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내 절친

by leo



“요정의 아들과 결혼하거라.”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지 않아요.”


평화롭던 나라에 먹구름이 끼었습니다. 왕과 왕비가 나쁜 요정의 꾐에 빠져 버린 것입니다. 두 사람은 하나뿐인 공주에게 요정의 아들과 결혼하라고 했습니다. 공주는 싫다고 했습니다. 아들을 공주와 결혼시켜 나라를 빼앗으려고 했던 요정은 화가 났습니다. 요정은 공주를 협박했습니다.


“네가 말을 듣지 않는다면 벌을 받을 수밖에 없어.”


“결혼을 안 할 수 있다면 벌은 감수할게요.”


나쁜 요정은 숲속 깊은 곳에 높은 벽으로 둘러싸인 큰 성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공주의 손가락에 검은 마법이 담긴 반지를 끼워 깊이 잠들게 했습니다. 반지를 빼기 전에는 누구도 절대 깨어날 수 없었습니다. 요정은 엄청나게 큰 거인 세 명을 보내 성을 지키게 했습니다.


성에서 조금 떨어진 숲의 가장자리에 선량한 어머니와 아들 둘, 딸 하나가 살았습니다. 이 가족은 부자는 아니었지만 채소, 과일을 길러 풍족하게 살았습니다. 이들은 매일 신선한 우유를 넉넉하게 제공하는 젖소 한 마리도 키우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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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침 둘째아들은 평소처럼 젖소를 데리고 숲 끄트머리에 있는 풀밭으로 갔습니다. 그때 마침 성을 지키던 세 거인 중에서 한 명이 풀밭에 나왔습니다. 그는 소를 한주먹으로 때려눕혀 어깨에 메고 성으로 돌아갔습니다. 소를 빼앗긴 막내아들은 분했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습니다.


다음 날에는 가족에게 다른 불행이 닥쳤습니다. 성을 지키던 다른 거인이 갑자기 나타나더니 정원에 있던 과일나무를 아무 이유도 없이 모두 부러뜨렸습니다. 여러 가지 채소가 자라던 밭도 망가뜨렸습니다. 가족은 이제 이곳에서는 먹고 살 길이 막막해져버렸습니다. 어머니는 슬픈 얼굴로 말했습니다.


“거인을 피해 다른 마을에 가서 일거리를 찾아보도록 하자. 운이 좋다면 돈을 벌 수 있을 거야.”


어머니와 삼남매는 다음날 아침 일찍 짐을 꾸려 다른 마을로 내려갔습니다. 도중에 아주 낡은 옷을 입고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는 다정하게 웃으면서 물었습니다.


“지금 어디로 가는 건가?”


연이은 불행 때문에 기분이 나빴던 어머니와 두 아들은 평소와 달리 무뚝뚝하게 대꾸했습니다.


“우리가 어디로 가든 할머니가 무슨 상관이세요?”


하지만 항상 상냥하고 쾌활했던 막내딸은 달랐습니다. 아주 친절하고 다정하게 할머니에게 대답했습니다.


“돈을 벌러 다른 마을에 가는 중이랍니다.”


할머니는 착한 소녀를 쳐다보면서 상냥하게 다시 물었습니다.


“왜 숲을 떠나 다른 마을에 가는 것이지?”


막내딸은 이번에는 슬픈 표정을 지으면서 울듯이 대답했습니다.


“숲 속 깊은 곳에 사는 나쁜 거인들이 우리 소를 빼앗아 갔어요. 과일나무는 다 부러뜨리고 밭도 망가뜨렸어요. 그래서 더 이상 숲에서는 살 수 없게 됐어요. 제가 힘이 세다면 거인들을 혼내고 쫓아버릴 텐데.”


할머니는 공주를 성에 가둔 나쁜 요정의 언니였습니다. 동생과 달리 아주 선량해서 사람들을 많이 도와주는 요정이었습니다.


