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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굽는 계란빵 Oct 03. 2023

연휴 끝에 찾아온 두통

연휴 마지막 날이다. 개천절과 맞닿은 추석연휴는 직장인들에게 6일이라는 휴가를 안겨주었다. 신기하게도 회사를 나가지 않는 날은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간다. 아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가 몇 시간 안돼서 잠을 청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연휴 동안 계획했던 일들과 써야 할 글들이 많은데, 선뜻 글이 써지지 않는 건 지긋지긋한 두통 때문일까? 회사를 나갈 때보다 집에 있을 때 마음이 더 편해야 할 텐데 이 놈의 두통은 잊지 않고 나를 찾아와 괴롭힌다. 운동량의 부족 때문일 수도 있고 예민한 내 성격 탓일 수도 있으리라. 


난 소화가 되지 않을 때 두통이 자주 찾아온다. 특히 아침을 먹는 날이면 어김이 없다. 아침을 챙겨 먹지 않는 것도 그 이유 중에 하나이다. 민간요법 중 척추를 꾹꾹 눌러주면 위 활동이 활발해진다는데, 혼자 있을 때는 절대 하지 못할 행동이다. 누군가가 도와줘야 가능한 일이고 휴일이라 다행히 남편이 있어 가능한일이다. 막혀있던 것이 훅 뚫리는 기분은 어떠한 약으로도 대체가 불가능하다. 좋은 소화제, 두통약 다 먹어봐도 이것만큼 만병통치약이 없다. 


어느 정도 두통이 사라질 때쯤 노트북을 열었다. 문득 두통이라는 주제가 생각났다. 생각나는 대로 지금 하는 생각을 적어 내려간다. 예열을 하고 굽는 빵처럼 잘 익혀서 세상에 내놓고 싶지만 글이라는 것을 매일 예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글을 오래 숙성시켜 내어 놓는 사람이 있는 반면 초고를 발표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어느 것이 맞고 틀리다고 볼 수 없는 세계가 글쓰기인 것 같다.


오늘도 글을 남긴다. 내 생각과 감정을 가감 없이 쓰고 적는다. 쓰고 나면 조금은 무거웠던 마음이 편해지며 조금의 위안을 받는다. 오늘도 썼구나. 미뤄두지 않았어. 뭐라도 해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내일이면 회사로 돌아간다. 며칠은 몸이 쉼에 적응해서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다시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는다. 매일 글을 쓰는 것은 좋지만 하루 종일 쓰는 건 아직은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두통이 점점 더 옅어진다. 약 기운이 슬슬 도는 기분이다. 몸이 조금은 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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