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걸려도 가볼래

by 낑깡이

나는 직장 생활과 잘 맞지 않는 사람인 것 같다.

십 년 정도 해보니 이제야 인정하게 되었다.


돌이켜 보면 첫 직장 생활이었던 인턴 때부터 그랬다.

나는 연극이 좋았다.

하루 종일 연습에 매진하며 지내는 건 겁나지 않았지만

빈곤한 생활은 무서웠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예술 타령이나 들어줄 만큼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도 않았다.


공연장에서 일을 하면 적당한 거리에서 타협하며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게 더 괴로운 일이었다.


그래서 더 멀리 도망쳤다.

계속할 수 없다면 아예 관련 없는 일을 하며 잊어버리자 했다.

꿈보다는 적당한 타이틀과 안정적인 수입이 필요했다.


사회생활은 생각보다 잘했다.

그래서 나는 직장과 잘 맞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도 계속 내 자리가 아닌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 직장에서 나를 버티게 해 준 건 글쓰기였다.

퇴근 후 글 쓰는 시간이 제일 행복했다.

공모전을 준비할 때는 잠도 안 자고 글을 쓰기도 했다.

새로운 꿈이 생기고,

최종 목표가 회사가 아니라는 게 내 숨통을 트여 주었다.


그동안은 포기했던 꿈을 다시 채워주는 것이 없었다.

애써 부정하며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대단한 예술가도 아니면서 놓지 못하는 게 우습다고 생각했다.


이리저리 가봤지만 포기가 안 된다.

나는 결국 내 자리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

우스운 모습이어도 , 가고 싶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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