“너는 용감한 소녀 같구나. 내가 너를 도와줄 수 있지. 이 화살, 방망이를 갖고 가거라. 화살은 어떤 목표물이라도 100% 명중시킨단다. 그리고 방망이로 발바닥을 때리면 펑 하고 사람이 사라져 버려.”


뜻하지 않게 할머니에게서 신기한 선물을 받은 막내딸은 아주 기뻤습니다. 그는 멀리 앞서가던 어머니와 두 오빠와는 달리 숲으로 달려갔습니다. 소를 훔친 거인을 찾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거인을 찾기는커녕 이리저리 헤매는 사이 해가 저물어버렸습니다. 이렇게 늦은 밤에 집 밖에서 혼자 지내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주변은 그야말로 칠흑같이 어두웠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디로 가야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 막내딸은 짐승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참나무 위로 올라가 몸을 웅크려 잠을 잤습니다.


새벽 무렵이었습니다. 참나무 아래에서 갑자기 끼익, 끼익 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소를 훔친 거인과 밭을 망가뜨린 거인이 나무 아래에 서 있었습니다. 거인은 모두 세 명이었습니다. 막내딸은 일단 마법의 화살을 써서 거인들을 혼내주기로 했습니다. 소녀는 화살을 뽑아들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마법의 화살아! 세 거인의 귀를 꿰뚫어버려라!”


화살은 핑 하고 날아가더니 세 거인의 귀를 쑥 하며 뚫고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막내딸의 손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소녀는 이제 화살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인지 잘 알게 됐습니다. 참나무 밑에서 세 거인이 하는 이야기가 들렸습니다.


“방금 뭔가가 내 귀를 뚫고 지나갔어.”


“맞아, 나도 그래.”


“그게 뭐였지?”


막내딸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세 거인의 대화를 듣고는 너무 우스워 깔깔 하며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세 거인은 나무 위를 올려다보면서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이 생쥐 같은 녀석아, 당장 나무에서 내려오지 못 하겠니?”


막내딸은 계속 크게 웃으면서 세 거인에게 놀리듯이 대꾸했습니다.


“나무 위로 올라와서 나를 한 번 잡아보는 게 어때요?”


소녀의 건방진 대답에 더 화가 난 세 거인은 마구 신경질을 부렸습니다.


“당장 내려오지 않으면 나무에 불을 질러 너를 통구이로 만들어버릴 테다.”


막내딸은 다시 웃으면서 대답했습니다.


“내려가도 어차피 통구이가 될 거잖아요! 그럼 내가 내려갈 이유가 없지요.”


세 거인은 막내딸을 달래서 내려오게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들은 목소리를 바꿔 부드럽게 이야기했습니다.


“아냐, 내려와서 우리말을 잘 듣기만 하면 절대 해치지 않을 거야‘”


“약속할 수 있어.”


“신에게 맹세할게.”


세 거인은 덩치가 작은 막내딸을 데리고 가면 어떤 방식으로든 유용하게 써먹을 데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저 소녀는 기껏해야 고양이보다 조금 더 커. 성벽에 난 쥐구멍을 통해 성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거야. 안에 들어가서 성문을 열라고 시키는 거야. 그러면 성 안에 있는 보물은 모두 우리 것이 될 거야.”


사실 세 거인은 성 밖에서 공주를 지키는 일만 했을 뿐 성 안에는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나쁜 요정이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시켰기 때문이었습니다. 성벽은 높고 튼튼해서 아무리 거인이라도 함부로 부수거나 넘을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성벽을 넘으려고 수백 번 시도했지만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성 밖에서 자고 먹으면서 공주를 지키는 일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막내딸은 세 거인의 말을 믿기로 하고 참나무에서 내려왔습니다. 세 거인은 아주 친절한 목소리로 막내딸에게 사정을 설명했습니다.


“성 벽에 난 구멍을 통해 성 안으로 들어가도록 해. 그리고 안에서 문을 열어줘. 그 뒤에는 집에 돌아가도 돼.”


