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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불어YIU Mar 04. 2021

아니, 비슷한 것 같은데?

사람들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다.

허드슨강. 이미지 출처는 구글

어느 여름, 내가 머물던 허드슨강 근처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 1층 라운지로 내려갔다. 무료로 제공하는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점검한다. 건조한 비행기에서 장시간 지낸 탓에 푸석푸석해진 얼굴이 좀처럼 다시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별한 곳을 여행하게 되면 남자도 여자와 다르지 않다. 평소의 나보다는 멋져 보이고 싶은 욕심을 절제하고 싶지 않은 마음, 아무리 패션에 관심이 없는 중년의 남성이라도 여행 갈 때 선글라스는 꼭 챙겨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럴 줄 알고 비비크림을 가져왔지. 나중에 클렌징이 귀찮긴 하지만 여긴 뉴욕이니까, 멋져야 하니까 감수해야 한다. 라운지에 위치한 공용 화장실에서 나름의 단장을 마치고 거울을 보니 꽤 괜찮다. 왠지 모르게 얼굴이 훨씬 화사해진 느낌. 괜한 자신감에 옆에 있던 친구에게 묻는다.


“나 피부 좀 좋아진 것 같지 않냐?”   

“아니, 비슷한 것 같은데”


‘센스 없는 친구를 둔 내가 잘못이다’라고 생각하며 멋진 나를 기념하기 위해 핸드폰 카메라를 꺼내 셀카를 찍어본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무심코 뱉은 한마디, “그러네. 비슷하네”


우리는 스스로가 가장 특별하고 소중하기에 타인도 나에 대해 그렇게 생각해 주리라 기대한다. 그러나 우리는 곧 깨닫고 실망한다. 사람들이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음을.


나는 평소에 선글라스를 쓰지 않는다. 그러다 아주 가끔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외출하면 어색하게 느껴지면서 왠지 사람들이 나를 쳐다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가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아주 마음에 들게 세팅하고 밖으로 나가면 사람들이 왠지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 같은 느낌도 받는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나 혼자만의 착각이라는 것 또한 잘 안다. 지나가는 타인에게 나는 그냥 마주치는 사람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아니 어쩌면 그들은 내가 자신의 옆을 지나가고 있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할지도.


매일 마주치며 사소한 잡담을 나누는 동료, 친구들도 ‘내가 생각한 것보다는’ 나에게 관심이 없다. 서운할 것도 없다. 그건 그들의 잘못이 아니니까. 잘못이라면, 내가 나 자신을 끔찍할 정도로 아끼고 사랑한다는 것. 나 스스로에 대한 관심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특별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그들이 나에게 갖는 관심은 실망스러운 수준으로 보일 수밖에.


그러니 조금 더 자유로워지자. 조금 더 내 취향대로 옷을 입고, 머리를 하고, 원하는 삶을 살자. 그리고 더 많이 활짝 웃으며 살자. 마음껏 웃으며, 사랑하며, 즐겁게. 그러다가 ‘내가 너무 멀리 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 옆 사람에게 물어보자. 그들은 아마 이렇게 대답하겠지.


'아니, 비슷한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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