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비

by 낑깡이

비가 내리는 공휴일이었다.

이런 날 집에만 있는걸 나는 좋아하지만 엄마가 마음에 걸렸다.


평소 엄마는 동네 지인분들과 산책을 하고 삼삼오오 모여 시간을 보낸다.

비가 오는 날이면 그런 모임은 암묵적으로 취소된다.

나는 하루 종일 집에 있는 것이 하나도 답답하지 않은데, 엄마는 늘 힘들어했다.

쉬는 날 어디라도 가자고 하는 엄마가 귀찮고 싫은 적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엔 내가 먼저 제안했다.


엄마는 볼 수 없으니까.

그래서 엄마가 영화관에 가는 건 떠올려본 적이 없다.

집에서 드라마를 틀어놓고 소리를 듣긴 하지만 영화관은 사람들도 많고 이런저런 핑계로 그랬던 것 같다.

어느 날 엄마가 영화관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아무렇지 않게 "가면 되지 언제 갈까?"라고 했지만 사실 좀 놀랐다.

영화를 온전히 다 이해하긴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엄마는 대사를 듣고 웃기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그 뒤로 종종 엄마를 데리고 영화관에 가야겠다 생각했지만 이번이 겨우 두 번째다.


영화를 보며 엄마에게 잘 전달되고 있는지 신경 쓰여 자꾸 옆을 바라봤다.

영화가 끝난 뒤에는 음악만 흘러가던 장면이나, 인물의 표정이나 행동만으로 넘어간 부분들을 설명했다.

나는 엄마가 영화 내용을 이해하는데 신경을 썼지만 엄마는 영화관 외출 자체가 좋은 것 같았다.


엄마는 어린아이처럼 들떠 있었다.


그런 엄마와 함께여서일까.

비 때문에 차가 밀려도,

주차장이 복잡해도,

비를 맞아 옷이 젖어도

괜히 웃음이 났다.


외출을 한 김에 외식도 했다.

엄마랑 밖에서 식사를 하면 익숙한 곳이 아니어서 내가 하나하나 다 챙겨야 한다.

그래서 나는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른 채 엄마가 잘 먹고 있는지만 살핀다.

이럴 때면 내가 엄마고 엄마가 내 아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기였던 나를 엄마도 이렇게 챙겼겠지.

엄마도 참 어린 나이었는데.


영화를 보고, 외식을 하고, 카페에 가는 일은 나에겐 흔하고 평범한 하루다.

엄마는 내내 웃고 있었다.

다음날에도 엄마는 어제는 모든 게 다 좋았다고 다시 말했다.

엄마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 이렇게나 쉬운 일이었는데, 알면서도 하지 않았다.

친구들이 좋았고, 애인이 좋았고, 내 휴식이 더 중요했다.

나중에 돈을 많이 벌어서 그때 효도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엄마의 외로움을 알아주는 것

엄마를 웃게 만드는 것

어쩌면 이런 작은 하루가 엄마가 바란 행복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엄마를 바라보는 나도 어느새 웃고 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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