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불어YIU Mar 24. 2021

뉴욕 식당에서 만난 할머니.

아름다움은 나의 몫.



친구로부터 로어 맨하튼 소호 지역에 괜찮은 피자집이 있다는 소개를 받고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찾아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생각보다 아담한 사이즈의 깔끔한 레스토랑이었다. 기분 좋게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어느 창가에 앉아 대표 메뉴로 보이는 피자를 주문했다. 기다리는 동안 잠시 앉아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는데, 옆 테이블에 있던 백인 할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말을 걸어주었다.


"여기서 머문지 얼마나 됐어요?"

"두 주 정도 된 것 같네요"

"나는 여기서 50년을 살았는데, 정말 좋은 도시에요. 항상 아름다운 곳이지요"


50년을 살아온 장소를 '항상 아름다운 곳'으로 표현한 할머니. 평온해 보이는 그분의 얼굴과 미소는 짧은 순간의 대화였지만 진심이 느껴지기에 충분했다. 

 

글쎄, 뉴욕이 할머니의 말대로 '항상 아름다운 곳'일까? 아니, 동의하기 어렵다. 나와 같은 여행자들에게 보이는 화려함 이면에 존재하는 부조리와 어두운 면, 서로 다른 문화가 공존하는 사회 속에 충돌하는 차별과 범죄가 여전한 곳이 바로 뉴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뉴욕은 50년을 살아온 누군가에게 '항상 아름다운 곳'이기도 하다.


결국, 내가 딛고 사는 땅이 늘 아름다울 수 있는 비결은 '나'에게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곳에서 내가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가, 무엇을 인생의 진리로 믿고 사는가에 따라 그 장소는 '항상 아름다운 곳'이 될수도 '벗어나고 싶은 곳'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아름다움은 우리의 몫이다.


지금 그 장소에서, 당신은 무엇을 믿고, 바라보며 사는가? 

당신이 존재함으로 그 곳은 아름다워지고 있는가? 


이 질문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발을 딛고 사는 바로 그 장소가 '항상 아름다운 곳'이 되기를 응원하며.

이전 08화 타임스퀘어의 불친절한 웨이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