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이 필요한 이유

글 한번 쓰기 힘드네.

by 글굽는 계란빵

처음 글을 쓸땐 책상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노트북이 있고 의자가 있으면 그게 식탁이나 소파라도 글이 써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상이 아닌 다른 곳에선 글을 쓰는 집중력이 떨어졌다. 책상에 앉는 건 글을 쓰기 위한 일종의 루틴 같은 행동이다. 책상에 앉는다 → 노트북을 켠다 → 글을 쓴다. 마치 파블로프의 개 실험 같은 고전적 조건형성의 원리랄까.


책상에 앉는다 → 노트북을 켠다 → 글을 쓴다


책상에 앉는 루틴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된다. 하지만 그 뒤로 방해꾼이 하나씩 등장한다. 먼저 첫 번째 방해꾼! 바로 남편이다.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시간이면 남편도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다. 책상이 안방에 있으니 남편과 같은 공간에 머물 수밖에 없다. 그냥 조용히 핸드폰을 하면 좋은데 남편은 내 등 뒤에서 유튜브를 크게 틀어놓고 시청을 한다.


조용히 보면 좋을 텐데 재밌는 걸 보는지 히죽히죽 웃는다. 참다못해 이어폰을 찾아서 건네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글이라는 게 집중력을 필요하기 때문에 한 번 리듬을 타면 쭉 써지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머리를 쥐어짜도 잘 될까 말까 하는데 방해물이 너무도 많다.


그리고 두 번째 방해꾼 아들이다. 올해 10살이 되는 아들은 초등학교 3학년이다. 조절 조잘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도 보고 싶은 말도 많은 나이. 내 이불 위에서 뒹굴 하면서 엄마, 엄마, 엄마를 계속 찾는다. 그럴 때면 이어폰을 끼고 있어도 그 소리가 귀에 들어와 꽂힌다.


엄마로서 어찌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있으랴. 이어폰을 빼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대답을 해준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하루 1시간. 그 시간에 뭐든 걸 해결하지 않으면 글자 하나 책 한 줄 읽을 수가 없다. 이 시간에 야무지게 글을 완성해야 한다. 마음은 급한데 방해꾼들은 점점 더 나를 괴롭히고 내 머릿속의 생각은 맴맴 매미처럼 돌기만 한다.


맷돌을 열심히 돌려야 하는데, 하루 종일 회사에 기력을 다 쏟고 오면 집에 와서 글자 하나 쓰기 어렵다. 그토록 원했던 브런치인데 자주 올리지 못하는 이유다. 비겁한 변명일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의 내 사정이 그렇다. 글 쓰는 공간조차 여의치 않고 주어진 시간은 짧으며 방해꾼들이 너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는 이유는 예전의 나로 돌아가기 싫어서다. 박하사탕의 설경구는 '나 돌아갈래'라고 말했지만 난 내가 글을 쓰지 않는 그때로 돌아가기 싫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도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키는 루틴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마치 기계처럼.


중꺽마라고 했던가,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예전의 나로 돌아가지 않으려면 오늘의 루틴을 포기할 수 없다. 그게 어떤 방해꾼이더라도 이겨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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