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한다. 나는 욕심 많은 워킹맘이다. 일과 가정, 육아, 자기 계발 그리고 자기 관리까지. 어쩌면 완벽한 워라밸을 추구하는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지만 오늘도 그 균형의 어디쯔음에서 저글링 하며 나의 하루를 충실히 살고 있다. 그러나 내가 절대 포기하기 싫은 한 가지를 뽑자면 그건 바로 '집밥'이다. 왕복 2시간 반을 출퇴근 시간에 쓰고 나면 지칠 법도 하지만, 오늘도 나는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으로 향한다. 내 가족이 먹을 집밥을 차리기 위해서 말이다.
내가 집밥을 하게 된 이유는 2가지다. 첫째, 엄마가 나를 그렇게 키웠냈기 때문이다. 결혼하고 몇 달이 지났을 때 신혼의 달콤함과 동시에 찾아온 가장 큰 변화는 저녁밥 차리기의 고단 함이었다. 부족한 저녁 시간과 부족한 요리 실력을 가지고 퇴근 후 매일 다른 저녁상을 차린다는 것은 한마디로 또 다른 직업을 가지는 것과 같았다. 그만큼의 노력과 에너지, 생각, 시간이 들어가는 일이었고 서툰 실력이지만 함께 저녁을 먹는 재미와 보람을 느끼며 집밥 먹기란 일상을 쌓아 올렸다. '엄마는 지난 30년간 온 가족의 삼시 세 끼를 어떻게 차려냈을까? '란 생각이 들면서 엄마에 대한 존경심이 솟아올랐다. 내 가족의 한 끼를 책임지는 일을 자연스럽게 시작하고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엄마한테 받은 큰 사랑 때문일 것이다.
둘째, 건강에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이다. 30대 초반, 갑상선기능저하증을 느닷없이 마주하게 되었다. 강인한 체력과 건강을 믿고 내 마음대로 에너지를 쓰면서 언제나 내 몸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일, 내 성과, 인간관계, 일 등이 우선이었다. 그리고 내 몸은 언제나 군말 없이 모든 걸 소화하게 해 주었다. 그러다 과로와 스트레스를 극도로 받았던 시기에 몸이 아프다고 소리치며 브레이크를 걸어주었고, 그제야 '내 몸'을 가장 우선시하는 삶으로 처음으로 방향을 돌리게 되었다.
나는 건강에 대한 레이더를 켜고 건강 서적을 읽으며 변화했다. 몸과 정신이 송두리째 흔들린 경험을 하자 건강이야 말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의 속담이 딱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할 때 건강을 관리하고 지켜야 한다는 중요한 진리를 체감한 것이다. 나 역시 자라면서 귀가 따갑도록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였다.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부터 '건강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이론을 밥 먹듯이 들었지만 건강은 늘 주어졌기 때문에 그걸 위해 '뭘 해야 한다'라고 생각하진 못했고, 질병에 걸리고 나서야 뒤늦은 후회와 함께 건강의 중요성을 진지하게 삶에 적용하게 된 것이다.
매년 조금씩 건강 책을 읽고, 관련 정보를 쌓아가고 실천하며 나는 조금씩 건강박사로 진화했고 최근엔 사촌언니에게 이런 의뢰까지 받았다.
- 나 어떡해! 건강검진 결과가 최악이야! 수치가 모두 주의/위험으로 떨어졌어. 어떻게 2년 만에 이럴 수가 있지? 이제부터 나 건강 챙길래. 네가 나 건강 관리사가 되어줘. 나 이제 뭐부터 해야 해???
- 언니, 그건 2년 만에 바뀐 수치가 아니야. 10년 넘게 언니가 했던 식생활습관이 가져온 결과가 이제 드러난 것뿐이지. 밥은 대충 먹고, 운동은 전혀 안 하고, 매일 늦게 자고. 언니 몸을 돌본 적이 없잖아. 일단 몸한테 먼저 사과해. 그리고 오늘 받은 충격을 절대 잊지 마. 이걸 변화하는 계기로 삼고 지속하는 힘으로 활용해. 이제부터 뭐부터 할지보다 '뭐부터 안 해야 할지' 하나씩 알려줄게.
건강을 관리하고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는 여러 영역이 있는데 모든 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적당히 두루두루 잘해야 하고 관심 가지고 하나씩 지켜주는 게 좋다. 그 대표적 영역은 다음이다.
- 생활습관
- 식습관
- 스트레스 관리: 호흡, 명상, 마음관리
- 운동
가급적 제철음식과 집밥, 채소를 챙겨 먹고 음주를 줄인다. 충분한 수면을 확보하여 너무 늦게 자지 않도록 해야 하고 과도한 에너지나 체력을 쓰는 것도 주의한다. 스트레스 관리는 이 모든 걸 한방에 무너뜨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데,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잘 돌보며 스트레스관리 능력을 키워야 한다. 또한 규칙적인 운동도 필요하다.
중요한 게 너무 많지만 그중 오늘은 '음식'만 가지고 얘기하자면 건강 관련 공부를 하다 보니 우리 몸이 음식과 뗄 수가 없는 사이란 걸 알게 되었다.
I am what I eat - 히포크라테스
이 말의 의미를 점점 새길 때쯤, 자녀를 영재로 만든 비결서를 읽다가 우연히 어떤 책을 접하게 되었는데 음식이 건강뿐 아니라 두뇌발달과 성격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음식 관련 책을 더 뒤지자, 병이 걸리는 것도 음식이요, 병을 치유하는 것도 음식임을 알았다.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다른 걸로도 고칠 수 없다는 말도 있었다. 그만큼 음식이 건강관리에 키를 쥐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이처럼 먹는 것의 중요성을 알아갈수록 집밥 차리기와 나는 점점 가까워졌다. 내가 하는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우리가 한 끼 먹는 식사에 얼마나 많은 의미와 중요성이 담겨있는지 알았기에 다른 무엇보다 우선순위가 되어야 했다. 그렇다고 거창한 식사를 차려내는 건 아니다. 마트에서 장 본 재료로 간단히 또는 적당히 요리하고 식구들과 맛있게 먹으면 그만이다. 식품첨가물, 가공식품, 밀키트, 배달요리로부터 멀어지고 이용 횟수를 줄이는 것도 하나의 큰 실천이다.
집밥은 내 사랑의 표현이자 내가 할 수 있는 건강관리의 실천 습관이다. 헬스장에 가듯 주방으로 가는 것, 그것이 나와 내 가족의 건강관리법이다.
도움이 되고자 몇 가지 정보를 공유한다. 이 중 단 한 가지만 실천해도 훌륭하다. 시작이 절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