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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굽는 계란빵 Jul 29. 2023

홀로 눈 뜬 주말 아침

이불 빨래

화살을 쏜 듯 빠르게 5일이 지나고 알람을 맞추지 않고 일어날 수 있는 주말 아침이다. 금요일 저녁의 설렘을 가득 안고 일어난 토요일 아침은 참 행복하다.


그런 행복한 아침에 나 홀로 눈을 떴다. 아들의 목소리도 남편의 부스럭거림도 들리지 않는다. 그렇게 홀로 조용한 아침을 맞았다. 그런데 이 기분은 참 낯설다. 결혼하고 나서 10년간 이렇게 고요한 날이 있었던가? 


고요함을 없애려 일어나자마자 이불을 들고 욕조로 향했다. 던지듯 날아간 내 이불이 욕조 안으로 골인한다. 그리고 남편의 이불과 베갯잇도 벗겨내서 둘둘 말아 세탁기로 집어넣었다. 적당히 세재를 넣고 이불모드로 돌려두니 스르륵 돌아가기 시작한다. 


나는 욕조에 던져둔 이불을 저벅저벅 밟으며 고요함을 잊으려 애쓴다. '푹, 푹' 이불 밟는 소리와 발에 닿는 차가운 느낌이 아침 더위도 잊게 만든다. 그리곤 밀린 숙제라도 하듯 노트북을 켜고 블로그와 브런치를 클릭한다. 온전히 내 몸의 의식대로 움직이는 아침이다. 


© blakewisz, 출처 Unsplash
그래서 오늘 뭐 하지?


아침에 밀린 집안일을 해치워내면 오후엔 뭘 하지? 갑자기 시간 부자가 된 기분이라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모르겠다. 책을 읽어야 할까? 아님 쇼핑을 갈까? 그것도 아니면 영화라도 볼까? 시간을 알차게 쓰고 싶은 내 마음이 갈피를 잃고 여기저기 헤맨다. 과연 무엇을 해야 오늘 잠들기 전에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까? 


갑자기 회사를 잠깐 쉬고 육아휴직을 했을 때 기억이 떠오른다. 아들은 학교에 갔고 시간 부자인 나는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은 많았는데 그 시간을 제대로 쓰지 못했던 것 같다. 왠지 모를 불안감, 시간을 잘 써야 한다는 마음들이 마르지 않는 샘처럼 솟아올라 나를 짓눌렀다. 


그때 조금 더 편하게 시간을 보냈다면 아깝지 않았을 텐데 난 왜 이리 불안하고 초조했을까? 지금 생각하면 별거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래! 오늘 하루 별거 없으면 어떠냐. 꼭 무엇을 해야만 의미 있는 것은 아니기에. 압박받지 말고, 나를 괴롭히지도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그런 하루가 되면 되겠지. 


그렇게 집안은 고요하지만 마음은 우당탕탕인 아침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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