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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굽는 계란빵 Jun 06. 2023

글을 쓰기 위한 숙성과정

제 닉네임은 글굽는 계란빵입니다. 블로그에서 활동할 때 닉네임은 계란빵이었어요. 그런데 이웃 분들이 글을 맛있게 굽는다는 표현에 아이디어를 얻으셨는지, 글굽는 계란빵이 잘 어울린다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생각보다 입에 착 붙는것이 괜찮은 닉네임이다 싶으거예요. 그래서 냉큼 바꾸었지요. 


계란빵이라는게 거창하지 않고 소박한 빵이잖아요. 애그타르트처럼 고급스러운 느낌보다는 누구나 먹을 수 있고 좋아하는 그런 빵의 느낌이요. 그래서 제가 쓰는 글도 누가 봐도 쉽게 공감하며 따뜻하게 마음을 녹일 수 있는 그런 글이면 좋겠다 싶거든요. 


그래서 차가운 글보다는 무겁지 않은 따뜻한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데, 그 과정이 생각만큼 쉬운게 아니더라고요. 무엇보다 글의 소재가 매일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서요. 갑자기 인생이 다이나믹 해지는 것도 아닌데 어디서 소재를 찾아야 하나 한숨이 나오던 시절 출퇴근길 오고가는 사람들과 일상에서 글감을 찾고 생각나는대로 글을 저장하기 시작했어요. 박해일이 습관처럼 스마트 워치에 녹음했던 것 처럼요.


헤어질결심 중


그렇게 저장해둔 소재를 어떻게 하면 맛있게 구워낼 수 있을지 머릿속에서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거듭 생각하다가 정리가 되는 순간 휴대폰을 들어 후루룩 써 내려갑니다. 확실히 숙성시킨 글은 막힘없이 술술 써지고 마침표도 쉽게 찍힙니다. 낚시꾼들은 손맛이라고 하죠. 글을 쓰는 분들은 아실거예요. 타자를 막힘없이 칠 때의 그 쾌감이란 그리고 쭉 읽어봤는데 내가 봐도 완성도가 높은 글이 나올 때 기분이 날아갈 것 같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매번 숙성이 잘 되는 것은 아니라는 거예요. 어느날은 반죽은 잘 됐는데 숙성이 안되고 어느날은 숙성은 잘 되었는데 반죽이 엉망이고 또 어떤날은 반죽과 숙성 모든게 완벽한데 굽는데 실패하기도 하고요. 그러니 삼박자가 고루 어우러진 글을 쓴다는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숙성이 어렵다고 빵을 굽지 않을 수 없잖아요. 그래서 매일 글을 쓰고 숙성하고, 반죽하고 굽는 과정을 끊임없이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빵이라는게 원래 새벽을 가르며 구워지잖아요. 그 만큼 공을 들여야 누가 읽어도 좋은 글 다운 글이 나오는 것 같아요.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무의미 했던 나의 일상을 고소하게 만들어준 글을 앞으로도 놓지 않고 계속 쓸 수 있도록 내 삶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일 것이며, 이기적인 글이 아닌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그런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저를 더 내려 놓는 삶을 살겠습니다. 그리고 나를 나 답게 만드는 계란빵의 글쓰기 멈추지 않을거예요.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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