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북, 윈도우 노트북

40대의 스타트업 생존기

by 레오

첫 출근은 판교역의 공유오피스였다. 막 창업한 스타트업이 사용하기에는 과분한 시설의 공유 오피스인데 첫 시작을 조금 여유로운 공간에서 시작하고 싶다는 대표의 바램으로 다소 좋은 시설과 넓은 공간을 사용하는 공유 오피스에서 창업했다고 했다.


비용이 많이 나갈 것이 조금 걱정되긴 했지만 일단 몇달 지나고 생각해보겠다는 대표의 얘기에 걱정은 일단 접어두기로 했다. 출근 전에 장비를 세팅해놓겠다고 윈도우 노트북과 맥북 프로 중에서 선택하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집에서는 맥북프로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전 직장에서의 경험에서 생각해볼 때 HWP 를 쓸 수도 있고, 윈도우 환경의 웹브라우저에서 QA도 필요할테고, 정부 지원 사업 등 관련해서 공공기관의 사이트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윈도우 노트북으로 준비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첫번째 출근날, 대표와 CTO 를 처음 만나게 됐고 조금 어색했지만 반가운 마음으로 잘해보자는 마음으로 함께 얘기하고 현황을 들으며 점심을 먹고 준비해준 장비인 델 노트북을 세팅하면서 하루를 보내고 극 초기 스타트업에서의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2~3일쯤 지났을까. CTO가 다른 얘기를 하다 농담처럼 “윈도우 노트북 쓰는 분은 정말 오랜만에 보네요”라고 했다. 그 말을 듣던 대표가 “그러니까요, 장비 물어보니까 윈도우 노트북으로 해달라기에 저도 놀랐다니까요”라고 덧붙였다.


순간 ‘윈도우 노트북을 쓰면 왠지 올드해 보이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나만의 자격지심이었지만, 팀에서 나이가 가장 많았던 터라 괜히 더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올드해 보이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무의식적으로 방어기제가 작동했던 것 같다.


‘저도 집에서는 맥북 프로 쓰거든요.’ 라고 괜한 변명 아닌 해명을 했더니, 대표는 그렇다면 맥북프로로 바꾸시겠냐고 바꿔도 괜찮다고, 어차피 윈도우 노트북이 공공기관 사이트용으로 하나 필요했으니 내가 원하면 맥북프로로 교체해주고 윈도우노트북은 약간 공용 노트북 느낌으로 사용하겠다고 했다.


‘네, 그렇다면 맥북프로로 기기 변경할께요‘ 라고 했고 며칠 후 맥북프로 를 받을 수 있었다.


사실 회사 업무에서 맥북을 쓴 적인 없었다. 집에서 개인적인 용도로만 맥북을 사용했을 뿐. 그러다보니 단축키 같은 세세한 사용법에서 윈도우에 비해서 조금 덜 능숙했던게 사실이었고 업무 초반에는 효율이 약간 떨어지기도 했다. 웃기는건 나이와 상관 없이 자격지심과 약간의 허세(?)는 있던 건지, 어떻게 생각하면 별 것도 아니지만 맥북을 안쓴다는 것에 대해서 얘기를 듣는다는게 싫었고 다행스럽게도 애플 매니아에 가까웠던 (내 첫 PC는 애플IIe /호환/ 이었다.) 나로서는 집에서 뿐만 아니라 회사에서도 맥북을 사용하는 생활로 전환되는 계기가 됐다. (안타깝게도? 현재 회사에서는 회사 정책상 다시 윈도우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다.ㅎ)


최근에 어느 커뮤니티에서 우스개 소리로 본 스타트업의 특성 중 하나가 윈도우보다 ‘맥북‘을 사용한다는게 있었다. 물론 일반화 시킬 수 있는 얘기인지는 모르겠다. 내가 모든 스타트업을 다 다녀보면서 직접 경험한 것도 아니고, 적절한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본 것도 아니니까.


어쨌든 업무용으로 사용할 때 프로덕트매니저로서 개인적으로 체감한건 맥북을 사용할 때 이런 장점이 있었다.


1) 상대적으로 체감 속도 빠름

2) (개인적인 스타일이지만) 여러개의 창, 프로그램을 띄워놔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빠른 성능 유지

3) UX, UI 상 참고하고 싶은 화면들 많음

4) 그냥 기분이 좋음 :)


업무 효율이 높아진 느낌이라 개인적으로 좋긴 하지만, 솔직히 윈도우 노트북을 업무를 못하는건 아닌 상황에서 극초기 스타트업에서 윈도우 노트북에 비해서 2배 가까이 하는 맥북을 장비로 사용하는게 비용 효율화 측면에서 과연 적합한가 인가 하는 생각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무 효율화 및 개인의 의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준 그당시 대표의 작은 결정에 대해서 지금 생각하면 매우 고마운 것도 사실이기는 하다.


내가 스타트업을 창업한다면? 글쎄, 아무래도 성향상 어느 정도 재무적으로 안정화 될 때까지는 비용에 더 신경쓸꺼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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