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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안 Aug 13. 2024

[프롤로그] Day 0. 여행을 꿈꾸는 대학원생

여행을 준비하다

여러분은 “대학원생”이라는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어떤 생각이 드는가? 아마도 대학생 학부 수준을 넘어선 교육을 받아 한 분야에 대해 전문적이라는 이미지나, 반대로 연구실에서 연구에 시달리는 고생스러운 이미지 등 여러 모습이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또 누군가는 대학생을 온전한 사회인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 건축학과 대학원생인 나는, 대학원이 졸업 후 취직하여 사회로 나가기 전 마지막 준비 기간인 동시에 학생으로서 추억을 쌓을 수 있는 마지막 휴게소라고 생각한다.


서서히 날씨가 더워지며 시간은 어느 새 2024년의 절반을 향해 가던 6월 초. 여행을 계획하게 된 것은 그 때쯤이었다. 1학기 첫 프로젝트 마감을 앞두고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 있었기에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생각이 너무나 간절했고 학생으로서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동안 보다 자유로운 여행을 해보고 싶었다. 마침 내가 재학중인 대학원은 대학교 학부와 같이 여름, 겨울방학이 있었기에 장기 여행을 떠나기엔 제격이었다. 흔치 않은 절호의 기회에 정신이 번쩍 든 나는 대학원 입학 직전 인턴십을 하며 모아둔 300만원을 손에 쥔 채 머릿속으로 한 달여 뒤 떠날 여행의 큰 그림을 그려보기 시작하였다.


우선 가장 중요한 여행지가 고민이었다. 무엇보다 한 달 내외의 장기 여행을 가고 싶었기에 아쉽지만 유럽이나 북미 등 항공권과 숙박비만으로도 허용 경비를 훌쩍 뛰어넘는 곳은 갈 수 없었다. 또한 처음으로 혼자 떠나는 장기 여행이기에, 도전적인 여행지보단 비교적 안전한 여행지를 원했다. 다양한 여행지를 고려해본 끝에 눈에 들어온 곳은 일본이었다. 작년 여름방학 때 혼자 4박5일 간 일본 여행을 가본 경험이 있고, 불과 한달 전인 5월에도 대학원 동기들과 2박3일 간 짧게 일본을 다녀온 적이 있기에 또 일본을 가기에는 아깝지 않나 하는 생각이 잠시 들기는 하였다. 그러나 오히려 두 번의 여행을 통하여 일본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높아진 상태였기도 했고, 장기여행인만큼 여행지의 문화나 분위기에 동화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기 때문에 오히려 어느정도 사전 정보가 있어 적응이 어렵지 않아 보이던 일본이 괜찮은 선택지라는 결론을 내렸다. 마침 떨어진 엔화 환율과 비교적 저렴한 여름의 일본 항공권 가격도 일본으로 여행지를 결정하는데 많이 일조하였다. 일본에서 머무를 도시를 결정하는 것은 국가를 선택하는 것보다 더 쉬웠다. 일본의 여러 도시 중에서도 작년 일본 여행 당시 방문했었던 교토에서의 기억과 그 곳의 풍경이 너무 마음에 들었던 덕에 한달을 지낼 도시는 자연스럽게 교토로 결정되었다. 단, 교토에서만 계속 머무르는 것은 살짝 아쉽기도 하고 그 근처의 다른 도시에도 호기심이 생겨 교토를 베이스로 하고 중간중간에 며칠 간 다른 도시들을 다녀오는 것으로 계획하였다. 여행 기간은 원래 한달살이를 생각한 만큼 30일을 꽉 채우려 했으나 경비에 맞게 조절하여 7월 17일부터 8월 8일까지인 22박 23일로 결정되었다.


이번 교토 장기여행은 나 혼자 처음으로 떠나는 장기 여행이다. 흔치 않은 기회인 것을 알기에 여행지에서 보낸 일과와 느꼈던 감정들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 매일 밤마다 기행문을 써 보려 한다. 그 누구도 시키지 않은 22일간의 여행 기록이기에 과연 마지막 날까지 잘 쓸 수 있을까 살짝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글 쓰는 것을 좋아하여 글 쓸 기회를 항상 엿보고 있는 나의 마음을 믿고 한번 시작해 보려 한다. 여행을 계획하는 지금과 여행을 마친 후의 나는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하는 호기심과 기대감에, 아직 여행을 시작하기 전 임에도 설렘이 피어오른다. 일본에서 쓰는 23일 간의 기록. 이제 본격적으로 그 펜을 들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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