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Day 18. 여행도 민첩함이 생명

2024. 08. 03. 토요일

by 서안

날씨 : 오후까지 맑으며 매우 더움. 저녁부터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함.




아침에 일어나 곧장 나갈 채비를 하였다. 오전에는 어제 미처 가보지 못한 나라 사슴공원 내 관광지들을 돌아보기로 하였다. 우선 공원 북쪽에 위치한 “도다이지” 사찰로 향했다. 도다이지는 세상에서 가장 큰 목조 건축물 “대불전”이 있는 불교 사찰로, 현재 일본 화엄종의 대본산이라고 한다. 도다이지 남대문을 통과해 사진을 여러 장 찍은 뒤 대불전에 입장하기 직전에 밖으로 나왔다. 밖에서도 대불전이 보였기 때문에 굳이 비싼 입장료까지 내고 들어가서 가까이서 볼 필요까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목조 건축물 중에선 보기 힘든 규모인 도다이지 남대문과 중문, 그리고 대불전의 웅장한 기념비적 스케일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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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다이지 중문과 대불전

도다이지 사찰을 나와 그 앞쪽에 있는 나라 국립박물관으로 향했다. 박물관에서도 불교 유물과 불상들에 대한 전시를 하고 있었다. 입장권을 사는데 운이 좋게도 대학생은 입장료가 성인 가격의 절반인 350엔이었다. 모바일 학생증과 여권을 보여 주니 할인된 가격에 입장할 수 있었다. 국립 박물관답게 규모가 꽤 컸고, 본관과 신관 두 동의 전시를 모두 볼 수 있어서 좋았다.

IMG_5866.jpg 나라 국립박물관 입구

박물관을 나오니 11시 반쯤이었다. 점심 식사를 하러 어제 갔던 긴테쓰 나라역 상점가로 갔다. 미리 찾아 둔 유명한 우동 가게를 갔다. 점원 분의 추천에 따라 가장 인기가 많다는 냄비 우동을 주문했는데, 가격은 다른 우동의 2배 가까이 되었지만 양도 꽤 많고 새우튀김도 있어 나름 만족스러웠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곧장 숙소로 돌아와 쉬었다. 긴테쓰 나라역과 숙소 사이가 도보로 좀 걸려서 그냥 바로 “호류지” 쪽을 갈까 잠시 생각했지만 도저히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대에 걸어 다닐 용기가 나지 않았다. 3시쯤 숙소에서 나와 호류지로 출발하려는데, 오후 5시까지 인 줄 알았던 호류지 입장 시간이 알고 보니 4시 반 까지였다. 숙소가 있는 사슴 공원과 호류지까지의 거리가 1시간이 넘기에 잘못하면 입장 가능 시간을 넘길 터였다. 깜짝 놀라 재빨리 호류지까지 이동해서 4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호류지에 도착했다. 무더위에 지쳐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매표소에 가서 직원분들께 내 모바일 티켓을 보여 드렸더니 갑자기 직원분들이 당황스러워하셨다. 영어를 할 줄 아시는 다른 직원분이 오셔서 내게 설명해 주신 바에 따르면, 모바일 티켓은 여기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호류지 i-센터”에 가서 실물 티켓으로 교환해와야 한다고 하셨다. 그 당시 시간은 오후 4시 15분이었고, 4시 30분에 입장 마감이라며 가능하겠냐고 물어보시는데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맥이 풀렸다. 하지만 나라에 와서 호류지를 안 보고 가는 것은 말이 안 되었고 오늘이 나라에서의 마지막 날이었기에, 한번 시도해 보겠다 하고 매표소를 나왔다. 날씨는 너무 더웠고 햇살은 마치 하늘에서 레이저를 쏘는 것처럼 매서워서 뛰다간 큰일이 날 것 같아 가능한 빠른 걸음으로 i-센터를 향해 걸었다. 도보 10분 거리를 5분 만에 뛰듯이 걸어 도착하니, 센터 직원분도 나의 행색을 보고는 대충 상황을 파악하셨는지 짧은 일본어를 바로 이해하시고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재빨리 티켓을 교환해 주셨다. 너무 힘들었지만 마치 무슨 예능 미션 수행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웃겼다. 다시 발바닥에 불나듯 걸어가서 호류지 매표소 앞으로 갔더니 직원분이 매표소 입구에 마중을 나와 계셨다. 티켓을 내밀었더니 놀라시면서 크게 웃으셨다. 시간을 보니 4시 26분이었다. 나도 웃으며 직원분께 “야리토게마시타(해냈습니다)!”라고 했더니 어깨를 토닥여 주시며 “Enjoy your temple”이라고 하셨다. 관광지 하나 구경하는 게 이렇게 박진감 넘치는 일이 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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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류지 입구

