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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굽는 계란빵 Jun 12. 2023

엄마는 오늘도 달린다.

부쩍 더워진 6월, 아직 본격적인 여름이 오진 않았지만 그래도 한낮의 더위는 땀을 맺히게 하네요. 이렇게 싱그러운 토요일에 회사에 일이 있어 출근했습니다. 사실 회사로 출근한 건 아니고 외근이라 볼 수 있겠네요.


지금 다니는 회사는 주말에 가끔 출근을 해야 하는데요. 대면수업 당직을 서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면수업이란 보육교사가 되기 위해 몇몇 과목들을 직접 출석해야 하는데요. 생각보다 일정이 빡셉니다. 


그런데 수업을 들으러 오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성분이며 보통 미취학 아동을 둔 어머님들이 많으세요. 그래서 수업 중간중간 쉬는 시간엔 아이가 잘 있는지 전화를 하시느라 정신이 없으시더라고요. 


저도 수업을 들으러 온 것 아니지만 아이를 두고 출근을 했습니다. 아들은 오늘 하루 온전히 아빠의 책임입니다. 일찍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기에 삼시 세 끼를 모두 챙겨야 해요. 그래서 그런가 아들은 제가 출근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제는 출근 안 하면 안 되냐며 여러 번 묻더라고요. 


"엄마, 내일 출근하지 마. 가지 마" 

"사장님이 출근 안 하면 안 된데. 꼭 가야 해" 


10살이 되었는데 아직도 아들은 엄마가 필요한가 봅니다. 


© phammi, 출처 Unsplash


전 아이를 낳고 1년 만에 새로운 직장에 출근을 했었어요. 손도 머리도 1년 동안 많이 굳었는지 일 처리도 느리고 실수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제가 출근할 때마다 울었었는데, 그 모습이 아직도 잊히지가 않네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어떻게 일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매일 반복되는 야근에 가끔은 철야까지 하며, 아이가 잘 때 퇴근했던 적도 많았지요. 가끔은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 싶기도 했고요.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 보니 그때 버티지 않았다면 아이가 다 컸을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가 없었겠지. 생각하면 그때의 고생이 조금 보상받는 기분이 듭니다.


삶의 선택이 모두 옳을 순 없지만 매 순간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믿어요.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살아갈 날에 힘을 얻기보다는 지나온 과거에 얽매일 것 같거든요. 과거는 과거고 지금은 지금이니까요. 


삶을 뜻대로 휘두르려고 노력하는 건 끊임없이 흐르는 물살을 맨손으로 붙잡으려는 것과 같습니다. 끊임없는 변화는 자연의 속성입니다. 

우리네 삶은 결국 자연의 속성대로 흐를 것이며, 지금의 선택이 어떨지 몰라도 결국 물 흐르는 종착역에 가서야 무엇이 남을지 알게 되지 않을까요? 그러니 과거의 얽매이지 말고 지금은 지금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살아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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