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있지만 기록이 없는 삶.
과거 나는 삶을 기록하지 않았다.
마음이 있어도 기록할 생각을 하지 못했으며, 그 의미를 찾지 못했다.
쓰고 있는 삶을 사는 지금, 기록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읽고, 쓰는 삶.
내게 이런 삶이 주어지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쓰는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삶의 방향에 대해 논하고 있다.
좋은 기억도 5분 이상 지나면 휘발된다.
손을 씻거나 머리를 감을 때 떠오르는 기억은 그때그때 적어두는 이유이다.
꿈에서 인상적이게 본 장면들 역시 나의 기록의 한켠이다.
그런데 글을 쓴 이후로 꿈을 잘 꾸지 않는다.
생각한 것을 글로 쓰기 때문에 꿈에서 나타나지 않는가 보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어쩌면 이 질문을 드리기 위한 인터뷰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집필하시는 순간, 선생님이 보시는 '골방의 풍경'이 궁금합니다. 집필 공간으로써의 물리적 풍경이 아니라' 쓰고 있는 순간에 선생님께서 보시는 상태의 정신적인 풍경'이 궁금합니다. 누가 지나가고, 누가 말을 거는지, 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심장 속, 아주 작은 불꽃이 타고 있는 곳. 전류와 비슷한 생명의 감각이 솟아나는 곳.
한강 작가님 인터뷰 중에서
어쩌면 내 방 한 켠에 놓인 작은 책상에 전류가 흐르고 있을지 모른다.
글이 태어나고 소멸되며 그 불꽃을 꺼뜨리지 않기 위해 매일 쓰고 있으니 말이다.
어쩌면 설렘이라는 단어를 찾기 위해 2년 넘게 그것을 찾아 헤맸다.
설렘의 불씨가 꺼질까 이리저리 방황하다 결국 한 지점을 만났다.
내가 가야 할 곳은 저기라고, 저 길로 걸어가겠다고 말이다.
2017년 한강 작가가 부커상을 받은 채식주의자를 읽다 포기한 적이 있었다. 책이라면 잘 읽혀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도저히 읽을 마음이 나지 않았다. 갈수록 거부감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세상에 편한 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학교 때 예술 영화라며 구토하며 봤던 때가 있지 않나.
불편하더라도 할 말은 하는 것이 쓰는 이가 아닐까 싶다.
언젠가 그 불편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직은 멀고 먼 이야기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