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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굽는 계란빵 Jul 12. 2023

삼신상 - 아들의 생일

미라클 나이트 [10분 글쓰기]

대략 12시간 뒤면 아들의 생일이다. 올해 딱 열 살이 되는 아들,  그리고 내가 아이를 낳은 지도 딱 십 년이 되었다. 뱃속에 있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한데 벌써 살이 되었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난 평소에도 아픔을 잘 느끼는 편이 아니다. 잘 느끼지 않는다기 보다 잘 참는 편이다. 아이를 낳는 그날도 아침부터 진짜 진통인지 가진통인지 헷갈렸다. 진통이 이 정도만 아프다고? 참을 만 한데, 이러고선 점심쯤 산부인과에 들렀다. 병원 침대에 누워 자궁이 얼마나 열렸는지 아이의 심장은 잘 뛰고 있는지 체크했는데 아직은 덜 열렸다며 집에 가서 아프면 오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진찰을 받고 나와 남편과 나는 산부인과 옆에 있는 부대찌개를 먹고 집으로 걸어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밤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난 아이를 처음 낳아봤으니까.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워 진통의 주기를 체크하며 시간을 보내는데 저녁 8시가 넘으니 점점 진통이 심해졌다. 서둘러 짐을 챙겨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그리곤 무통도 하지 못한 채 약 2시간 만에 아들이 태어났다.


태어난 아이가 눈이 부실까 봐 컴컴한 분만실은 남편이 탯줄을 자르는 소리, 손가락, 발가락 10개인지 확인해 보는 간호사의 음성, 그리고 태어자나마자 오줌을 싼 아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렇게 태어난 아들의 열 번째 생일! 매년 생일날 아침이면 삼신할머니에게 비는 삼신상을 차린다. 누군가는 돌 때만 하면 된다 누군가는 열 살까지 해줘야 한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남편과 나는 열 살까지 해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출산 후 3일째와 7일째, 14일째, 21일째도 삼신상을 차려 그 상의 밥과 국을 산모가 먹는다. 이 삼신상을 차리는 사람은 대개 시어머니로 해산한 방 머리맡에 짚을 깔고 상의 앞쪽으로 밥, 뒤쪽으로 미역국·물을 각기 세 그릇씩 차려놓고 아기가 탈없이 잘 크도록 빈다. 축문의 내용은 “젖 잘 먹고 젖 흥하게 점지해서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고, 긴 명을 서리 담고, 짧은 명은 이어대서 수명 장수하게 점지하고, 장마 때 물 붇듯이 초승달에 달 붇듯이 아무 탈 없이 무럭무럭 자라게 해 주십시오.”하고 절을 두 번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삼신상 [三神床] (한국민족문화 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1년 중 유일하게 미라클 모닝을 하는 날! 정성스럽게 차린 삼신상 앞에서 남편과 나는 절을 하고 건강하게 자라게 해달라고 빌었다.


별거 아닌 일일지 몰라도 매년 이렇게 하고 나면 부모노릇 나름대로 잘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올해도 무탈하고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며, 더운 여름에 태어나느라 고생했어 아들에게 생일 축하한다고 전해본다.


아들, 생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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