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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현실, 그 선택의 기로에서

최은영, 『쇼코의 미소』

by 랭모닝
창작이 나에게 자유를 가져다줄 것이고, 나로부터 나를 해방시킬 것이고, 내가 머무는 세계의 한계를 부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늘 돈에 쫓겼고, 학원 일과 과외 자리를 잡기 위해서 애를 썼으며 돈 문제에 지나치게 예민해졌다.
최은영, 『쇼코의 미소』, 문학동네(2016)


젊었을 때 꿈을 좇으라고들 한다.

잃을 게 아직 많지 않을 때, 다시 시작할 시간이 남아있을 때,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을 찾아가라는 말일 것이다. 열정을 따라가라는 말은 분명 낭만적이다.


그 말을 따라 꿈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좆았던 이 단편의 주인공은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나를 자유롭게 할 것이라고 여겼던 꿈은 현실의 나를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무언가가 되었다.




나도 그러한 선택의 기로에 섰던 적이 있었고, 주인공과는 다른 선택을 하였다.

학부생 시절 해외 박사를 가서 학문의 길을 걸을까 고민했다. 우리 집은 가난하지는 않았으나, 그렇게 여유있는 집도 아니었다. 나는 경제학을 공부하는 것이 즐거웠으나, 학부 공부만으로는 학문을 업으로 삼고 살아가고 싶은가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았다. 만약 나에게 맞지 않는 길이라면 잃어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크게 느껴졌다. 나는 돈을 공부하기 보다는, 실제로 돈을 벌기를 택했다.


하지만 선택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돈을 벌기로 결심한 후에는 해외에서 일하는 게 꿈이었다. 당시 내가 다녔던 회사는 위계질서와 성차별이 만연했고, 해외에서의 직장생활이 나를 자유롭게 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막상 6년 가까이 혼자 싱가포르에서 살다보니 가족, 친구가 있는 익숙한 한국으로 돌아올지가 끊임없이 고민된다. 미국에서 일해보는 게 꿈이었지만 이제껏 열심히 쌓아온 통장잔고와 커리어를 포기하고 MBA나 석박사를 갈 용기도 쉽게 나지 않는다. '그 때 박사를 갔다면 나는 지금 더 행복했을까?', '미국에서 살아보고 싶은데, 경제학 박사를 지금이라도 가볼까?' 과거의 선택은 끝나지 않았고,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호기심과 후회는 문득 나를 찾아온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그 중에서도 꿈과 현실 사이의 선택은 쉽지않다. 이제껏 내 원칙은 리스크가 크지 않다면 꿈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리스크가 크지 않다'의 정의는 시간이 지날 수록 까다로워졌다. 내 몸값은 점점 무거워졌고, 그에 따른 기회비용도 커졌다. 내 몸은 점점 이곳저곳 아프기 시작했고, 일단 부딪혀보자는 열정은 조금씩 줄어들었다.




새로운 원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1년 후 죽는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에 기준을 맞춰볼까.' 하지만 이는 1년 후의 현실을 간과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선택이 이분법일 필요는 없다. 현실을 택하되 꿈을 취미로 할 수도 있고, 꿈을 택하되 기한을 정하여 현실로 돌아올 수도 있으며, 현실적인 요건이 갖추어질 때까지 꿈을 보류할 수도 있다.


사실 아직 잘 모르겠다. 여전히 고민 중이다. 경제학 석사는 일단 취미의 범주에 넣어놓았다. coursera에서 강의를 이것저것 들어보고 책도 조금 읽어보려한다. 미국에 가고싶다는 꿈은 아직 고민 중이다. 많은 책을 읽고 여러 사람을 만나보면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쉬워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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