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처럼 지나가는

by 낑깡이

목이 좀 불편하다 싶더니 감기에 걸렸다.

한동안 기운이 없고 나을 듯하다가 다시 심해져서 꽤 오랜 기간 아팠다.

가볍게 대처했더니 오래 앓았다.

그 뒤로는 방심하면 또 아플까 봐 외출할 땐 마스크와 목도리를 꼭 챙겼다.

계절마다 한 번씩 지나간다.


우울하고 무기력한 마음도 감기처럼 찾아온다.

이유 없이 감기에 걸리듯 우울한 마음도 그렇게 찾아온다.

평온한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잊을만하면, 이젠 다 이겨냈다고 방심했을 때 다시 날 찾아와 괴롭힌다.


다시 잠을 못 자기 시작했다.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없이 이어진다.

몸이 피곤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어도 , 잠이 오는 걸 참다가 가장 졸릴 때 눈을 감아도 이리저리 뒤척이다 결국 다시 눈을 뜬다.

아침엔 알람이 울리기 몇 시간 전에 눈이 떠진다.

다시 잠을 청해 보지만 그럴수록 정신이 또렷해진다.

어느덧 창가로 들어오는 햇살에 방이 밝아지고, 분주한 아침 소리가 들려오면 그만 포기하고 일어난다.


대비하지 않으면 조금씩 다가오는 파도에 대책 없이 휩쓸리고 만다.

이제는 헤엄치는 법을 조금 배웠다.

잠을 못 잤어도 아침엔 일어나 씻고 나갈 준비를 한다.

방문을 열고 나가는 것만으로도 나를 괴롭히던 생각에서 벗어나게 된다.

세수를 하고 잠이 좀 깨면 개운함과 상쾌함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던 무거운 마음들이 씻겨 나간다.

밥을 먹고 외출까지 하면 바다에 빠지지 않고 파도를 지나갈 수 있게 된다.


별거 아닌 일상이 나를 지켜준다는 걸 알기에

나는 오늘도 침대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감기가 낫듯이

조금 오래 앓아도 지나갈 테니까.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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