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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굽는 계란빵 Aug 11. 2023

연차 그게 뭐라고

신입의 연차

고달팠던 일이 어느 정도 끝나니 휴가철이 끝나간다. 아들의 방학도 다음 주면 끝이니 서둘러 연차를 써본다.


원래 연차를 자유롭게 쓰는 회사기도 하고 8월 14일은 회사가 지정한 지정휴무일이다. 그러니 길게 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마음 편하게 기안을 올리고 승인이 났는데, 내가 아닌 신입의 연차가 문제였다. 14일은 쉬고 15일은 광복절, 16~18일을 휴가를 냈으니 9일을 쉬는 셈이다. (내 휴가는 10, 11일이었다)


나는 신입이든 경력이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연차는 자유롭게 쓰라고 이야기하는 편인데, 이번 경우엔 너무 오래 쉰다 싶었다.


그런데 입사 때부터 말한 일정이라 뭐라 하기도 뭐 하고 필요하면 쓰라고 결재를 했더니 원장님의 태클이 들어온다.


신입이 이렇게 연차를 쓰면 팀에 지장을 주지 않겠냐며, 이런 선례를 만드는 게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사실 나도 이거 승인을 해야 돼, 말아야 돼 고민했던 터라 이해는 했지만 공짜로 쉬겠다는 것도 아니도 자기 연차로 쉬겠다는데 어찌 말리겠는가....


결국 승인된 휴가는 그대로 사용하고 원장님이 직접 신입에게 앞으로 휴가는 주의해서 쓰길 권고했다.


그런데 나도 참 이상하지 휴가를 쓰는데 이 친구의 업무능력까지 생각하게 되더라. 일도 잘하고 똘똘한 친구였다면 내가 이렇게 생각을 했을까?


감정적인 생각이 마음 한편에 자리 잡으니 휴가 쓰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윗사람이 되니 별게 다 마음이 쓰인다.


그렇게 생각한 마음을 들여다보면 치졸하기 짝이 없다.


'너도 영락없는 꼰대였구나. 휴가 좀 길게 썼다고 업무능력까지 폄하하는 건 아니지!'


둘 다 똑같은 내 마음인데 어찌 이렇게 다를까? 지킬 앤 하이드라도 존재하는 것인가!


아무튼 신입의 휴가 이슈는 마무리되었고 어제부터 시작된 내 휴가도 쏜살같이 지나갈 것이다. 골치 아픈 회사 일들은 머릿속에서 지우고 휴가를 온전히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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