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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나팍 Jul 24. 2023

엄마가 아프면 서럽다

독감이 집안을 휩쓸었다. 독감인 줄도 모르고 아이 열이 오르락내리락하며 일주일을 보냈고 남편 또한 주말 내내 누워서 식음을 전폐하고 끙끙댔다. 아이는 수액을 맞고 치료하며 이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일어나면 잠투정에 온갖 짜증과 비명, 울음이 난무했지만 아파서 그러려니 하고 인내심을 티끌까지 모아 부드럽게 대응했다. 그러다 멀쩡하던 나도 결국 감기에 걸려버렸다.


누워만 있던 아이가 일어나자 이제 엄마가 꼼짝없이 드러누운 것이다. 그간 여러 이유로 식욕부진이라 못 챙겨 먹어서 그런 것 같. 몸이 꺼지는듯한 느낌과 어지러움, 기침을 동반한 목통증, 근육통으로 누워서 일어날 수가 없다.


밥은커녕 숟가락 들 힘도 없다. 런데 어디서 힘이 났는지 가족과 아이를 굶길 수가 없어 밥을 하고 갈치를 구웠다. 드러누웠어도 마지막 안간힘을 내 밥상을 차린 것이다. 그간 투정으로 아기가 되어버린 아이에게 톳밥과 갈치를 떠 먹여주었더니 식욕이 돋는지 오랜만에 2그릇을 먹는다. 그걸 보니 마음이 안심되고 보기만 해도 배가 찬다. 내 아픔은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아이가 잘 먹으니 그걸로 됐어...'를 되새겼다.


밥을 다 먹이자마자 다시 소파에 벌러덩 누웠다. 나도 아픈데 내 밥은 누가 챙겨주나. 나도 누가 밥상을 차려주면 좋겠다. 남편은 출근했고 나를 간호해 줄 사람은 없다. 엄마표 오이지무침이 먹고 싶다. 엄마표 육개장도 먹고 싶다. 시어머니표 해신탕도 먹고 싶다. 나도 엄마밥 먹고 힘을 내서 기운을 차리고 싶다. 누워서 먹고 싶은 엄마표 밥상을 떠올리고 있자니 눈물이 또르르 흐른다.


서럽다. 나는 아이처럼 투정을 부려도 누구 하나 받아줄 사람이 없다. 어른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엄마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엄마는 강인해야 한다. 엄마는 부지런해야 편하다. 강인한 자아상과 엄마의 모습으로 살아왔는데 아프니까 속절없다. 다 부질없고 회사고 나발이고 그대로 계속 안 나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이래서 엄마가 나를 키울 때 '건강이 최고다'는 신념을 늘 가르쳤나 보다. 중요한 교훈을 듣고 자랐음에도 최근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아이에게 물수건을 해주고, 아이 밥을 먹이고, 아이를 밤새 간호하는 동안 나를 키워 낸 부모님이 생각났다. 나도 어릴 때 부모의 극진한 보살핌 속에서 자라났을 것이다. 아팠던 기억이 나진 않지만 내 옆에 앉아 노심초사 나를 돌보고 간호했을 내 부모가 그려졌다.


이제는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다. 힘든 일 정도는 스스로 감당하고 툴툴 털고 일어나야 하는 어른이다. 래도 힘든 건 힘들다고 얘기하려 한다. 아픈데 괜찮은 척하는 건 어리석은 행동이다. 아픈걸 꾹꾹 참는 건 더욱 안될 행동이다. 가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관심도 없고 말이다. 회사나 타인이 혹여 이해를 못 해주거나 비난을 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나부터 살고 볼 일이다. 내가 안 아파야 내 일도 존재하는 것이고 가정도 잘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엄마가 아프면 모든 게 힘들어져서 삶의 밸런스를 위해 하루 2번 운동하는 동료가 있다. 제부터라도 운동과 건강을 더 챙겨야겠다.


그나저나 엄마밥 먹으면 나을 것 같은데... 타지라서 바로 갈 수도 없고...

그리운 엄마밥을 떠올리며 눈물로 달래 본다.


(*손가락힘만 남아 있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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