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마지막 날이다. 개천절과 맞닿은 추석연휴는 직장인들에게 6일이라는 휴가를 안겨주었다. 신기하게도 회사를 나가지 않는 날은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간다. 아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가 몇 시간 안돼서 잠을 청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연휴 동안 계획했던 일들과 써야 할 글들이 많은데, 선뜻 글이 써지지 않는 건 지긋지긋한 두통 때문일까? 회사를 나갈 때보다 집에 있을 때 마음이 더 편해야 할 텐데 이 놈의 두통은 잊지 않고 나를 찾아와 괴롭힌다. 운동량의 부족 때문일 수도 있고 예민한 내 성격 탓일 수도 있으리라.
난 소화가 되지 않을 때 두통이 자주 찾아온다. 특히 아침을 먹는 날이면 어김이 없다. 아침을 챙겨 먹지 않는 것도 그 이유 중에 하나이다. 민간요법 중 척추를 꾹꾹 눌러주면 위 활동이 활발해진다는데, 혼자 있을 때는 절대 하지 못할 행동이다. 누군가가 도와줘야 가능한 일이고 휴일이라 다행히 남편이 있어 가능한일이다. 막혀있던 것이 훅 뚫리는 기분은 어떠한 약으로도 대체가 불가능하다. 좋은 소화제, 두통약 다 먹어봐도 이것만큼 만병통치약이 없다.
어느 정도 두통이 사라질 때쯤 노트북을 열었다. 문득 두통이라는 주제가 생각났다. 생각나는 대로 지금 하는 생각을 적어 내려간다. 예열을 하고 굽는 빵처럼 잘 익혀서 세상에 내놓고 싶지만 글이라는 것을 매일 예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글을 오래 숙성시켜 내어 놓는 사람이 있는 반면 초고를 발표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어느 것이 맞고 틀리다고 볼 수 없는 세계가 글쓰기인 것 같다.
오늘도 글을 남긴다. 내 생각과 감정을 가감 없이 쓰고 적는다. 쓰고 나면 조금은 무거웠던 마음이 편해지며 조금의 위안을 받는다. 오늘도 썼구나. 미뤄두지 않았어. 뭐라도 해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내일이면 회사로 돌아간다. 며칠은 몸이 쉼에 적응해서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다시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는다. 매일 글을 쓰는 것은 좋지만 하루 종일 쓰는 건 아직은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두통이 점점 더 옅어진다. 약 기운이 슬슬 도는 기분이다. 몸이 조금은 편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