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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나팍 Mar 12. 2023

아이를 천재로 만드는 아주 간단한 방법

마법 같은 단어


1시간 뒤에 영국 00 기관에서 답사 온다고 하니까 네가 소개 좀 해줘


출근을 하자마자 갑자스러운 지령이 떨어졌다. 영국 유명 뮤지엄 관계자가 주관 부서 인솔하에 답사를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우리 팀이 소관 하는 특정 장소는 우리가 안내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이다. 답사 당일 아침에.


긴급하게 영어가 가능한 현장 안내요원을 투입하고, 초반 전반적인 설명과 안내는 내가 맡기로 했다. 오랜만에 영어를 업무에 쓰려니 안절부절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먼 나라 영국에서 방문한 귀한 손님에게 어떻게 짧고 임팩트 있게 기관을 소개할 것인가. 시간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부랴부랴 짧은 스크립트를 준비했다.


로비에서 VIP를 기다리자 곧 관계자들, 영어해설사, 수행원 등 일행이 들어왔다. 인사를 나눈  자연스럽게 안내를 시작했다. 영국 기관에서 온 그녀는 170cm 정도 되어 보이는 큰 키에, 단정하고 깃이 살아있는 듯한 롱코트, 검은색 8부 정장바지를 입고 있었다. 여기 스카프와 와인색 부츠로 밋밋하지 않게 세련미를 더한 포인트를 주었다. 영국에서 온 시원시원한 숙녀 같았다.


기관의 설립 목적이나 특징들을 소개하는데 그녀는 연신 나와 눈을 맞춰주고, 지긋이 웃어주고, 고개를 끄덕이며 리액션을 해주었다. 그러자 내 긴장감도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그리고 내 얘기를 들으며 연신 이 단어를 내뱉었다.



Oh.. Brilliant!!



평소에 거의 접해본 적이 없는 단어였다. 우리는 감탄사를 내뱉어도 한국어로 얘기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내 말에 감탄을 하며, 훌륭하다고 얘기했다. 눈빛, 표정, 고개 등 온 신경을 사용해 멋지다고 얘기해 주었다. 물론 그 대상은 내가 훌륭하다는 게 아니고 내가 전해주는 내용, 즉 기관이 훌륭하다는 것인데 이 단어를 반복해서 듣자 내 기분이 묘하게 점점 좋아졌다.


그녀는 짧은 소개를 듣는 동안 'brilliant'로 화답을 반복했다. 그리고 도슨트가 주가 되어 리는 1시간 동안 함께 천천히 걸으며 답사를 했다. 도중 어떤 질문에 부연설명이나 답을 해주자 또 이렇게 말했다.


"That's brilliant!!"


그리고 본인의 기관이 구상하고 설립 중인 연관 아이디어를 신나게 얘기해 주었다.  입장에선 이게 'brilliant'까지 할 일인가? 싶었지만 그녀의 얘기를 듣고 보니 상대 입장에선 공감도 되고, 다른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할 것 같았다.


보통의 사람들은 '아~ 그렇군요!' 정도의 대답을 할 것 같은 순간에 그녀가 'Oh, brilliant'로 응답해 주니 나는 반복적으로 그 단어를 듣게 되었고, 안심하고 대화에 임할 수 있었. 그녀의 태도와 반응 덕분에 긴장으로 시작되었던 내 모습이 답사가 끝날 무 '훌륭한 천재' 되어 있었다.


마치 그녀의 'brilliant' 매직 주문에 빠져버린 듯했다. 말 한마디를 귀담아 들어주고, 온화한 미소를 보내주고, 집중해서 들어주고, 눈을 맞춰주고, 상대를 존중해 주고, 여유 있게 차분히 기다려주는 태도는 내가 지금까지 봐온 성공한 비즈니스맨(외국인)의 통점과 일치했다.


여기에 들어도 질리지 않고 기분이 좋아지는 단어로 리액션까지 더해주니 금상첨화였다. 신기한 점은, 내 개인적인 칭찬을 한 게 아니라 내용에 대한 반응이었지만 '훌륭하다'는 단어 자체가 나를 춤추게 했다. 자꾸 들을수록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 났다. 그냥 '아.. 네...' 수준과는 차원이 다른 긍정의 힘이 들어있었다.


말의 힘, 단어의 힘, 반복되는 힘, 반응의 힘, 그리고 칭찬의 힘 대해서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나의 말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해 주는 그녀를 보며 내 아이를 떠 올렸다. 나는 내 아이의 말에 얼마나 반응하고 있었나? 얼마나 칭찬해 주었나? 과연 지금의 내가 느낀 반응처럼, 오롯이 집중해 주고, 멋진 단어로 반응해 주고, 사소한 말에도 굉장한 듯한 반응을 해주고 있었나? 집안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핸드폰을 본다는 핑계로 시선은 딴 곳에, 대답은 '응~그래' 정도로 건성으로 넘어가진 않았나? 반성했다.

 

반응해 주고 격려해 주고 멋진 단어로 대답해 주는 일은 마내가 위대하고 훌륭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과를 일으켰다. 직접적인 칭찬이 아닌 일조차 이러는데, 아이의 작은 행동이나 말에도 부모가 귀 기울이고 반응해 주면, 그 아이는 얼마나 자신감을 얻고 성장해 나갈까?? 긍정의 반응, 긍정의 단어가 주는 힘이 실로 위대하다는  몸소 껴졌다.


몇 달 전, 36개월도 안 된 아이가 분리수거를 척척 해내는 걸 보고 놀라서 나도 모르게 감탄하며 칭찬한 적이 있었다. 아이는 그 뒤로 본인 몸집만큼 큰 종이박스 재활용을 굳이 기어코 직접 들고 재활용하러 간 적이 있었다. 이처럼 칭찬은 나도, 내 아이도 춤추게 한다.


엄마의 눈 맞춤과 경청, Brilliant 란 대답이
평범한 아이를 진짜 Brilliant로 만들 수 있다는 걸 오늘 나는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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