“그럼 저를 성으로 데려다 주세요.”


막내딸은 갑자기 아주 순해진 세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 성으로 갔습니다. 그들의 말대로 성벽 한쪽에 조그마한 구멍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작은 아이라도 한참동안 몸을 비벼야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좁았습니다. 소녀가 들어간 곳은 정원이었습니다.


“이제 성문의 열쇠를 천천히 돌리도록 해. 그러면 성문이 냉큼 열릴 거야.”


막내딸은 열쇠를 집어넣어 조금 돌렸습니다. 성문은 끼끼 하는 소리를 내면서 약간 올라갔습니다. 보통 크기의 사람이라면 충분히 들어올 수 있지만 거인은 발을 하나 집어넣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열쇠를 완전히 한 바퀴 돌려야 해. 그래야 문이 완전히 열리지!”


“알았어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막내딸은 계속해서 열쇠를 돌리는 척했습니다. 사실 소녀의 속셈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열쇠가 너무 빡빡해서 잘 돌아가지 않는군요.”


답답해진 거인이 막내딸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숨을 깊이 들이마셔서 배를 아주 작고 납작하게 만들면 열린 문틈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 몰라.”


막내딸은 드디어 걸려들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소녀는 속으로 킥킥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좋은 생각이네요. 머리가 끼이지 않게 다리부터 들어오는 게 좋을 거예요.”


덩치가 작은 소녀를 의심하지 않았던 거인은 다리부터 밀어 넣었습니다. 거인의 다리가 안으로 들어오자 막내딸은 몽둥이로 발바닥을 내리쳤습니다. 그러자 펑 하면서 거인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습니다.


“자! 이제 당신들도 들어오도록 하세요.”


하지만 두 거인은 다리를 넣지 않았습니다. 먼저 들어가던 거인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갑자기 사라진 걸 봤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생쥐 같은 배신자! 문을 빨리 열도록 해라. 아니면 머리를 부숴버리겠다.”


막내딸은 한마디도 대꾸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열린 문에서 눈을 떼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제법 흘렀습니다. 갑자기 두 거인이 열린 틈으로 몸을 던지더니 순식간에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막내딸이 몽둥이를 휘둘러 발다닥을 때릴 틈조차 없었습니다.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지자 소녀는 깜짝 놀라 얼굴이 창백해졌습니다. 그때 소녀의 머리에 화살이 떠올랐습니다.


“화살아, 이제 네 일을 할 때다.”


화살은 쏜살같이 날아가더니 두 거인의 발바닥을 꿰뚫었습니다. 두 거인은 고통스러워하면서 그대로 땅바닥에 넘어졌습니다. 막내딸은 그 틈을 놓치고 않고 몽둥이를 휘둘러 두 거인의 발바닥을 차례로 때렸습니다.


“펑! 펑!”


연거푸 큰 소리가 두 번 나더니 두 거인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습니다. 세 거인이 성 안에 들어왔다는 조그마한 흔적조차 남지 않았습니다. 원래 이곳에는 아무도 살지 않았다는 듯 성 안은 다시 조용해졌습니다. 성 안 곳곳의 나무 가지에 앉아 짹짹거리는 새소리만 요란하게 들렸습니다.


막내딸은 무시무시한 세 거인이 사라져 한숨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자 도대체 성 안에 무엇이 있기에 거인들이 굳이 들어오려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소녀는 천천히 성 안의 궁전을 한 바퀴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궁전에 들어간 소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방마다 엄청나게 큰 금화와 황금 덩어리는 물론 온갖 종류의 보석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어떤 방에는 파란색, 보라색, 빨간색 등 여러 가지 색깔의 물이 들어 있는 병이 수십 개 있었습니다. 병마다 이런 글이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습니다.


‘이 물을 마시거나 바르면 어떤 병이든 나을 수 있답니다.’


