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의 스타트업 생존기
스타트업에 합류했을 시점은 코로나가 전세계적으로 확산이 시작되던 즈음이었다.
코로나라는게 세상에 알려지고 빠르게 위기감이 조성되던게 1~2월이었고, 3~4월 부터는 전면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며 마스크 품절 대란이 일어나기도 하고 코로나에 대한 위기감이 더더욱 증폭되던 시기로 기억한다.
스타트업에 합류했던 시점이 4월이었는데 그 때부터 이미 코로나는 세상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고 확진자수가 계속해서 늘어가고 있었으며 종교단체 이슈, 이태원발 확진자 대폭 증가 등 나날이 코로나에 대한 위기의식과 두려움이 늘어가던 때였다.
첫 입사 하고는 판교역에 있는 공유 오피스에 출근했었는데 공유 오피스 중에서도 상당히 넓은 공간과 쾌적인 공유 공간과 시설이 있던 곳이어서 사무실 환경 자체는 꽤 괜찮은 곳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의 좋은 공간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코로나 이슈는 전국 아니 전세계를 심각하게 만들고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으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직장은 재택근무가 권고되었고 8월에는 급기야 집합금지 조치가 나오기도 했었다.
재택근무라는걸 그 때까지 해본 적도 없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는데 이러한 사회적 현상(?)으로 인해서 우리 회사도 재택근무를 하는걸로 얘기가 진행됐다. 그당시 개발자를 2명 더 채용해서 총 5명이 재직중이던 상황이었고 대면 근무를 하면서 이제 막 서로의 합을 맞추고 공감대를 형성하던 시기였지만 어쩌겠는가, 그 당시에는 재택근무를 하지 않으면 코로나를 걸리게 되고 그렇게 되면 격리를 하게 되고 아예 업무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며 가족에게도 피해가 갈 수도 있다고들 생각되서 재택근무가 유일한 해결책으로 생각됐던게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의보다는 외부 환경 때문에 재택근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재택근무를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기위해서 준비해야할 사항도 있었고, 재택근무를 하기 위해서 익숙해져야하는 사항들도 있었다.
- 업무 환경 구축
- 업무 공유 체계
- 회의 방법
- 근무시간, 근태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를 하긴까지는 업무 환경, 사무실 공간에 대해서 그렇게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재택근무를 하게 되니 바로 신경이 쓰게 되는 부분이었다.
일단, 집중해서 업무를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집에서 가족과 분리되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곳이 필요했고 그래서 PC가 있던 방의 배치를 조금 바꾸게 되었다. 그리고 그당시 집에서는 맥북만 사용하고 별도의 모니터는 따로 사용하지 않았는데 재택근무를 위해서 집에도 27인치 4K모니터를 샀다. 장시간 책상에 앉아서 일해야되기 때문에 키보드, 마우스도 조금 더 업무에 편한걸로 바꾸고 노트북 받침대도 샀다. 사실 집에서는 거의 맥북프로 하나만 (마우스도 없이) 썼었지만, 이 때를 기점으로 업무에 필요한 장비를 집에도 다 갖추게 되었다.
나는 집에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사용할 별도의 방이 있어서 그나마 좀 나았다고 생각되는데, 원룸에서 혼자 사는 친구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공간이 그렇게 넓은거 같지는 않아서 조금 불편함이 있는듯 했다. 생각해보니 예전에 원룸에서 혼자 살았을 때 재택근무를 하게 됐다면 모니터를 쓰는데 조금 불편함이 있었을꺼 같기도 하고 일하는 공간과 쉬는 공간이 분리가 안되서 아쉬웠을꺼 같기도 하다. 하루종일 집에 있어야 하니 답답함도 있었을 듯 싶었고. 공간이 좋다고 일을 무조건 잘하는건 아니지만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데 공간이 주는 효용이 제법 있다는걸 실질적으로 느끼게된 계기였던 것 같다.
업무 환경이 구축되었으면 일을 해야하는데, 재택근무라는걸 해보지 않았으니 일을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서 조금 고민스러웠던건 사실이다. 다행스럽게도 대표가 과거 경험에서 지라와 컨플루언스 구글워크스페이스등을 사용해서 업무를 공유하고 협업을 하는 체계에 관심이 많아서 협업툴 사용에 적극적이고 업무 공유 체계를 계속 만들어가던 시점이어서 이를 그대로 잘 활용하면 되긴 했다.
