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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굽는 계란빵 Sep 04. 2023

착하는 것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중소기업에서 살아남기

직장생활을 하면서 고용노동부에 몇 번 신고해 보셨나요? 한 번도 안 해본 사람도 있을 것이고, 반면에 여러 번 해본 사람도 있겠지요. 전 그중에서도 여러 번 해본 사람으로 분류가 될 것 같습니다. 월급이 밀려 고용노동부에 가는 건 정말 유쾌하지 않은 일입니다. 일단 월급이 한 두 달 밀린다고 바로 신고하지는 않습니다. 보통은 기다려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퇴사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그러니 신고하러 갈 때 기분은 그리 좋지만은 않지요. 그런데 막상 신고를 한다고 해서 바로 월급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내가 일한 정당한 대가인데도 말이죠. 


전 네 번째 회사를 다닐 때 처음 신고를 해봤는데요. 입사하고 3개월을 아무 일도 시키지 않더니 돌연 팀이 해체됐다며 나가라고 하더라고요. 결혼하고 얼마 안돼서 겪을 일이라 남편에게 말하기도 부끄러웠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내가 자의로 한 일도 아니고 회사가 안 맞으면 나갈 수도 있는 일이지요. 그렇게 3개월을 일한 월급 중에 2개월분을 정산을 받지 못했습니다. 회사가 어려워도 너무 어려웠던 것이지요. 그런데도 대표는 암을 치료하러 미국으로 건너갔고 수습은 아들이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노동부에 신고를 해도 돈을 받기가 어렵구나. 결국 회사에서 돈을 줘야 받는 거구나 하고 말이죠(물론 노동부에서 미리 지급해 주는 제도들도 있더라고요. 그때 당시엔 그럴 생각은 못했던 것 같아요). 불행 중 다행으로 퇴사 후 바로 취업이 되었고 회사를 다니면서 노동부 출석 날짜엔 꼬박꼬박 잘 나갔던 것 같아요. 출석 때마다 저는 나갔지만 대표 얼굴을 보지도 못했지요. 그래서 매일 문자로 연락하고 전화도 하면서 월급 달라 매달렸던 것 같습니다. 돈 안주는 사람은 따로 있는데 왜 내가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지 많이 서럽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두 번째 신고 때는 조금 더 여유로워지더군요. 어차피 빨리 못 받을 것을 알고 있으니 감독관과 수다 떨다가 오는 일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한 번은 숙취에 고생하는 감독관을 만난 적이 있는데요. 이 분 술이 안 깨셨는지 횡성 수설 하시더라고요. 동료랑 함께 신나게 수다 떨다가 나온 적이 있는데 생각해 보면 저도 참 철이 없었던 것 같아요. 


누군 살면서 한 번도 안 겪을 일을 전 무려 두 번이나 겪었네요. 그만큼 어려운 중소기업이 많다는 반증이겠지요. 옛 말이 하나 틀린 것이 없지요. 어려서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이요. 조금만 더 열심히 했더라면 이런 일은 겪지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그래도 이런저런 일을 겪다 보면 내성이 생깁니다. 작은 일에는 그저 그러려니 넘어가지고 버럭 화내는 일도 줄어듭니다. 그거 하나 도움이 될까요? 그 외엔 결코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일이지요.


요즘 같은 세상에 착하면 그것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직장 내에서도 적당히 친절은 하되 선은 넘지 않아야 하며, 무리한 요구를 할 때 아니라고 말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착하게 보이는 거 아무 소용없어요. 그리고 착하게 보이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보고 선을 넘는다면 선 넘지 말라 단호하게 말해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앉은자리에서 뒤통수 맞고 없는 욕을 먹게 될 수도 있지요.


이건 저에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착하다고 한 번 두 번 이해해 줬더니 이젠 선을 확확 넘더군요. 그런데 어느 순간 이건 아니다 싶더라고요. 네가 뭔데? 하면서 화가 나는 거예요. 그때부터 이 판 사판으로 할 말은 해야겠다 싶더라고요. 그렇다고 성격상 쌍욕을 하며 들이댈 순 없으니 가끔 한 번씩 훅을 날려줬습니다. 더 이상 얕보지 않게 말이죠.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가끔 현타가 옵니다. 사람들은 많고 그중에 누가 또라이인지 얼굴에 써두는 것도 아니거든요. 그래서 결코 만만하게 보여서는 안 됩니다. 그게 직장생활을 그나마 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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