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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나팍 Dec 28. 2022

3천 원으로 행복해지는 방법

행복에는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

얼마 전, 한 해 동안 쓴 버킷리스트를 돌아보고 점검하는 모임을 가졌다. 각자 잘 해낸 것, 아쉬운 것, 그리고 행복했던 일들을 적어보고 서로 공유했다. 7명의 사람들은 전문직, 사업가, 직장인 등 직업도 모두 다르고 라이프 스타일, 가족 구성원, 연령도 모두 달랐다. 그리고 원하는 버킷리스트 내용들도 달랐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한 해 동안 행복했던 일을 적었을 때 우리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나온 내용들이 있었다.

- 가족과 여행 가기

- 가족과 보내는 시간


내가 적은 목록 역시 다음과 같았다.

- 가족과 2달에 1번씩 여행 가기

- 시부모님과 식사, 나들이

- 친정 식구들과 모여 밥 먹기, 나들이

- 아이와 함께 동요 부르기, 아이 춤추는 것 보기

- 친구집에커피 내려마시고 디저트를 먹으며 여유를 느낀 시간


각자가 한 해 동안 행복을 느낀 순간들은 많은 돈을 벌 때도 아니고, 목표 달성으로 성취를 이룬 순간들도 아니었다. 큰돈이 드는 일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웃으며 기쁨을 느끼는 일상 속 소소한 순간들이었다.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꼭 대단하거나 거창한 일이 아니라, 하루의 일상에 녹아있었다.






아이 방학을 맞아 하루 휴가를 냈다. 함께 새로 보낼 유치원 상담을 갔는데, 상담이 1시간이 넘어가며 길어지자 옆에서 혼자 잘 놀던 아이가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엄마~ 나 지루해. 집에 가자~"


양육에 대한 중요한 조언을 듣고 있었던지라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아이에게 달콤한 조건을 바로 내걸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면 집에 가는 길에 빼빼로 사줄게"


몇 분간의 칭얼거림이 일순간 멈추더니 아이는 새로운 장난감으로 혼자 아주 잘 놀았다. 상담이 끝나가자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까지 척척 담으며 다 정리했다. 고마운 아이와 함께 집에 돌아가는데 눈길을 뚫느라 정신없던 엄마는 빼빼로를 깜박하고 말았다. 동선이 멀어지자 아이는 큰 소리로 상기시켜 주었다.


"엄마~ 우리 빼빼로 사기로 했잖아^^"

"아차차~ 미안해 미안해~~ 마트 가자"


아이는 들뜬 표정으로 빼빼로를 하나 골랐다. 그리고 나도 오랜만에 닭다리 과자를 하나 집었다.


"나는 빼빼로 먹고~ 엄마는 닭고기 먹네?^^"

"닭고기? 하하 그러네~"


집에 돌아온 우리는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 아이는 내 닭다리 과자도 뜯어주며 친절을 베풀었다. 소파에 앉아 각자 좋아하는 과자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아이는 맛있게 먹어도 절반 이상 남아있는 빼빼로를 보며 내게 말한다. "엄마, 나 빼빼로 많이 남아있다~~" 그리고는 "엄마~ 내가 과자 먹여줄까?" 하며 과자도 먹여주었다. 평소라면 초콜릿 과자를 내어주는 마음이 불편하거나, 과자 때문에 저녁을 먹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올라왔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마음을 내려놓자 지금 이 순간 행복해하는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각자 선택한 과자를 한 입 먹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찡긋. 아이의 얼굴에는 미소가 절로 새어 나왔고, 엄마를 향해 환히 웃어 보였다. 엄마도 따라 웃었다. 창밖에는 소복이 쌓인 눈에 온 세상이 하얗게 덮여 있었다. 우리는 창밖을 한 번 내다보고, 과자를 한 번 먹었다.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며 씽긋 웃었다. 다시 과자를 먹고, 서로 눈을 마주치고 웃기를 반복했다.




저녁시간, 양치가 싫은 아이는 화장실 앞에서 엄마 뒤로 숨어버렸다. 평소라면 한바탕 양치 전쟁이 일어났을 텐데 오늘의 엄마는 온화함 모드였다. 아이는 앉아있는 엄마 등에 꼭 매달렸다. 그리고는 뭐라고 속삭였는데 내용은 들리지 않았다. 아이가 속닥이자 나는 알고 있는 멜로디에 쏙닥송을 만들어 불렀다.


"속닥 ~ 속닥~ 속닥속닥 쏙닥닥~~♬"

이 노래가 마음에 들었는지 아이가 계속 불러달라고 한다. 엄마는 쪼그려 앉아 등에 매달린 아이를 업은 채, 쏙닥송을 이어갔다. 아이는 엄마 등의 포근함을 느끼며 깔깔대고 웃었다. 그러더니 하는 말,


"엄마~ 난 엄마가 정말 좋아~"





행복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는 것이다.
- 신경 쓰지 않는 연습 中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열심히 공부를 하고 직장에 다닌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자신을 채찍질하며 앞을 향해 나아가기도 한다. 더 많이 이루려 하고, 더 높은 곳을 향해 부단히 올라가려 한다. 더 많이 가지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성공의 사다리를 놓지 않으려 애쓰며 끊임없이 남과 비교한다. 현재를 희생하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꿈꾸며 달린다.


그러나 행복은 꼭 원하는 것을 이룬 순간에만 오는 게 아니었다. 가진 게 많을 때만 주어지는 게 아니었다. 앞만 보고 내달릴 때는 행복하지 못한 게 아니었다. 나의 하루에서, 내가 이미 선물 받은 오늘의 하루에서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를 알아차리고 인정하는지에 달려 있었다. 행복을 가지기 위해 노력할 게 아니라, 이미 내가 느낄 수 있는 행복을 더 많이 알아차리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깨달았다.


행복은 내가 알아차리는 순간, 바로 내 앞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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