는 편안함, 모진 소리 못하고 혼자 상처받는 여린 모습에 괜히 쓰이는 마음.
나도 가끔 엄마에게 물어본다. 내 얼굴이 사진 속 모습만큼 통통하냐고. 엄마는 아니라고 말한다. 진실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엄마가 사랑하는 내 모습은 내 볼살이 얼마나 많은지와는 아무 관련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