막내딸이 마지막으로 들어간 방은 아주 싸늘하고 어둡고 칙칙해 보였습니다. 다른 방과는 달리 보물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아주 낡은 침대만 하나 놓여 있었습니다. 소녀는 무서웠지만 용기를 내어 침대 곁으로 조심스럽게 천천히 다가갔습니다.


아주 선량하게 보이는 공주가 마치 죽은 것처럼 잠들어 있었습니다. 막내딸은 어버니에게서 들은 옛날 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 왕자가 숲속에서 깊은 잠을 자고 있는 공주에게 입을 맞추면 깨어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내가 왕자는 아니지만 입을 맞추면 깨어날 수 있지 않을까?’


막내딸은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공주의 이마와 뺨에 입을 맞췄습니다. 하지만 공주는 깨어나기는커녕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막내딸은 어떻게 하면 공주를 깨울 수 있을지 답답해져서 방 안을 두리번거렸습니다. 그 때 침대 옆의 낮은 탁자에 작은 종이 하나가 놓여 있는 게 보였습니다. 종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손가락의 반지를 빼면 공주는 깨어납니다.’


막내딸은 공주의 가느다란 손가락을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새끼손가락에 아주 작은 반지가 보였습니다. 환히 빛나는 금반지도 아니고, 은은하게 화사한 은반지도 아니고, 아주 시꺼멓고 차갑게 보이는 돌반지였습니다.


막내딸은 공주의 손가락에 있는 반지를 만졌습니다. 갑자기 아주 차가운 기운이 반지에서 빠져나오는 게 느껴졌습니다. 마치 반지를 만지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 같았습니다.


막내딸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이 무서웠지만 다시 용기를 내어 반지를 비틀어 공주의 손가락에서 꺼냈습니다. 시꺼멓던 반지에서 기묘한 빛이 번지더니 갑자기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름다운 보석반지로 변했습니다. 소녀는 생전 처음 보는 아름다운 반지에 반해 호주머니에 몰래 집어넣었습니다.


잠시 후 깊은 잠에 빠져있던 공주가 마치 기적같이 천천히 눈을 떴습니다. 공주는 어지러운 듯 잠시 비틀거리더니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공주를 깨우는 일에 신경을 쓰고 있는 막내딸은 갑자기 겁이 났습니다. 그래서 공주를 내버려둔 채 그대로 달아나버렸습니다.


공주는 눈을 뜨고 침대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한 소녀가 궁전에서 다급하게 뛰어나가는 게 보였습니다. 공주는 한참이나 성에 머물며 소녀가 돌아오기를 기다렸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공주는 더 이상 기다릴 수는 없어 할 수 없이 아버지, 어머니가 사는 궁전으로 혼자 돌아갔습니다.


왕과 왕비에게 마법을 걸었던 나쁜 요정은 언니 요정 때문에 쫓겨나고 궁에 없었습니다. 두 사람은 깊은 잠에서 깨어나 돌아온 딸을 눈물로 반갑게 맞았습니다. 공주는 부모에게 성에서 일어났던 일을 상세하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소녀를 꼭 찾아 은혜를 갚아야겠다고 말했습니다.


“소녀는 언젠가는 반드시 성에 다시 돌아갈 거예요. 성 근처에 큰 여관을 하나 만들게요. 제가 그곳 주인 행세를 하는 거예요. 지나가는 여행객을 하나하나 살펴서 저를 구해준 소녀를 찾을 거예요.”


공주가 성 근처 숲에 여관을 만들 무렵 막내딸은 성에서 가져간 물병으로 사람들을 치료해주고 있었습니다. 정말 신기하게도 물을 바르거나 마시게 하면 어떤 병이라도 다 나았습니다. 물 한 방울로 치료할 수 없는 병은 세상에 하나도 없었습니다.


