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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굽는 계란빵 Jul 23. 2023

아들의 군복

미라클 나이트 [10분 글쓰기]

6월 말쯤 아들이 군복을 사달라 졸라댔다. 이번 생일 선물은 꼭 군복을 받고 싶다면서 군복, 군복 노래를 불러댔다. 나와 남편은 하는 수 없이 구입을 하려 인터넷을 뒤져보니, 10살 나이치곤 큰 체격 탓에 아동용 군복은 입을 수가 없었다. 우리는 조금 더 생각해 보라고 타일렀지만 한 번 꽂힌 건 꼭 해야만 하는 성격이기에 여러 곳을 서핑하다 가격도 사이즈도 딱 맞는 곳을 발견했다. (얼마나 다행인지)


우여곡절 끝에 배송된 군복을 받자마자 아들은 신이 났다. 대략 10년 있으면 진짜로 가게 될 군대를 미리 가고 싶은 건지 군복을 입고 이리저리 사진도 찍어댄다. 그리고 나선 국기와 이름표까지 달고 싶다는 아들......


그런데 나를 더 당황시킨 말은 자긴 해병이 좋단다. 육군, 공군은 싫고 무조건 해병이란다. 거수 격례를 할 때도 무조건 필승이다. 해군은 '필승'이라고 한다나. 


그러면서 집에서도 다, 나, 까로 끝나게 이야기한다. '그러지 말입니다.', '아니지 말입니다.' 갑자기 군복에 꽂혀 이 더운 여름에도 군복만 입는다는 아들을 어쩌면 좋을까? 


진짜 군대에 가는 것도 아닌데, 그런 모습을 보자니 참 기가 막히다. 오히려 군대 보내는 연습을 한다고 생각하면 되려나? 아들이 진짜 군대 가게 될 땐 저렇게 신나 하지 않을 것 같긴 하지만.


© rafaelabiazi, 출처 Unsplash

며칠 전 아들과 미용실에 갔다가 입대를 앞둔 청년이 와서 머리를 깎고 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아줌마, 머리 싹 밀어주세요."

"왜? 더워서 그래?"

"아니요. 내일 군대 가요."

"어머 정말?"


덤덤하게 머리를 자르고 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들도 언젠가 저렇게 머리를 자르고 군대를 가게 될 텐데 하며 씁쓸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텔레비젼에서 군인들만 나오면 가슴 한편이 무거워진다. 군대라는 곳이 사건, 사고도 많고 며칠 전 구명조끼 없이 훈련하다가 사고를 당한 친구도 있지 않았는가. 


10년 후의 일을 미리 걱정해 봐야 소용없겠지만, 아들의 군대 사랑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차라리 운동 화나 휴대폰을 사달라고 하는 편이 훨씬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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