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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안 Aug 16. 2024

[교토] Day 1. 첫날부터 닥쳐온 위기

2024. 07. 17. 수요일

날씨 : 서울은 약간의 비가 왔으나 일본은 약간의 구름만 있음.




아침에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부모님의 배웅을 받으며 집에서 출발했다. 아침에 씻고 준비할 때는 장대비가 쏟아져서 걱정했는데 막상 캐리어를 끌고 1층으로 나오니 비가 거의 오지 않았다. 항상 좋은 편이었던 나의 여행 날씨 운이 시작부터 빛을 발한 듯하다.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출국 수속을 밟고 264번 탑승구 근처의 타코 가게에서 점심을 먹었다. 간단한 식사를 마친 후 던킨도너츠로 향했다. 왜 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해외여행을 출발하기 전 탑승구에서 항상 던킨도너츠 먼치킨과 커피를 먹는 습관이 있다. 그런데 주문을 하려고 보니 갑자기 지갑이 보이지 않았다. 순간 머리가 하얘지며 공포가 온몸을 휩쓸었다. 제발 아니길 바라며 내 백팩과 슬링백을 열심히 뒤졌으나 지갑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일단 내가 유일하게 지갑을 사용한 곳이자 마지막으로 지갑을 꺼낸 장소가 공항 리무진이었기에 버스 회사에 전화를 해서 분실물신고를 한 뒤 망연자실하여 탑승구 근처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작년 일본 여행 첫날에는 트래블 카드가 망가져서 사용을 못하더니 이번엔 아예 지갑을 통째로 잃어버리다니. 다행히 현금 환전을 마친 여행 경비와 여권 등 필수품은 가방에 있어서 여행을 취소할 만큼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카드에 환전한 엔화를 사용할 수 없어 23일간의 생활비가 150만 원에서 100만 원이 되는 것이고 비상시 한국에서 돈을 추가로 얻을 수 있는 방법 또한 사라지는 것이다. 탑승 30분 전, 이미 내 캐리어도 비행기에 들어갔을 터이고 다음 비행기표도 만석이라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부디 내 지갑이 공항 리무진에서 발견되기라도 바라면서 내 계좌의 돈을 해외에서 출금할 방법을 찾는 것. 이 두 가지밖에 없었다. 시작부터 굉장히 심란한 마음으로 비행기에 몸을 싣고 간사이 공항으로 향했다. 

인천공항 비행기 탑승구 앞

간사이 공항에 도착 후 입국 수속을 마친 뒤 미리 예약해 둔 하루카 열차를 타러 갔다. 열차에 탑승하기 전 버스회사에 전화해 보니 다행히 내가 탔던 버스에서 지갑이 발견되었다고 하였다. 또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이런 상황을 토로하니 카카오페이를 이용해 일본 atm에서 카드 없이 출금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아주었다. 교토역에 도착하자마자 실낱 같은 희망을 품고 역내 atm 기계에서 그 방법을 시도해 본 결과, 여행의 신이 날 버리진 않았는지 경쾌한 알림음과 함께 현금이 인출되었다. 시작부터 위험했던 이번 여행을 다시 붙잡아준 그 친구에게 전화로 출금 성공 소식을 알렸다. 그 친구 스스로도 반신반의했던 방법이 성공하자 깜짝 놀라면서도 세상 득의양양한 모습이 꽤나 웃겼다. 내가 쓴 기행문을 꼭 보여 달라고 했으니 나중에 이 글을 보고 있다면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한다.


저녁 8시 30분이 되어서야 겨우 숙소에 도착하였다. 복잡한 기차역과 지하철역을 빠져나오며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작년 교토 여행 당시 머물렀던 숙소에 다시 왔다. 몸은 피곤했지만 몹시도 반가웠다. 숙소에 짐을 풀고 작년에 미쳐 가보지 못했던 숙소 바로 옆 이자카야에 가서 여러 안주와 생맥주를 시켜 정신없이 먹었다. 각종 튀김과 맥주의 맛이 인상적으로 맛있었다. 피곤하고 배고파서 더 맛있게 느껴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교토 한달살이의 첫 끼니로 손색없을 정도의 맛이었다. 바 테이블이 있어 혼자 앉아서 먹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숙소 옆 이자카야에서 늦은 저녁

식사 후 편의점에 들러서 약간의 간식을 사 와 객실에서 먹고 잠시 누워 있으니 몸과 마음이 너무 피곤했던 탓인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그래서 사실 이 글도 여행 첫날밤이 아닌 그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쓴 것이다. 이제부턴 가능한 당일 밤에 꼬박꼬박 써볼 생각이다. 정말 여러모로 다사다난했던 여행 첫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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