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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굽는 계란빵 Oct 02. 2023

나를 불안하게 하는 강박

강박장애 -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특정한 사고나 행동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상태를 말한다.


나에겐 몇 가지 강박이 있다. 


1. 강박적인 씻기 행동 - 손 씻기

2. 강박적인 확인 행동 - 가스, 전기, 현관문 확인


첫 번째 손 씻기는 코로나가 터졌을 땐 의식을 많이 하지 못했다. 그땐 너도 나도 손 씻기의 강박이 있었기에 안 씻으면 이상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제 코로나도 잠잠하고 특별히 씻어야 할 상황도 아닌데, 찝찝한 기분이 든다. 그건 나뿐 아니라 아들과 남편에게도 적용되어 귀찮게 할 때가 많다. 생활에 딱히 불편한 점은 없어 다행이다.


© curology, 출처 Unsplash


두 번째 확인 행동은 삶에 있어 꽤나 피곤하다. 특히 집에 아무도 없고 나 혼자 정리를 해야 할 때 심해지는데, 몇 번씩이고 현관문을 당겨보거나 집을 나서고 한참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다가 불안함이 밀려오면 다시 집으로 가는 행동들이다. 가끔은 나도 나를 믿을 수 없어 사진을 찍어두기도 한다. 

 

이러한 강박은 왜 생겼을까? 트라우마를 겪을만한 일을 경험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나도 모르게 생겨난 강박인 걸까? 어릴 때 크게 혼난 일이 있었나? 이유를 찾으려고 생각해 봐도 떠오르는 것이 없다. 다행히 내 옆에 다른 사람이 있다면 강박이 좀 줄어든다. 특히 행동강박은 남편과 있을 땐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내가 남편을 믿기 때문일까? 말로만 확인하고 내가 행동으로 확인하진 않는다. 그런데 매번 남편을 데리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잖나. 


한 번은 이런 적이 있었다. 외부에서 일을 마치고 들어가는데 택배로 문서들을 보내야 했다. 문서들을 넣고 테이프로 봉해서 택배를 보내고 집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는데, 불안하기 시작했다. 내가 제대로 문서를 넣었을까? 안 챙겼으면 어떻게 하지? 불안함이 극에 달했다. 나는 다시 지하철에서 내려 택배를 받은 곳으로 가서 택배 박스를 뜯어 문서를 확인했다. 그것도 못 미더워 사진으로 찍어두고 다시 집으로 올 수 있었다. 


그땐 내가 얼마나 싫던지, 정말 병원에 가봐야 하나 싶었다. 그 뒤론 동일한 일이 있을 때면 남편을 부르거나 중요 문서는 내가 챙겨 온다. 사람마다 저마다 한 가지 약한 것들이 있다는데 나는 유독 나를 믿지 못하는 강박이 심한 것 같다. 앞으론 나를 조금은 믿어보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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