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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나팍 Sep 15. 2022

출근하려는 엄마 vs 출근 못 하게 우는 아이


엄마~ 가지 마~ 나 혼자 있기 싫어~ 엉엉



아뿔싸. 아침 출근을 위해 살금살금 아이방을 나서던 울음소리에 재빠르게 발길을 돌렸다. 아이가 다시 잠들 때까지 토닥여주다가 이내 냉큼 돌아설 생각이었다. 1분 1초가 소중한 아침시간이 속절없이 흐른다. 오늘은 지각이 당첨이구나.


평소 7시 전에 집을 나서기 때문에 늘 아이가 잠들어있을 때 출근한다. 그 덕에 아이와 아침시간에 상호작용을 나눈 적은 없지만, 엄마 출근을 반대하는 실랑이를 벌인적도 거의 없다. 생각해보니 아이는 늘 저녁이 되어서야 엄마를 처음 만나는구나. 그래도 부부가 각각 시차출근제를 쓰는 덕분에 할머니의 하원 도움을 더해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그런데 오늘은 아이가 깨버리는 바람에 엄마를 붙잡는다. 아이 옆에서 다시 잠들기를 기다리자 15분이나 흘렀다. 살금살금 조심스레 방문을 나와 후다닥 고양이 세수를 하고 나가려고 화장실에 있었는데, 아이가 울면서 안방으로 뛰어들어온다


"엄마~~ 엄마 가지 마~~~ 출근하지 마~~~"


엄마가 출근해버린 줄 알고 맹렬하게 울면서 아빠에게 달려온 것이다. 나를 다시 발견하자 품에 쏙 안기며 계속 중얼거린다


- , 오늘 출근하지 마~ 회사 가지 말고 나랑 놀자

- 아침에  놀아~~ 무슨 놀이?

- 나랑 자석 놀이하자

- 아니야, 엄마는 출근하고 너는 어린이집 가는 거야. 그럼 엄마 버스정류장까지 같이 가볼까? 마중해줄래?

- 아니 아니? 출근하지 마!!!!


이마에 미열이 좀 있다. 그래서 오늘따라 더욱 투정을 부리나 보다. 할 수 없이 이미 늦었지만 정시 출근을 포기하고 아이와 보내는 약간의 아침시간을 허락하기로 했다. 아이는 밝게 웃으며 안정을 찾았고 엄마 손을 잡고 룰루랄라 방으로 갔다. 일시적인 평온함을 느끼며 그림책을 읽어주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출근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아이에게 은근한 협박성 발언을 낸다.


 - 책 5권만 읽고 엄마는 출근하는 거야, 알겠지?

- 아니야, 출근하지 마!!

- 그럼 지금 출근하는 게 좋겠어, 책 5권 읽고 가는 게 좋겠어? 선택해(어느 육아서에서 본 건 있어서 선택형 질문을 건네지만 뭔가 어색하다)

 - 음.. 아니 아니야!! 출근하지 마


'아무래도 이런 분위기라면 오늘 외출이 아니라 오전 반차를 써야 하는 건가? 아침밥까지만 오붓이 같이 먹고 갈까? 나도 함께 아침을 먹으면 좋지만 올해 남편 대신 등원 몇 번 시켰더니 휴가가 금방 없어지고 얼마 없던데.. 벌써 8시가 코앞이네 이제 슬슬 일어나야 하는데..' 런 계산적인 생각을 떠올리며 겉으로는 상냥하게 그림책을 읽어주었다. 3권읽고 중단한 뒤 거실로 나왔다. 오트밀 아침을 후다닥 차려주고 나갈 요량이었다. 이미 시간은 1시간이 흘러있었다.


- 엄마, 아침밥만 차려주고 갈 거야. 출근해야 해


아이는 평소에는 그런 적이 없는데 내 다리를 붙잡고 안기며 또 가지 말라고 얘기한다. 그럴 때마다 아이를 품에 포근히 안아주며 잠시 몇~분의 시간을 보냈다. 아침 준비를 하자 아이는 혼자 소꿉놀이를 하며 본인만의 놀이 세계에 빠져 들었다. 그때 남편이 슬며시 묻는다.



- 엄마, 이제 출근하라고 할까?

- (끄덕끄덕)



오옷!! 드디어 아이의 출근 허락이 떨어졌다. 허락해줘서 고맙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올 뻔했다. 기쁨의 미소를 지으며 재빠르게 아침 준비를 마치고, 화장은 당연히 건너뛰고 대충 옷을 바꿔 입었다. 소꿉놀이하던 아이가 말한다



할머니랑 잘 놀고 있으면 저녁에 아빠 엄마가 오실 거야^^


오구오구.. 이런 말은 누가 가르쳐준 걸까? 아이의 말에 기특해서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아주었다. 뽀뽀도 해주고 '사랑해' 하며 하트도 보내주었다. 아이도 머리 위 하트 손을 하며 회답해준다


- 엄마~ 회사 잘 다녀


하트 뿅뿅할 시간이 없었지만 왠지 더 가기 싫고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건 왜일까? 이미 아이는 웃으며 잘 놀고 있는데 말이다. 아이는 현관으로 다시 나와 엄마를 씩씩하게 배웅해 준다. 우리는 현관에서 다시 웃으며 하트 뿅 뿅을 날리고 사진도 찍었다. 아이는 맨발로 조금 더 걸어 나오더니


- 엄마, 내가 현관문 열어줄까?


하며 과한 친절함까지 베푼다. 엄마 출근 못 하게 서럽게 울던 아이는 온데간데없다. 나는 들어가라고 손짓하며 현관문이 닫힐 때까지 미소를 보내주었고 아이도 싱글싱글 웃으며 현관 앞에 서 있었다. 




딸, 엄마 오늘도 잘 출근하고 올게!

너도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 보내렴^^


버스 안에서 사랑스러운 아이의 얼굴이 떠오른다.

아이 앞에서 못한 말을 중얼거린다.

엄마도 사실은... 출근하기 싫다..  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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