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불어YIU Mar 15. 2021

뉴욕에서는 너와 내가 다르다.

#코리안타운 한식당에서

인천공항을 떠나기 전까지의 결심은 굳건하다. 이번 여행에서는 반드시 밥과 김치를 입에 대지 않으리라. 그러나 JFK 공항에 도착 후 며칠 이내에 언제나 내 걸음은 31번가 앞에 멈추어선다. 그곳에 위치한 코리안타운에는 의외로 맛 좋은 한식당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김치찌개를 비싼 돈 주고 외국에서 사 먹는 것만큼 미련한 짓은 없다'라고 하지만 천만의 말씀. 뉴욕에서 불고기와 더불어 먹는 김치찌개의 감동은 단언컨대 밤에 맨하튼을 향해 걷는 브루클린 브릿지의 야경보다 더 크다.




뉴욕에 머물던 어느 날, 우연히 여행 일정이 겹쳐 뉴욕으로 온 친구와 어느 고깃집에서 만나 저녁식사를 했다. 낯선 도시에서 홀로 여행을 즐기다가도, 아는 사람을 만났을 때의 그 안정감이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맞다. 사람은 사실 이렇게 약하다.


혼자 있고 싶지만 외롭기는 싫은 모순적 존재.


한국에서는 솔직할 수 없었던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내는 기분 좋은 시간. 그리고 식삿값을 결제한 후 식당 문을 열고 나가려던 찰나,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국인 매니저가 나에게 뛰어온다. "혹시 저희 식당 서비스에 무슨 문제가 있었나요?" 조금 차가워 보이는 그의 말투에 '무슨 문제가 있었나?' 하고 생각을 해보려던 찰나, '아차! 내가 팁을 안 줬구나'. 나는 얼른 그 자리에서 지폐 몇 장을 꺼내서 매니저에게 건네주었다. 그러자 그는 팁을 받고 다소 쌀쌀 맞은 표정을 지으며 다시 일하던 곳으로 돌아갔다. '내가 잘못했나?'




우리는 같은 한국 사람이라도 뉴욕에서는 '너와 나'는 다르다. 우리는 같은 한국어를 사용하고 함께 삼겹살을 먹지만 각자의 상황에 맞추어 사고할 수밖에 없다.


'한국 식당이고 모두가 한국인인데, 팁 문화 또한 한국식으로 적용되어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아?' 와 

'한국 식당이지만 여긴 뉴욕인데, 팁 문화 또한 미국 스타일에 맞춰야 하지 않아?'의 차이. 


무엇이 상식이고 당연한 이치일까? 

답은 없다.


그저 내가 서있는 그곳에서, 내게 유익이 되는 쪽이 상식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존재. 그게 '당신'과 '나'의 한계일 뿐이다.



"난 쟤 이해가 안 돼" 살면서 우리는 당연한 말을 계속 반복하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해가 안 됨을 이해하는 것'이 최선일지도 모르겠다. 같이 한국말을 쓰고 같은 피부색을 가졌지만,


'너는 내가 아니기에' 당신과 나는 다르다. 

이전 02화 뉴욕에 가면 나는 내가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