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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나팍 Jan 17. 2023

아이가 해님을 보며 하는 말

새해를 맞이하며 새로운 다짐을 한다.

일상 속 작은 것에 감사한 마음 갖기

매일 감사일기 쓰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작은 것에도 감사하라는 수많은 자기 계발 서적이 넘쳐나는데 이를 실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매사에 감사한 마음으로 대하면 인생이 훨씬 풍요롭고 행복해진다는데 '감사한 일' 찾기가 어렵다는 글도 심심치 않게 발견한다. 인간의 본성이 가진 것에 만족하고 감사함을 느끼기보다는, 가지지 못한 것에 더 집중하고, 남들과 자꾸 비교하고, 불만이나 불평을 더 쉽게 떠올리기 마련이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정진하기 위해서 목표 지향적인 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거나 감사할 줄 모른다면, 앞으로 나아갈수록 공허함이 더욱 커질 것이다.


목표 지향적인 삶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나 역시 의도적으로 감사함을 느끼려고 노력한다. 워킹맘으로서 24시간이 부족한 일상에 지칠 때쯤, 힘들다고 시작한 글에서 감사한 일 10가지를 찾아서 적어보았더니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직장, 어린이집, 등하원을 도맡아준 가족, 아이, 건강 등 매일 똑같은 일상이어서 미처 몰랐던 감사한 것들에 마음이 벅차오르기까지 했다. 이처럼 감사함을 알아차리고 표현하고 느끼는 일은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행복지수의 알아차림과도 같았다. 똑같은 일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불평으로 가득 채울 것인지, 감사함으로 채운 시선으로 바라볼 것인지에 따라서 마음의 풍요로움이 하늘과 땅 차이였다.


그래서 더욱 작은 것에서부터 감사하고, 소소한 일상에서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2시간이 넘는 출퇴근길에, 회사에서 종일 일하며 에너지를 쓰고, 집에 오기가 무섭게 분초를 다퉈가며 저녁준비하고 살림하다 보면 어느덧 잘 시간을 향해 있다. 오늘도 아이와 조금밖에 못 놀아준 것 같은 미안함에 애꿎은 시계를 노려보지만 할 일은 여전히 쌓여있다. 아이와 양치전쟁을 벌이는 동안 내일 밥은 또 뭘 해 먹나 고민하고, 등 뒤엔 산처럼 쌓여있는 설거지통이 나를 애타게 쳐다보고 있다. 어지럽혀진 거실은 눈 딱 감고 못 본 체한다 해도 일, 육아, 살림의 삼 형제는 언제나 내 몸이 한 개인걸 부족하게 만든다. 고마움을 느낄 여유는커녕, 세수할 틈도 없이 바쁜 하루하루다.


그러던 중 주말에도 밀린 살림을 처리하며 빨래를 널고 있었다. 아침부터 집안일이 많다고 생각하지 않고 나름 감사한 일로서 의미부여를 해보았다. 빨래를 여기저기 집어던지듯 놓아 어지럽히는 것 같았지만 아이가 내 옆에서 빨래 널기에 동참하고 있었다. 어느새 훌쩍 큰 아이와 함께 빨래 널기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중얼거려 보았다. 그런데 빨랫감 하나를 들고 창밖을 바라본 아이가 갑자기 이런 말을 했다.


엄마, 해님이 빨래를 말려주었어


나는 깜짝 놀랐다. 빨래는 내가 하는 것이고, 감사한 일이 있다면 빨래를 한 주어인 내가 감사를 받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집안일은 내가 시간, 에너지, 노력을 투입해 힘들여하는 일이지, 누군가에게 감사할 일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리고 당연히 젖은 빨래는 시간이 지나면 마르는 것이고, 그 빨래를 개는 수고로움 또한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한 번도 빨래를 하며 햇볕의 역할에 대해 떠올려 본 적은 없었다. 고마움을 느낀 적은 당연히 없었다.


그런데 아이가 해님이 본인의 옷을 말려주었다고 얘기했다. 그래서 빨래가 저절로 마르는 게 아니라 태양의 역할이 있으니 고마운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내가 아무리 잘나고 부지런히 집안일을 해봤자, 몇 날 며칠 몇 주 내내 태양 없이 비가 내린다면 빨래는 제대로 마르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태양의 역할이 꼭 필요하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가 너무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고마운 일이었음을 아이가 깨닫게 해 주었다.


나는 아이에게 말했다

- 우리 그럼 해님에게 고맙다고 인사해 볼까?

- (손을 흔들며) 해님아~~ 안녕?? 고마워~~~~~~~~


태양이 우리 인사를 들었을까? 처음으로 태양에게 감사인사를 해 본다. 스쳐가는 바람, 태양, 가뭄을 막아주는 단비 등 자연에게 감사한 일이 이토록 많은데 단지 내가 모르고 있었다. 아이는 주어를 바꿈으로써 내게 감사한 일이 매 순간 넘쳐나고 있음을 일깨워주었다. 일상 속 감사함은 이렇게 찾는 거구나! 내가 누리고 있는 모든 시간과, 공간에서 당연한 것은 없다. 모든 게 감사할 일이었다. 태양이 빛나주는 것이 감사한 일인 것처럼, 내가 존재하고 숨 쉬고 있는 이 순간이 감사한 것이고,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음이 감사한 일이고, 일용할 양식을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우리의 울타리가 되어주는 집이 있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매일, 그 자리에 있는 모든 것이 당연한 게 아니라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이었다.




오늘 하루에 감사함을 가득 담아본다.

매일의 감사한 하루가 모여 더욱 풍요로워질 내 인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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