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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 앞에는 뭐가 있는 건지

최은영, 『쇼코의 미소』

by 랭모닝
어릴 때부터 생각했어요. 왜 그 사람들은 죽고 나는 살았는지...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일들을 없었던 것처럼 쉽게 쉽게 묻어버리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건지. 그래서 그 앞에는 뭐가 있는 건지. 그 앞에 뭐가 있기에 사람이 사람에게 저지른 짓들을 없었던 일인 것처럼 잊은 채 살아가야 하는 건지.
최은영, 『쇼코의 미소』, 문학동네(2016)


그래서 그 앞에는 뭐가 있는 건지. 가끔 그 걸 잊고 사는 것 같다.

그래서 직장에서 경쟁자를 짓밟고 승진하면 그 앞에는 뭐가 있는 걸까. 그래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직장을 잡으면 그 앞에는 뭐가 있는 걸까. 그래서 이 사람이 가지고 싶어서 내 모든 것을 주고, 그래서 그 사람을 가지면, 그 앞에는 뭐가 있는 걸까.


사실 왜 그렇게 하는지, 그래서 뭘 얻고 싶은지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냥 내가 그렇게 하고 싶으니까 하고, 모두가 다 그걸 가지고 싶어 하니까 그걸 가지려고 싸우고.


그런데 가끔 멈춰서 물어볼 필요가 있다.

그 앞에는 뭐가 있기에 나는 그렇게 살아가는 걸까. 사실 그 앞에는 아무 것도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가끔 인생이 허무하고 텅빈 것 처럼 느껴지는 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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