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의 UX, UI 그리고 완성도

40대의 스타트업 생존기

by 레오

창업자겸 대표이사였던 그는 오랜 직장 생활을 했었지만 IT 업계나 개발 관련 직군에서 일한건 아니고 콘텐츠 관련 업종에서 제작과 사업 관련 일을 하던 사람이었다. 본인이 일하면서 느꼈던 불편함과 문제를 IT 기술로 해결해보겠다는 열망에 창업을 했고, 내가 합류할 때까지 아주 구체적으로 BM 및 프로덕트가 확정된건 아니었지만 콘텐츠 관련 협업툴로 방향성이 모아져 있었다.


대표의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시작한 사업이었고, 시작부터 공동창업자로 합류한건 아니었기도 하고 콘텐츠 제작 관련 산업에 대해서는 다소 무지했던바도 있어서 그가 생각하던 산업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견 없이 100% 수용했고 다만 이를 어떻게 유효하게 제품화하고 시장에 접근하느냐는 관점에 더 집중하는걸로 마음 먹었다.


합류 시점 기준으로 그 때까지 진행된 상황을 확인해보니, MVP를 제작하고는 있는데 진도가 다소 안나가고 있던 상황이었다. 외주로 UX, UI 디자인은 해놨고 이를 바탕으로 GCP 과 Vue.js 기반으로 웹앱을 개발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일단 기본적인 UX, UI 디자인까지 나와 있던 상황이었기에 초반에 추가적인 기능을 제안한거나 새로운 UX를 설계할 단계는 아니었었다. 다만 세부적인 서비스 정책, 디테일한 피처 등은 계속 만들어가야하는 상황이었다.


세부적인 정책, 꼭 필요한 필수 기능 들을 정리하고나니 얼추 MVP 로서의 기본적은 형태는 만들어져갔기에 이제 언제 서비스를 오픈할지를 정해야하는 상황이었던 어느 날 대표가 얘기 했다.


‘레오, 기존에 디자인한 UX, UI 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요. 이대로 프로덕트를 오픈하기에는 제가 납득이 안될 것 같아요. UI가 미적으로 뛰어나지도 않고 UX도 불편한게 너무 많아요. 라이트모드인 것도 콘텐츠 제작하는 사람들한테는 적합하지 않을 것 같구요. 이 버전은 일반 사용자에게는 오픈하지 말고 제가 전 직장 포함해서 영상콘텐츠 제작업에 종사하는 일부 지인들에게만 알리고 피드백을 받는 용도로만 사용할께요. 우리는 다크모드 중심으로 UX, UI 를 다시 만들고 부족한 공통 기능 (가입, 인증, 커뮤니케이션)위주로 다시 만들죠. 그러면서 모바일 앱도 만들어야겠어요.‘


순간 솔직히 좀 당황했다. 이 시점은 내가 합류한지 정말 얼마 안되던 시점이었고, 회사의 재무 측면에서는 아직 시드 투자를 받아야하는 상황(투자를 받지 않으면 런웨이가 1년 정도 밖에 안되는 정말 극초기였다.)이었으며,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 4번째 팀원으로 쥬니어 개발자를 이제 막 뽑으려는 시기였다. 프로덕트의 UX, UI 디자인을 전담해줄 디자이너는 팀에는 없었다.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이미 외주 디자인으로 비용을 태운 것도 있고, 지금까지 개발하느라 시간이 지나온걸 감안하면 UX, UI를 전면적으로 갈아 엎는 것보다는 다소 아쉬운 점이 있더라도 일단 MVP를 내놓고 피드백을 받아가면서 점진적으로 피처를 추가하고 UX, UI 를 개선해나가는게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모바일 앱은 개발리소스가 부족한 상태이므로 선택과 집중을 위해서 지금은 개발을 잠시 보류하고 이후에 적절한 시점을 다시 생각해보는게 좋지 않겠냐는 생각에 의견을 전달했다.


결론적으로 UX, UI 디자인을 다시 진행해새서 개발하기로 했다. 외주로 UX, UI 디자인을 진행하면서 기본적인 화면 설계에서부터 대표의 의도가 많이 반영되지 않은 점들이 있었고 대표 입장에서는 제품의 완성도가 지인들에게 보여주고 알리기에도 너무 아쉬운 수준이라고 생각한거다. 모바일 앱도 꼭 필요하다는 대표의 주장이 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아직 시기상조이고 리소스를 분산시키는건 피하자는 의견이 받아들여져서 앱 개발을 다음에 진행하기로 했다.


이미 어느 정도 만들어져 있는 UX, UI를 전면전으로 개편하는건 꽤 많은 비용이 든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비용은 대부분 시간이다. 그리고 UX, UI 를 전면적으로 개편한다는건 제품의 일부를 조금씩 바꾼다는게 아닌 제품 내 모든 화면과 피처의 변경을 의미 하기 때문에 애자일하게 점진적으로 진행하기 쉽지 않고 전체를 설계하고 개발을 진행하는 워터폴 방식으로 해야하기도 하다. 더군다나 완성도를 요구하게 되면 조금씩 점진적으로 출시하고 검증하고 개선해나가는 프로세스를 바로 진행하기 어렵고, 완성도에 대해서 만족하는 순간까지 기획과 설계에 시간을 계속 투입해야되기도 하다.


MVP는 사용자가 이용하기위한 최소한의 기능을 제공해야한다. 그런데 여기서 UX, UI의 완성도를 높이려고 드는 순간 시간이 더 투입될 수 밖에 없고, 생각했던 가설들이 유효한지 검증할 타이밍이 계속 늦춰지게 된다. UX, UI 가 제품의 완성도에 매우 크게 영향을 주는 요소가 맞지만, 제품의 비즈니스의 단계에 따라 적절한 선을 잘 지키면서 개선해야 한다. 프로덕트매니저가 UX, UI 를 잘 알아야 하는 이유는 이러한 중요성을 잘 이해해야 프로덕트의 성장 주기에 맞는 UX, UI 기준을 세울 수 있고 비용 효율적으로 프로덕트를 성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이 당시에 그러한 점을 충분히 설명하고 의사결정권자를 더 설득했어야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나 스스로 다소 아쉬웠던 점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하고, 다른 팀원들의 의견을 더 하나로 모아서 조금 더 효율적으로 갔으면 좀 더 전체 비즈니스 속도로 빨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대표의 의견이 확고할 경우에는 설득하기가 쉽지 않긴하다.)


** UX, UI 개선은 그해 5월부터 개편하기로 시작했고 그해 11월에 런칭할 수 있었다. 극 초기 스타트업의 시간 중 6개월이 사용됐고, 11월부터 우리는 본격적으로 사용자를 모집하고 투자를 유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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