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내겐 회사가 필요해
이상하게도 각 잡고 글을 쓰려고 할 때보다 회사에서 일할 때 글감이 자주 떠오른다. 하던 일을 멈추고 글을 쓸 수도 없으니 생각을 놓치지 않으려 잡아보지만 일을 끝내놓고 글을 쓰려면 그때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을 수는 없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영감이라는 게 떠오르자마자 사라지기 때문에 그 순간을 부여잡고 써야 한다. 날아간 기억을 붙잡고 애원하며 가지 말라 하여도 망각의 동물인 인간은 저절로 잊게 되어 있다.
가끔 꿈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좋아 기억하고 써보려 하지만 대부분 잠에서 깨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리 짜내도 기억이 안 나니 하루 종일 찝찝한 적도 있다.
가끔 회사에서 시간이 나면 몰래 글을 쓴다. 다행히 누군가 지켜보고 있지 않은 자리라서 가능한 이야기다. 월급루팡하며 쓰는 글의 맛이란. 쫄린다. 쫄려서 더 잘 써진다. 매일 이렇게만 잘 써지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나는 대로만 글로 써지면 벌써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도 남았을지도 모른다.
아직은 글로 밥 벌어먹을 수는 없는 실력이다. 누굴 가르칠 능력이나 되면 강의라도 할 텐데 이제 겨우 1년 남짓 글을 쓴 새내기 작가 지망생일 뿐이다. 글은 써야 느는 것 같다. 회사를 다니면서 글을 쓰기란 쉽지 않지만 시간을 자꾸 늘려보련다.
글로만 밥 벌어먹고 살 수 있을 때까지는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가끔 월급루팡을 하며 악착같이 버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