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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굽는 계란빵 Oct 05. 2023

마음 수거함

매주 목요일은 분리수거 날이다. 오늘은 오래된 옷들을 꺼내 헌 옷 수거함에 버렸다. 해묵은 옷들은 버려도 버려도 끝이 없다. 아이가 어릴 때 입었던 옷, 남편이 버리지 못하게 한 옷, 내가 수집한 머플러 등 옷장은 쉽게 비워지지 않는다. 자주 버린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렇게 쌓여있는걸까? 알 수가 없다. 


해묵은 옷을 정리하듯 오늘은 며칠간 끙끙 앓던 마음을 수거함에 넣었다. 헌 옷 수거함에 들어가는 옷처럼 누군가에게 재활용되진 않지만 내 나름대로 마음을 정리했다. 긴장되었던 마음이 풀리면서 편해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비울걸 왜 질질 끌었을까? 왜 비울 용기를 내지 못했을까? 버리면 이렇게 시원한 것을 붙잡고 있다고 달라질 것도 없는데 말이다. 


세상에 두 가지를 다 가지는 사람은 없다. 하나를 선택했으면 나머지 하나는 놓으면 된다. 회사를 선택했으면 시간을 놓아야 하고 시간을 선택했다면 돈을 놓아야 한다. 나의 시간을 내어주지 않고 잘 살 수 있다면 상관없겠지만......


누구나 마음속에 놓지 못하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그게 나는 20대 땐 돈을 놓지 못했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무슨 패기였던지 자주 이직을 했다. 연봉을 올리고 시간을 투자하고 회사에 오래 남아있기 경쟁이라도 하듯 밤을 새우는 일도 많았다. 그런데 이젠 그럴 체력도 시간도 없다. 회사보단 나에게 투자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돈을 더 준다 하더라도 내 시간을 뺏기는 것이 싫다. 다행히 회식과 야근이 없는 회사여서 9-6 이후엔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다. 주말출근도 거의 하지 않는다.


지금도 조금 더 높은 연봉을 받으려면 내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야근도 불사해야 할 것이고 관리자 위치인만큼 스트레스도 많을 것이다. 작년의 나였다면 그렇게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올해의 나는 달라졌다. 이젠 나를 위해 더 과감한 투자를 하고 싶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지만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갖는 지금이 참 행복하고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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