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은 아니고요, 구경꾼입니다만

떠난 후에도 남은 마음들

by 렌토

이 글은 실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하지만, 특정인을 짐작할 수 없도록 일부 설정은 각색되었습니다.



탈덕한 지 1년 반, 나는 다시 팬카페에 가입했다.

그리고 애써 외면하던 그 이름을 매일같이 검색한다.

응원이 아닌 기록을 위해서.

무너지는 무대, 텅 빈 객석, 사라지는 박수.

그 모든 걸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 오늘도 열 손가락은 멈추지 않는다.


요즘 나의 하루일과는 단순하다.

오후 업무 중 여유시간이 생기면 어김없이 그의 이름을 검색한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블로그, 팬카페까지. 예전에는 일도 미루고 검색에 매달리는 게 일상이었지만, 이제는 루틴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혹시 오늘은 해체 기사가 떴을까?’

‘드디어 무슨 일이 터진 건 아닐까?’

기대감을 가득 안고 새 소식을 확인하지만, 놀라울 만큼 조용하다.

조용하다 못해, 생사를 걱정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참 아이러니하다.

예전에는 굳이 찾아볼 필요가 없었다.

하긴, 모든 정보와 자료의 출처가 전부 나였으니 그럴 수밖에. 내가 올리지 않으면 세상 어디에도 없는데, 검색이라니.

그때도 많진 않았지만,

지금은 더 찾기가 어렵다.

함께 활동하던 모든 팬 계정은 전부 문을 닫았고, 공식 계정에도 침묵만이 흐른다.

하루 종일 검색해도 새 소식은 고작 1~2개뿐.

활동하고 있는 게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몇 달 전 티켓팅도 참담했다.

3년 전만 해도 피켓팅 끝에 겨우 잡았던 1열이, 지금은 터치 몇 번이면 손쉽게 예매 가능하다.

평일 공연은 20장도 팔지 못해서 판매 부진으로 일부 회차는 취소되기도 했다. 적막만 흐르는 공연장이 상상되는, 참 안타까운 티켓팅 현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새 팬을 모으고 싶다고, 새로운 곡으로 활동을 열심히 하고 싶다고 말한다.

있는 팬도 지키지 못하면서 새 팬을 기대하다니.

아직도 분수에 맞지 않는 큰 꿈을 꾸고 있나 보다.


한때 객석을 채우던 사람들.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갔다.

퇴근길의 맥주 한 캔, 여유로운 주말, 잔잔한 일상 속 작은 행복까지.

당신에게 바쳤던 모든 시간들은 각자의 삶 속에서 새로운 추억으로 덧씌워졌다.

당신이 없어도, 내 세상은 아무 문제없다.


그러나 당신은 다르다.

우리가 떠난 자리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것이다.

새로운 팬도, 박수도, 함성도, 진심도, 그 어떤 것도.

당신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여전히 희망회로를 돌리고 있을까?


아마 꿈에도 모를 테지만, 현재 당신에게 가장 관심을 두는 사람들은 우리뿐이다.

탈덕한 우리.

더 이상 팬이 아닌, 구경꾼들.

팬이었던 시절에도, 떠난 지금도,

여전히 우리만 당신을 걱정하고 있다.

분명 사랑이었는데, 남은 건 관찰과 조롱뿐이다.


결국 가장 가까이 있던 우리가 구경꾼이 되어 그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중이다.

박수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이, 박수를 보내던 손을 그렇게 쉽게 무시하더니.

이게 바로 그 대가일까.


우리는 여전히 그의 곁에 머무른다.

스스로 판 함정에 빠져 허우적대는 그를, 흥미롭게 바라보며.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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