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8. 01. 목요일
날씨 : 꽤나 맑은 편이나 무더위는 조금 가심.
아침에 일어나 바로 숙소 근처의 “구로몬 시장”으로 향했다. 구로몬 시장은 오사카를 대표하는 시장으로서 “오사카의 부엌”이라 불린다. 작년 일본 여행 때 한 번 방문한 적이 있어 어떻게 변했는지도 볼 겸 점심 식사를 하러 시장으로 향했다.
오전 10시 반, 아직 점심시간이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구로몬 시장에는 활기가 넘쳤다. 구로몬 시장은 일본의 여러 거리나 상가와 같이 건물 사이에 지붕을 올려놓은 형태의 아케이드형 시장이다. 내가 가 본 일본의 다른 대표적인 시장이 아직 교토의 니시키 시장밖에 없어서 그곳과 비교해 보자면, 니시키 시장보다 보행 공간이 훨씬 넓고 소음도 비교적 적어서 더 쾌적했다. 사람 수는 오히려 구로몬 시장이 니시키 시장에 비해 조금 적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론 인파로 꽉 찬 니시키 시장에 비해 구로몬 시장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경하기에 훨씬 좋았다. 교토의 카모강과 오사카의 도톤보리강 중에서는 카모강의 손을 들어주었다면, 교토의 니시키 시장과 오사카의 구로몬 시장 중에서는 구로몬 시장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구로몬 시장 내에 꽤나 맛있다는 장어 덮밥 가게가 있다고 하여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그곳으로 향했다. 노부부가 운영하시는 가게인데, 내부에 식사할 곳은 없고 포장을 해주면 시장 내 인포메이션 센터 휴게공간에서 먹는 형식이었다. 큰 장어 여러 마리에 소스를 발라 눈앞에서 숯불 직화로 구워 주시는 모습이 꽤나 먹음직스러웠다. 나름 유명세가 있는 가게였는데 아직 한국에서만 유명해진 건지 웨이팅은 거의 없었고 기다리는 손님 몇 팀도 거의 한국인이었다. 더 유명해져서 기다리느라 못 먹어보기 전에 잘 온 것 같다. 장어 덮밥은 훌륭했다. 구성은 단출하여 밥과 그 위에 올려진 장어, 그리고 동봉된 산초 가루가 끝이었고 맛은 어마어마하게 감동적이라 할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대놓고 강하게 입혀진 불 향과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소스맛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이번 여행 중 오늘로써 세 가지 유형의 장어 덮밥을 먹어 보았다. 대중적인 프랜차이즈 식당인 나카우, 나고야 성 근처 고급 식당에서 먹은 히츠마부시, 그리고 시장에서 유명한 맛집까지 골고루 다 먹어 봤는데 순위를 매겨 보자면 나고야 히츠마부시, 시장 장어덮밥, 나카우 순이다. 순위를 매기고 보니 의도치 않게 가격 순이 된 것 같다. 역시 돈은 의외로 무시 못할 정직한 면이 있다.
오후 12시에서 4시까지 일본의 무더위는 교토, 나고야, 오사카를 가리지 않기 때문에 정오가 넘자마자 재빨리 숙소로 돌아왔다. 쉬다가 오후 5시 반쯤 "우메다 공중정원"을 방문하기 위해 숙소를 나왔다. 내가 미리 구매하 둔 JR 서일본 간사이 패스는 말 그대로 JR 노선만 이용 가능하기 때문에 숙소에서 오사카역이나 우메다역까지 가려면 꽤 돌아가야 해서 그냥 버스를 타기로 했다. 버스 정류장은 관광객들이 많은 중심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는데 그 이유인지 관광객이 아닌 현지인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퇴근 시간대였는지 와이셔츠를 입고 서류가방을 든 일본 직장인들로 보이는 분들이 가장 많았고 일본 학생들도 많이 보였다. 도시 속 일본인들의 모습이 서울의 버스정류장 모습과 겹쳐, 순간적으로 일본 현지인들의 일상 속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이런 느낌을 가장 오래 머물렀던 교토가 아니라 가장 관광지 답다고 느꼈던 오사카 난바에서 느끼게 된 것은 정말 의외였다.
정류장에서 내려 10여 분 정도를 걸어가니 우메다 빌딩에 도착했다. 빌딩 입구부터 우메다 공중정원 출입구가 안내되어 있어서 찾아가기는 편했다. 우메다 공중정원은 빌딩의 35층에 있었다. 42층에 있던 나고야의 스카이 프롬나드와 거의 비슷한 높이였다.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발권할 때 나는 주유패스가 있으면 그냥 표를 주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오후 3시까지만 무료입장이고 그 이후로는 무료가 아닌 400엔 할인이었다. 1,600엔을 내야 돼서 깜짝 놀라긴 했지만, 어차피 나는 미리 이 사실을 알았어도 지금처럼 일몰 시간대에 맞춰 찾아갔을 것이라 크게 억울하지는 않았다. 우메다 공중정원은 실내에서 경치를 볼 수 있는 곳과 시부야 스카이처럼 아예 야외 옥상에서 볼 수 있는 곳이 둘 다 있었다. 게다가 우메다 빌딩에 대한 건축적 해설과 건축모형을 볼 수 있는 공간도 있어서 건축학과로써 꽤나 흥미로웠다. 야외 옥상은 시부야 스카이처럼 넓게 정원처럼 있는 느낌은 아니었고 우메다 공중정원의 트레이드마크인 원형 링 형태를 따라 동그랗게 길이 나 있는 형태였다. 공간은 다소 협소했지만 사진을 마음껏 찍을 수 있는 외부 공간이 있다는 점과, 원형으로 되어 있어 모든 방향의 경치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았다. 개인적으로 나고야 스카이 프롬나드보다는 더 좋았고, 시부야 스카이보다는 옥상정원의 규모나 전망대의 시설 면에서 살짝 아쉽지 않나 싶다. 우메다 공중정원까지 왔는데 내 사진이 없는 것이 조금 아쉬워 주변의 한국인 관광객에게 서로 사진을 찍어 주자고 했다. 우리 둘 다 알아서 서로 최대한 잘 찍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사진에 진심인 한국인 다웠다.
우메다 공중정원을 다 본 뒤 내려와서 이번엔 지하철을 타고 난바로 돌아왔다. 원래 어제 숙소 근처에 괜찮아 보이는 이자카야를 하나 발견해 배도 크게 안 고픈 김에 거기서 늦은 저녁을 먹을까 했는데 자리가 만석이었다. 그래서 그냥 편의점에서 먹을 것을 사서 대충 저녁 식사를 해결하기로 하였다. 마침 친구가 일본 편의점에서 반드시 먹어야 한다며 강력 추천하던 모찌 롤 빵이 생각나서 그것도 같이 사 먹어 보았다. 빵이 쫀득쫀득해서 식감이 좋았다. 디저트를 찾아먹는 편은 아니지만 여행 끝나기 전에 생각나면 한 번 더 사 먹어 봐야겠다.
내일은 다시 지역을 옮겨 나라로 향한다. 지난주에 친구가 2박 3일 간 놀러 왔을 때처럼 분명 어제 오사카에 막 도착했다고 했던 것 같은데 어느새 내일 오사카를 떠나게 되었다. 여행에서 2박 3일이라는 시간이 정말 상상 이상으로 짧은 것 같다. 내일 또 복잡한 역들을 뚫고 새로운 지역으로 가야 하기에 빨리 자서 체력 보충을 해 놓아야겠다.
한달살이 Chapter 4. 오사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