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나팍 Nov 21. 2022

4살 아이와 일상 속 대화

평범한 어느 주말이다. 이 평범한 일상이라고 기록하는 순간을 한달간 그리워했다. 육아를 하면 매일이 힘들다가도, 매일이 행복함을 느낀다. 그런데 둘 중 어느 것을 더 많이 느낄지는 오로지 내 선택에 달렸다. 2달간 감기 바이러스로 꼼짝없이 병원을 7번 오가고, 마음 졸인 순간들을 떠올리니 '평범'한 일상이 새삼 참으로 감사하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다른 고민까지 더해져 1년 같이 길었던 1 달이었다. 오늘을 어떤 색깔로 바라볼지는 내가 어디에 초점을 맞추는지에 따라 다르다. 여러 고민거리들이 스쳐가고 나니, 평범한 하루하루에 감사함이 밀려온다. 일상의 기쁨을 알아차리는 대화들이다.


Ep.1

주말 아침, 아빠는 오랜만에 동료 결혼식장에 가기 위해 분주하다. 과하게 차려입지 않으면서 격식을 갖춘 스타일, 캐주얼은 아니지만 활동성은 편한 세미 정장을 고르기 위해 이 옷 저 옷을 둘러본다. 바쁜 워킹맘의 손길이 닿지 못한 와이셔츠가 오랜만에 옷장 밖으로 빛을 보지만 꾸깃꾸깃한 주름에 다시 옷장 안으로 들어가는 신세가 되었다. 아빠는 적당한 옷을 고른 뒤 집을 나섰다.


- 아빠 다녀올게~!


그러자 4살 아이가 말한다.


- 아빠, 결혼 잘하고 와^^


깜짝 놀란 엄마는 아빠는 엄마랑 이미 결혼했으니 또 결혼하는 건 아니라고 설명한다. 재차 강조했으니 안심해도 되겠지?



Ep.2

아이가 혼자 한창 소꿉놀이에 빠져있다. 아이의 소꿉놀이 대화를 듣고 있으면 선생님이 어린이집에서 어떻게 말하는지, 부모가 어떤 말을 쓰는지 모두 알 수 있다. 일종의 녹음기를 다시 틀어놓는 것 같다. 어느 날은 식당 놀이를 하더니 주문을 한다.


- 아메리카요~~~~~~~~~~~~~


어디서 많이 들었는지, 우리 앞에서 한 번도 안 쓴 단어인데 주방놀이를 하며 혼자 커피이름을 댄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엽다. 며칠이 지난 어느 날은 갑자기 이런 말도 들린다.


- 안돼~ 내가 먼저 왔다고~ 너 이놈 시키! 그러면 엄마한테 혼난다!


뜨끔한 엄마다. 3년 간 아이 앞에서 고운 말, 바른말을 쓰고자 노력했건만, 최근 점점 커가는 아이 앞에서 나도 모르게 나온 단어들이다. 그 단어들을 아이 입을 통해 다시 들은 엄마는 부엌에서 살며시 반성의 시간을 가져본다.


Ep3.

아빠가 병원에 잘 다녀온 아이에게 조건이자 포상으로 공주 스티커북을 사줬다. 낱장이 아닌 책으로 된 스티커에다가,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공주 캐릭터가 가득 그려져 있고 색칠놀이도 있다. 신난 아이는 스티커북을 품에 꼭 안고 다니면서 거실과 부엌을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엄마에게 와서 아빠가 사줬다고 자랑도 한다.


- 우와~~ 너무 멋지다. 좋겠다^^


내가 리액션을 해 주자 아이가 말한다.


- 내가 엄마도 아빠한테 스티커 사달라고 할게~!


선심 쓰듯 말하는 아이 앞에서 나는 최대한 티 나지 않게 함박웃음을 지으며 신난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저 멀리 걸어가며 아이가 한 마디 덧붙인다.


- 엄마가 말 잘 들어서 내가 아빠한테 사달라고 하는 거야!



고.... 고마워^^



매거진의 이전글 길바닥에 넘어지며 깨달은 육아 태도에 대한 반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