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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안 Aug 20. 2024

[교토] Day 4. 익숙해진 동네 눈에 익혀두기

2024. 07. 20. 토요일

날씨 : 구름이 많은 편이나 흐리다고 말하긴 어려움. 하늘이 우중충하지 않고 아름다움.




오늘은 오전 9시쯤 알람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났다. 어제보다 1시간 일찍 알람을 맞춰 놓은 것은 내가 이번 여행의 생활패턴을 좀 조정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나는 앞서 이틀 간의 일정을 통해 정오부터 오후 3시 정도까지는 너무 더워 빨리 지친다는 것을 확실히 체감했다. 그래서 아예 ‘오침’ 개념을 도입, 오전 9시쯤 일어나 12시까지 간단한 오전 일정을 마치고 점심식사를 한 뒤 숙소에 돌아와 4시까지 쉬거나 짐 정리 및 빨래 등 정비를 하고 4시부터 밤까지 오후 일정을 하기로 하였다. 비교적 일정이 빠듯하지 않은 장기 여행에서는 나름 괜찮은 계획인 듯하다.


이번 여행 중 처음 교토에서 머무는 앞의 4박 5일간은 교토의 새로운 관광지를 다니기보다는 지금 숙소가 위치해 있는 교토의 중심 거리인 산조와 시조 거리, 그리고 카모강을 제대로 다시 돌아보고자 한다. 오전 10시쯤 숙소를 나와 이른 점심을 먹으러 갔다. 무엇을 먹을까 하다가 눈에 띄었던 “나카우”에 가서 장어 덮밥을 주문했다. 나카우는 우리나라의 김밥천국과 같이 다양한 덮밥과 일본 가정식들을 저렴하게 파는 체인점이다. 어제부터 일본식 장어덮밥인 우나기동을 꼭 먹고 싶었는데 마침 나카우 벽에 1,100엔짜리 장어덮밥 광고가 붙어 있어서 바로 주문하였다. 지금까지 본 다른 우나기동 식당들은 대부분 가격이 2,500엔을 넘어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솔직히 주문 후 음식을 기다리면서도 1,100엔인 데는 이유가 있겠지 하는 불안함에 쌓여 있었는데 막상 음식이 나오니 비주얼과 맛 모두 기대 이상이었다. 장어도 아주 부드럽고 맛있었으며 양도 적지 않았다. 여행 전, 교토의 수많은 맛집들을 미리 조사했을 때 나카우에서 이렇게 만족할만한 식사를 하게 될 줄은 몰랐었다. 다음 주에 교토에 다시 오면 꼭 한 번 더 가봐야겠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산조와 시조를 연결하는 거리 중 메인 쇼핑 스트리트인 카와라마치 거리를 쭉 걸어 보았다. 이곳은 영락없는 대도시 번화가의 모습이었다. 여러 큰 건물들과 가게들이 쭉 늘어져 있었고, 관광객들을 위해 캐노피 형태의 지붕이 인도를 쭉 덮고 있었다. 일본 대도시의 상징 돈키호테와 고급 식당, 백화점, 노래방 등도 있었다. 내가 교토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렇게 다양한 모습을 한 번에 볼 수 있어서이다. 주택가 골목길의 따뜻하고 감성적인 모습, 테라마치와 신쿄고쿠 거리의 관광지다운 모습, 시조 거리와 카와라마치 거리의 대도시 번화가다운 모습, 산조 거리와 기야쵸 거리의 젊고 시끄러운 유쾌한 모습,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중심을 잡아주는 카모강과 그 강변의 모습까지. 하나의 도시가 이토록 다양한 매력을 뿜어내고, 그것들이 교토의 짙은 역사성과 문화재들 속에서 조화되니 나로서는 교토에 반하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지인들에게 교토 방문을 강력하게 권하는 이유다. 

산조와 시조 거리 사이 카와라마치 거리

계획대로 숙소에 돌아와 쉬다가 5시가 되기 조금 전 다시 숙소를 나왔다. 점심을 일찍 먹은 탓인지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오늘 저녁은 미리 알아둔 일본식 카레 가게를 가려했으나, 오픈 시간도 조금 애매하고 대기 인원도 좀 있어 보였던 탓에 포기하고 다른 것을 먹기로 하였다. 짧은 고민 끝에 그냥 오늘이 교토 첫 주 마지막 밤이니 구경도 더 다닐 겸 여기저기 다니면서 조금씩 먹기로 했다. 첫 번째로 간 곳은 꽤나 고전적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술집 겸 식당이었다. 한국에서는 술집과 식당 중간쯤 되는 곳을 요리주점이라 하는데, 한국의 요리주점과는 그 느낌이 매우 달랐다. 손님들은 주로 장년층 분들이었으며, 실내 흡연이 가능한 식당이었다. 하지만 애초에 이 식당을 찾을 때 대부분 현지인들이 많이 가는 곳이란 설명을 보고 간 거라 별 문제가 되진 않았다. 오히려 지금껏 가본 식당들과 달랐기에 분위기는 꽤나 매력적이었다. 음식을 조금만 시켜서 금방 먹고 나왔는데, 계산대에 계신 할머니가 음식계산을 주판을 이용해서 하시는 것이 좀 충격적이었지만 너무 신선했다. 두 번째로 근처의 타코야끼 가게에서 타코야끼를 사서 카모강에 가서 먹었다. 어제 간 니시키 시장에서는 타코야끼를 거의 한 알당 100엔 가까이에 팔던데 이곳은 8알에 500엔이었다. 진작 여기서 사 먹을걸 그랬다. 

카모강에서 바라본 산조역

카모강에서 타코야끼를 다 먹고 좀 걷다가 화장실을 가려했는데 주변에 화장실이 없었다. 일본은 거리에 쓰레기통과 공공화장실이 거의 없다. 물론 서울도 길가에 쓰레기통이 많이 없긴 하지만 일본만 못한 것 같다. 화장실도 서울처럼 적당히 큰 공공건물의 화장실을 개방해 두거나 공공화장실을 많이 설치해 둔 것이 아니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로 맥도날드 화장실을 이용한다. 일본 여행 중에는 어떤 것을 구매하던 쓰레기가 가능한 나오지 않는 것을 구매하고, 식당, 카페 등에 방문했을 때 꼭 미리 화장실을 사용하고 가는 것이 좋아 보인다.

마지막은 숙소 근처의 여행 첫날밤에 갔던 곳과는 다른 이자카야를 갔다. 곳이다. 다음 주에 머무르는 교토 숙소는 지금 숙소와 거리가 꽤 있는 고조 거리 근처여서 숙소를 옮기기 전에 한번 가보자는 생각이었다. 이자카야 후기가 좋아서 기대를 했는데, 기대를 충족할만한 맛과 분위기였다. 직원분들도 유쾌하고 음식도 꽤나 맛있었다. 다음 주에도 생각나면 다시 방문할 생각이다.


내일은 나고야로 가는 날이다. 찾아보니까 고속열차를 안 타면 교토에서 나고야까지 3시간이 넘게 걸리던데 걱정이 크다. 내일 일찍 일어나서 빠르게 체크아웃 준비를 해야겠다.


한달살이 Chapter 1. 교토 끝
남은 경비

현금 140,057 엔

카드 230,0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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