도다이지가 가장 큰 목조 건축물이라면 호류지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로, 일본 최초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일본 성덕종의 대본산이다. 오늘 내가 둘러본 곳은 5층 목탑과 금당이 있는 호류지의 “서원”이었다. 고생해서 입장한 보상을 받으려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해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임에도 그 정교함과 큰 규모가 놀라웠다. 포기하지 않고 고생해서 입장한 보람이 느껴질 정도의 가치가 있는 문화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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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류지 서원의 5층 목탑과 금당

호류지 방문을 마치고 곧장 JR나라역으로 되돌아왔다. 원래는 내 모바일 티켓이 호류지를 포함해 근처 4개 사찰을 다 입장할 수 있는 티켓인데 대부분 입장 가능시간이 지났고, 무엇보다 너무 지쳐 그냥 돌아오기로 하였다. JR 나라역에서 사슴공원까지 가는 버스를 탈까 하다가 갑자기 나라 시내 구경이 하고 싶어서 걸어가기로 하였다. 걷기엔 조금 먼 거리라 지금까지는 항상 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나라 시내는 오늘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차들이 다니는 큰 차도 말고 상점가들이 있는 보행로를 걸었는데 길이 상당히 예뻤다. 오후 6시가 다 돼 가는 시간이라 더위도 조금 사그라들었고, 사람들도 엄청 많지 않아 평화로운 분위기를 느끼며 걸을 수 있었다.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IMG_5895.jpg 나라 시내 보행로

다시 긴테쓰 상점가로 돌아와 저녁 메뉴를 고민하다가 또 맥도날드를 갔다. 일본여행을 한 지 2주가 넘어가니까 요새 왜 이렇게 맥도날드가 먹고 싶은 지 모르겠다. 일식을 계속 먹다가 가끔 맥도날드를 가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더운 날씨에 시원한 콜라가 생각나면 동시에 햄버거도 같이 생각나는 점 또한 맥도날드를 찾는 이유가 될지도 모르겠다. 너무 지치고 더웠던 탓에 이번엔 햄버거 세트에 샐러드 추가 대신 콜라를 한잔 더 추가했다. 시원한 콜라를 충분히 마시니 몸이 좀 회복되는 느낌이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비가 오기 시작했다. 일기예보 상 내일부터 비가 온다고 했는데 한발 빠르게 오나 보다. 다행히 장대비는 아니고 이슬비나 가랑비 정도였기에 굳이 우산을 새로 안 사고 그냥 걸어왔다. 이번 여행 동안 나고야에서 20분 정도 잠깐 가랑비가 내린 것 말고는 비가 아예 안 와서 몰랐는데, 비가 오니 일본의 습기가 무엇인지 제대로 체감되었다. 맑은 날은 서울과 일본 둘 다 엄청난 무더위 때문에 습도의 차이는 크게 체감되지 않고 거의 똑같이 덥다. 그런데 비가 오니까 습도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서울은 비가 오면 비에 젖어서 축축하다 이런 느낌은 있어도 습도가 느껴질 만큼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은데 일본은 비가 오면 아마존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정말 안갯속을 걷는 정도로 습도가 체감되며, 특히 공원 등 나무가 많은 숲 속에선 정글 속을 걷는다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숙소에 도착할 때까진 많은 비가 내리지 않았지만 벌써 내일이 걱정된다.


숙소에 돌아와 비와 땀에 젖은 몸이 마르기 전에 빨리 샤워를 하였다. 공용 샤워장이었지만 생각보다 불편하진 않았다. 몸이 피곤해서 마냥 따뜻한 물이 반가웠는지 샤워를 끝내고 에어컨 바람을 쐬니 너무 상쾌했다. 내일 다시 교토로 돌아가 마지막 여행을 하는데, 긴 여행의 마무리를 잘할 수 있도록 날씨가 끝까지 내 편을 들어주었으면 좋겠다.


한달살이 Chapter 5. 나라 끝
남은 경비

현금 49,615 엔

카드 55,7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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