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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굽는 계란빵 Jun 18. 2023

좋아하는 것을 찾아 헤매야 하는 이유

어젠 미루고 미뤘던 사랑니를 뺐습니다. 5월부터 잡혀 있던 일정이었는데, 주말마다 일정이 있어 취소됐고 무섭다는 마음도 들어 한 달 정도 미루고 미뤘는데 잡아 놓은 날은 오고야 마는군요. 


마취가 된 상태에서 치과 의자에 앉아 있는 기분 아시죠? 신경치료받아보신 분들이라면 알 거예요.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마나 아플까 걱정도 되고요. 이런저런 생각이 스치다가 문득 마취가 잘 안 됐으면 어쩌지? 아까 신경이 어쩌고 뽑기 힘들 거라는 둥 무서운 말을 들었는데, 잘못되면 어쩌지? 별애별 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사람 일이라는 게 언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그렇게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다 보니 의사 선생님이 오시고 1시간 반이라는 긴 시간 동안 사랑니와의 사투를 벌였습니다. 결국 사랑니는 항복을 했고 제 입 밖으로 빠져나왔네요. 


덩그러니 빠져 있는 이빨을 보여주시며 의사 선생님이 고생했다고 말해주셨습니다.(저보단 의사 선생님이 더 고생한 것 같은 느낌이지만) 무려 3 바늘이나 꿰매었으니 수고하긴 했네요. 남편과 함께 약국에서 약을 받고 얼굴이 멍들지 않도록 얼음팩도 계속 올리고 있었어요. 사랑니가 뭐라고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지요.....


© jillheyer, 출처 Unsplash


치과 의자에서 잠깐이었지만 무서운 생각을 하고 나니 내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더라고요. 나중에라도 나를 그리워하는 누군가는 내 글을 보겠구나. 옷이나 물건으로 남지 않고 글로 남는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내가 이 세상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면 정말 슬프겠구나......


사실 글을 쓰기 전의 삶은 늘 똑같은 일상이었어요. 매일 가는 회사, 매일 만나는 사람들, 매일 만나는 일상, 매일 만나는 풍경들, 그런데 지금은 매일 만나는 사람과도 이야기를 하면서 소재를 찾고, 매일 지나다니는 곳을 봐도 꽃이 피었네, 길고양이가 누워서 자고 있구나, 왜 이런 곳에서 자고 있을까? 매일 마시는 커피도 글의 소재로 삼을 수 있으니 제 삶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삶이라는 게 결국 나를 찾는 항해잖아요. 나를 얼마나 좋은 곳으로 이끌 수 있는 건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고요. 항해사가 방향을 잡지 못하고 느긋하게 누워서 될 대로 돼라 한다면 그 배가 어디로 가겠어요?(산이 아니라 좌초될지도) 바쁘고 지치고 힘든 순간이라도 남기고 생각하고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는 게 내가 내 삶에서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 있다면 그건 아무도 그의 쓸모를 발견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발견처럼 보람 있고 즐거운 일도 없습니다.

누구나 다 알아주는 장미의 아름다움을 보고 즐거워하는 것도 좋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들꽃을 자세히 관찰하고 그 소박하고도 섬세한 아름다움에 감동하는 것은 더 큰 행복감이 됩니다.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중에서...



좋아하는 게 애써 거창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그게 나에게 큰 행복감을 줄 수 있다면 그걸로 그만인 것을요. 그러니 우리는 후회하지 말고 그 작은 무엇을 찾아 헤매야 합니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좋아요. 자기를 바라보고 찾아보세요. 그리고 귀 기울여 보세요. 그걸 할 수 있는 사람 바로 나 자신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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