스타트업에 합류하기 2년전에 다니던 직장만 하더라도 업무 커뮤니케이션으로 이메일과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모든 업무 자료는 MS 오피스로 작성해서 메일이나 카카오톡으로 공유하던 방식으로 일했던지라 내심 불편함과 번거로움을 느끼긴 했었다. 그러다 지라와 컨플루언스 구글워크스페이스를 주로 사용하며 공유, 댓글을 통한 논의, 사생활과 분리된 업무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이메일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업무를 하다보니 세상에 이렇게 편하고 효율적인 업무 방식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잘 맞았고 만족스러웠다.
다만, 지라를 이전까지는 사용해본 적이 없어서 이번에 처음으로 사용법을 하나하나 배워가며 사용하게 되었고 완전한 애자일 방식은 아니었지만 스크럼을 운영하며 개발을 진행하는걸로 CTO 의견에 따라 개발 프로세스를 정해서 애자일, 스프린트, 스크럼 등의 잘 몰랐던 생소한 개념에 대해서 학습하고 익숙해지느라 다소 고생은 했는데 그래도 이때 새로 학습했던 개념들이 자산으로 쌓여서 지금 조직에서도 잘 사용하고 있다.
극초반기 스타트업이라 업무 쳬계라는 것도 없고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시기였지만, 모든 업무를 지라에 등록한다, 자료는 모두 공유한다, 내부 업무는 업무메신저(구글미트 쓰다가 슬랙으로 교체)로 커뮤니케이션한다, 멘션등으로 언급되면 최대한 빠르게 답한다 등, 기본적인 몇가지 원칙들을 정하고 이를 지켜나가는걸로 서로 합의를 한 것만으로도 재택근무에서의 효율이 크게 나쁘진 않았던 것 같다. 물론 대면으로 얘기하는 것에 비해서 논의하기 조금 벅찬 부분도 있었기에, 일부 멉무 진행시에는 아주 특별히 사무실에서 필수 인원만 대면으로 미팅을 했었다. 확실히 대면으로 미팅으로 하는게 차이가 있긴 했다.
회의는 당연히 온라인으로 했다. 다만 음성으로만 회의는 안했고 반드시 얼굴을 보는걸로 원칙을 정했다. 뭐 일단 잘들 살아 있는지(?) 확인은 해야되지 않냐, 얼굴보고 인사라도 해야하지 않냐라는 생각으로 그렇게 했는데 나중에 다른 스타트업에 다닐 때 얼굴을 안보고 음성으로만 회의를 하던 경우와 비교해서 생각해보면 얼굴을 보는게 음성으로만 하는것보다 더 중요하지 않나 생각들었다. 사무실 출근을 안하고 풀 재택근무를 하던 시기라서 더 그랬을 수도 있었는데 하루에 몇번씩 화면으로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반가웠었다.
근무시간은 서로 협의를 했지만 어느 정도 유동적이었기 때문에 크게 이슈가 되진 않았다. 다만, 재택으로 하다보니 근무시간 중에 온전히 업무에만 집중하고 있는지 서로 알 수 없었는데, 초반에는 재택근무 상황에 익숙하지 않는 상황에서 점심시간에 구청에 민원업무를 잠깐 하러 갔다가 점심시간이 초과되었는데 이를 다른 팀원들에게 공유하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요청온 온라인 미팅에 바로 응하지 못한 상황을 초래했었던 일이 있었다. 큰 실책이었던걸로 기억하고, 이후로 재택근무시 각자의 상태에 대해서 명확히 알려주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크게 느꼈던 일어있었다.
이후에 다른 스타트업을 다니면서도 재택근무를 한 적이 있다. 그 때도 느꼈지만 재택근무를 하기 위해서 서로간에 합의를 해야할 규칙이 있어야하고 이를 지켜야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업무 효율이 상당히 떨어질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초반에 약간 적응 시간이 필요했지만, 이후에는 재택근무를 할 경우 사무실에 출퇴근 했을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했고 더 집중해서 일하게 됐었다. 몰입에는 확실히 도움이 됐고,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더 시간을 투입하는 경우도 많았어서인지 사무실 근무보다 오히려 업무시간이 더 늘어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다만 자기통제가 안되는 경우에는 확실하게 업무 효율이 떨어지는 사람이 있다는게 보였고, 그 결과 업무의 진도가 제대로 나가지 않아서 많이 아쉽거나 당황하게 되는 경우도 여러번 봤다. 많은 사람들이 출퇴근 시간이 없는 재택근무를 부럽다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긴 한데, 본인 스스로 자기통제 및 관리가 필수적이라는거, 그리고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공유 및 협업이 더 중요해진다는 점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더 노력해야한다. 대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재택근무는 복지 아니라,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