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힐을 신을까 말까?
임신과 출산을 앞두고 아무도 내게 '행복'에 대해서 얘기해 주지 않았다. 육아에 수반되는 고통, 인내, 희생, 포기, 힘듦 등의 부정적인 단어들을 더 많이 들었다. 나 역시 '나의 자유와 행복은 끝이구나'라고 생각하며 마음의 대비를 단단히 했다. 세계여행을 다니고, 원하는 직업을 찾아가고, 하고 싶은 일을 도전하며 살아왔기에 '엄마'가 되면 내가 살아온 인생 방식이 통으로 바뀔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더욱 각오를 단단히 했다. 힘들더라도 이 악물고 고통을 버틸 각오 말이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고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이는 내가 일전에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종류의 감정, 행복, 충만함, 기쁨, 사랑, 베풂, 온정과 같은 따뜻하고 긍정적인 수많은 단어들을 내 인생에 함께 가지고 왔다. 바라보고만 있어도 기쁨의 감정이 솟아나고, 마음이 다 채워지는 행복감을 느끼게 되었다. 물론, 육아 현실은 아이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을 틈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직접 육아를 겪어보니, 내게 겁을 주었던 사회의 인식을 향해 이 외침을 꼭 하고 싶었다.
'아이를 키우면 이렇게 행복하단 사실은 왜 아무도 안 알려준 거야??!!'
아이가 가져다주는 온전한 행복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컸다. 작은 생명체가 움직이는 몸짓, 웃음, 뒤뚱거리는 걸음, 서툴지만 밥 먹는 모습, 나를 보면 환하게 웃어주는 미소, 어른의 발상을 뛰어넘는 시선과 생각, 호기심, 이 모든 것들이 충만한 행복감을 가져온다.
나만 온전히 살았던 세상에서, 누군가의 세상이 되었다.
나는 매일 아이에게서 조건 없는 무한한 사랑을 받는다. 내가 어떠한 모습이든 아이는 엄마를 바라보고, 엄마를 따라 하고, 엄마를 믿고, 엄마를 찾는다. 내 언행에 의미가 깊어졌다. 나의 존재의 이유가 더욱 높아졌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더 이상 나로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내 모든 것이 아이에겐 거울이 되고, 내 행동과 생각이 또 하나의 사람에게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 또한 나뿐만 아니라 내 아이가 살아가게 될 사회와 미래를 고려하고 행동하게 된다. 조금 더 넓은 시야로 조금 더 성숙해지는 어른이 되어간다.
아이는 혼자의 삶보다 함께의 삶이 아름다움을 일깨워주었다.
온전히 충만한 행복감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었다.
- 엄마, 나 안아줘!! 안아줘!!
오랜만에 엄마 따라 구두를 신은 아이는 발이 아팠던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안아달라고 한다. 오늘만큼은 못하겠다고 말해봤지만 소용없다. 엄마는 횡단보도를 건너 예식장에 도착할 때까지 15kg에 가까운 아이를 번쩍 들어 안고 불편한 옷과 7cm가 넘는 하이힐을 신고 걷는다. 생각보다 예식장은 버스정류장에서 멀었다. 더욱 아득하게 보이는 건 느낌 탓일까? 치마 때문에 평소보다 짧은 보폭으로 아이를 안고 걷는 동안 이미 진이 다 빠졌다. 아이의 15kg 무게가 1cm 두께의 가느다란 하이힐 한가닥에 온전히 실린다. 엄마는 우스꽝스러운 걸음으로 걷는 내내 생각한다.
- 이 놈의 하이힐!! 벗어던지고 맨발로 걷고 싶다!!!
다시는 하이힐을 신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아이와 함께여서 더욱 빛나는 나는 자랑스러운 엄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