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 버스에 올라타려는데 문이 닫히려다가 다시 열렸다. 버스는 한산하게 비어있었고 앞사람과 별다른 시차도 없었는데 문이 닫히려고 해서 깜짝 놀랐다. 버스기사는 나를 못 본 걸까? 그 버스에서 하차할 때였다. 하차 승객은 나 혼자였는데 문이 열리고 있었는데 다 열리기도 전에 다시 닫히고 있었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나는 또 성급히 열리는 듯 닫히는듯한 문 사이로 재빠르게 내려야 했다. 문을 열어주기도 전에 닫으려고 하는 경험에 기분이 살짝 나빴다. 무엇이 급해서 승객을 기다려주지 못하는가? 나는 버스가 정차하기 전에 빠르게 내리지 않은 잘못이 있는가?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2주 정도 머물렀고 가장 크게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내가 발견한 것인데 그것은 바로 다음과 같은 사실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뛰지 않는다
길을 걸을 때, 횡단보도를 걸을 때,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실외에서, 실내에서 어디서도 뛰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성급하게 길을 건너려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깜박이는 신호등에 건너려고 뛰어가는 나를 비롯한 한국의 익숙한 풍경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뛰지 않는다는 사실이 꽤 큰 발견이자 충격이기도 했다.
이탈리아에서 올리브 농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1년에 올리브 수확철에 집중해서 일하고 돈을 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방법이 놀라웠다. 나무에서 올리브를 따지 않고 그물을 쳐놓고 자연스럽게 떨어질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이다. 그들의 느긋함의 천성을 엿볼 수 있는 사례였다. 최소한의 노동력으로도 먹고살 수 있는 돈을 벌 수 있었다.
다시 한국에 돌아와 붐비는 지하철을 타며 이탈리아의 거리가 떠올랐다. 언제나 사람이 바글거리고 복잡한 지하철에서 하나의 특징을 발견했다. 계단을 꽉 채워 올라가는 인파가 대부분 재빨리 서두르며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무언가 쫓기듯이 아주 빠른 걸음이었다. 군중이 빠른 걸음으로 위로 위로 올라가는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자니 질문이 올라왔다.
그들은 모두 무엇이 바빠 저렇게 서둘러 걸어가는 것일까? 모두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왜 우리는 바쁘게 그리고 빠르게 살아야 할까? 왜 타인을 의식하고 경쟁에서 쫓기듯이 살아야 하는 것일까?
여행 후 한 가지 다짐을 했다.
길을 건널 때 뛰지 않겠다고 말이다. 신호가 바뀌려고 하면 다음 신호를 기다리겠다고 말이다. 물론 매번 지켜지지는 않는다. 특히 출근길엔 1분이 소중해 여전히 뛰기도 한다. 그럼에도 놓치지 말아야 할 질문이 있다.
우리는 꼭 더 빨리, 남들보다 앞서 나가야 하는 것일까? 더 바쁘게 더 분주하게 살아야만 하는 것일까? 사회는 빠르게 돌아가지만 그 안에서 심호흡을 하고 한 번 되새겨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