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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안 Aug 17. 2024

[교토] Day 2. 작년의 교토와 올해의 교토

2024. 07. 18. 목요일

날씨 : 흐림과 맑음 그 사이 어딘가. 하늘과 구름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아름다움.




어제 나도 모르게 일찍 잠들어버린 탓인지 아침 7시쯤 눈이 떠졌다. 일어나자마자 어젯밤 썼어야 할 기행문을 쓴 후 침대에 느긋하게 누워 시간을 보냈다. 핸드폰을 하다 다시 졸다를 반복하다 정오가 되어서야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었다. 숙소의 침대와 시원한 에어컨이 꽤나 쾌적하여 더 게으름을 부려 볼까 생각했지만, 언제 비가 쏟아질지 모르기에 비가 오지 않을 때 가능한 돌아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밖을 나왔다. 밖의 날씨는 하늘에 있는 구름들이 무색할 만큼 눈부시게 밝고 화창하였으나 꽤나 더웠다.


오늘은 본격적인 교토의 첫 일정답게 가장 먼저 너무나 그리웠던 카모강을 갔다가, 여행을 시작하기 직전 워밍업의 개념으로 작년에 가 보았던 곳들 중 숙소 근처에 있는 곳들을 다시 가 볼 생각이었다. 숙소에서 카모강까지 가는 동안 오랜만에 보는 교토의 골목길들과 테라마치 거리, 그리고 산조 거리의 활기가 나를 반겨 주었다. 슬링백과 카메라를 몸에 걸치고 아이스크림 자판기에서 아이스크림을 뽑아서 교토를 다니니 스스로의 모습이 참 관광객의 표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모강의 시조 다리에 도착하니 그동안 그토록 보고 싶었던 길게 펼쳐진 카모강의 물줄기와 강가를 향하고 있는 많은 식당과 술집, 카페들의 발코니가 보였다. 마침 하늘의 모습도 아름다워, 보고 있는 그 카모강의 풍경 자체가 교토의 낭만을 여과 없이 내뿜고 있었다. 그 일대를 걸으며 시조 다리 위에서 몇 장의 사진을 찍은 뒤 오랜만에 기온 거리와 니시키 시장을 둘러보다 점심 메뉴를 고민하며 더위를 피해 다시 테라마치 거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기온 거리와 니시키 시장
카모 강의 풍경

고심 끝에 선택한 점심 메뉴는 맥도날드였다. 전 세계 어디에나 있지만, 각 나라만의 특별 메뉴가 있는 맥도날드야말로 일본에서의 첫 점심 메뉴로서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주문 실수로 ‘샐러드 하나 감자튀김 하나’가 ‘감자튀김 2개’로 주문되어 버렸다. 나름 한국 맥도날드에는 없는 샐러드 메뉴를 주문한 것인데 느닷없이 감자튀김만 2개를 주문한 감자튀김 마니아가 되어 버렸다. 그 상황이 퍽 웃겨서 친구들에게 사진을 보내며 한참을 웃었다.

주문 실수로 감자튀김만 2개

점심 식사를 마치니 오후 2시. 교토의 낮 기온이 절정을 찍어 31도를 육박했고 더 이상 더 돌아다니기 힘들 것 같아 숙소로 돌아가 저녁 시간이 될 때까지 낮잠을 잤다. 저녁 7시쯤 다시 밖을 나오니 무더위도 살짝 가시고 걷기에 딱 좋은 날씨가 되어 있었다. 이번엔 시조 거리 방향이 아니라 교토시청 쪽으로 올라가서 카모강으로 향했다. 작년에 교토시청 쪽 길을 안 가봤었는데, 나름 색다른 분위기였다. 교토에도 이런 도시적인 장소가 있었는지 새삼 신기했다. 해 질 녘의 카모강과 그 일대는 역시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켜지기 시작한 강가 발코니의 조명들과 나처럼 무더위를 피해 산책 나온 사람들, 그리고 구름과 뒤섞여 희미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주황빛 하늘의 귀퉁이가 합쳐져 또 다른 그림을 그려내었다. 한낮의 카모강과 해 질 녘의 카모강, 그리고 밤의 카모강은 모두 각기 다른 매력이 있다. 그것이 내가 카모강을 좋아하는 이유다.

초저녁의 카모 강

아름다운 카모강의 모습에 홀려 한동안 강가를 산책한 뒤, 늦은 저녁으로 규카츠를 먹으러 갔다. 작년 교토 여행 당시 가장 맛있었던 메뉴였기에, 그 당시 먹었던 교토가츠규 폰토쵸 본점에 찾아가서 작년과 같은 메뉴를 주문해 먹었다. 이번엔 다행히 내 앞에 대기 인원도 없었고, 맛도 여전히 변함없이 훌륭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번엔 내가 주문과 계산을 번역기 없이 일본어로 했다는 점 정도?


저녁 식사를 마치고 작년에 가 보려다 자리가 없어서 가지 못했던 산조 스타벅스에 갔다. 운 좋게 발코니 자리가 남아있어 재빨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여름밤이라 그런지 조명 근처에 벌레가 너무 많았다. 또한 경치도 좋긴 했지만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 밤에 카모강변에서 발코니들을 바라볼 땐 너무 아름다웠었는데 직접 발코니에 앉으니 발코니에 비해 카모강이 어두워 오히려 경치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색다른 운치는 있어서 커피를 천천히 마시며 적당히 여유를 즐기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숙소에 돌아오니 거의 10시가 다 되어 있었다. 그래도 중간에 낮잠을 자서인지 크게 피곤하지는 않았다. 이 글을 마무리하고 내일 일정을 고민해 보며 잠을 청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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