막내딸은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한 의사가 됐고, 많은 돈을 벌어 순식간에 엄청난 부자가 됐습니다. 소녀는 다른 마을에서 고생하고 있는 어머니와 두 오빠를 찾아갔습니다. 가족은 오랜 만에 다시 만난 기쁨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막내딸은 어머니와 두 오빠에게 다시 옛 집에 돌아가 살자고 했습니다. 돈을 많이 벌었기 때문에 더 이상 고생하지 않아도 온 가족이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소녀의 가족이 환하게 웃으면서 집으로 돌아가고 있을 때 숲에 여관이 하나 보였습니다. 이런 팻말이 붙어 있었습니다.


‘누구든지 대단한 모험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에게는 방값과 음식 값을 받지 않겠습니다.’


어머니는 빙긋 웃으며 말했습니다.


“여기서 하루 묵도록 하자. 우리 가족 이야기를 해 주면 방값을 내지 않아도 될 거야.”


여관 주인은 세상에 둘도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이었습니다. 막내딸은 여관에 들어가면서 주인의 얼굴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분명히 언젠가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데 거기가 어디였는지 기억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여관을 떠나기 전 어머니는 세 거인 때문에 정든 집을 떠나 다른 마을에서 고생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하지만 여관 주인은 그 이야기에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는 막내딸이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열두 살이 될 때까지 저에게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그것이 벌써 3년 전 일이었지요. 그때 저는 집을 떠났다가 어머니, 두 오빠와 헤어졌답니다. 나쁜 거인에게 복수하기 위해서였지요.”


막내딸은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나갔습니다. 참나무에 올라가 숨은 사연, 세 거인을 사라지게 만든 사연이었습니다. 두 오빠와 어머니는 막내딸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세상에 그렇게 터무니없는 거짓말은 처음 듣는다. 네가 어떻게 그 무시무시한 거인을 사라지게 했단 말이냐?”


하지만 막내딸의 이야기를 듣던 여관 주인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야기를 계속하세요.”


“마지막으로 네 번째 방에서 아름다운 공주가 잠들어 있는 침대를 발견했죠.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는 순간 공주가 눈을 뜨더니….”


막내딸은 3년 전 일을 마치 어제 일처럼 상세하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흐르더라도 그렇게 짜릿하고 엄청난 모험을 어떻게 잊을 수가 있었을까요? 여관 주인이 다시 물었습니다.


“성에 다시 가 본 적은 없으신가요?”


“없답니다. 하지만 내일 가볼 거예요.”


“혹시, 공주를 다시 보면 어떻게 할 거예요?”


“저하고 나이가 비슷하더군요. 평생 친구가 돼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혹시 다른 기억이 나는 게 있나요?”


막내딸은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눈을 크게 뜨더니 호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습니다. 보석반지였습니다.


“그때 공주 손가락에서 꺼낸 반지가 여기 있었어!”


여관 주인은 반지를 보더니 그제야 눈물을 터뜨리며 막내딸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저도 그 반지를 안답니다. 왜냐하면 제 것이었으니까요. 당신이 깨운 공주가 바로 저랍니다.”


“당신이 그 공주라고요?”


“저는 왕의 딸이에요. 당신 덕분에 다시 살아났지요. 여기에 여관을 차리고 3년간 당신을 찾고 있었습니다.”


막내딸은 공주의 얼굴을 곰곰이 살펴보았습니다. 그제야 침대에 누워 있던 창백한 표정의 공주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오랫만에 만났고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한 두 소녀는 서로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펑펑 쏟았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어머니와 두 오빠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 멍한 표정만 지었습니다.


공주는 다음날 성에 다녀온 뒤 막내딸을 데리고 궁으로 돌아갔습니다. 왕과 왕비는 딸을 구해준 소녀를 마치 친딸처럼 다정하고 반갑게 맞았습니다. 두 소녀는 친한 친구가 돼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리고 막내딸은 왕과 왕비는 물론 공주가 크고작은 병에 걸릴 때마다 성에서 가져만 물로 치료해주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모두 100세를 넘을 때까지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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