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전사가 된 소녀

by leo



숲속 마을 사람들은 가이아를 보면 늘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주 위험하고 폭력적인 아이야. 나중에 사악한 도둑이 될 거야. 같이 놀면 안돼.”


가이아는 모험을 좋아하는 소녀였습니다. 같은 마을에 사는 다른 소녀들은 바느질을 하거나 어머니를 도와 요리를 했습니다. 하지만 가이아는 숲에 가서 사냥을 했습니다. 토끼나 다람쥐를 잡았고 연못에서 목욕도 했습니다. 숲에는 곰 같은 짐승이 많았지만 가이아는 전혀 겁내지 않았습니다. 딸을 가진 어머니들은 가이아를 보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자아이 같지 않구나.”


마을 사람들은 칼을 들고 다니거나 흙이 잔뜩 묻은 바지를 입고 다니는 가이아를 보면 뒤에서 수군댔습니다. 마을에 사는 여자 아이들은 물론 남자 아이들도 가이아를 무서워했습니다. 아버지가 함께 가지 않으면 가이아가 놀고 있는 숲에 가려 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가이아는숲에서 혼자 토끼를 잡아 불에 구워 먹고 있었습니다. 이때 이상한 사람이 보였습니다. 한 청년이 활을 든 채 큰 참나무 옆에 서 있었습니다. 마을에서는 처음 보는 사람이었습니다. 이렇게 늦은 밤에 숲에 오는 사람은 드물었습니다.

가이아는 천천히 일어나 조심스럽게 청년에게 다가갔습니다. 청년은 가이아에게는 신경을 쓰지 않은 채 지도를 보고 있었습니다. 가이아는 청년이 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것 봐. 무기를 내려놔. 그러지 않으면 화살로 머리를 꿰뚫어버릴 테니까.”


청년은 머리를 들고 가이아를 쳐다봤습니다.


“이렇게 위험한 숲에서 너처럼 작은 소녀가 뭘 하고 있는 거니? 집에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엄마가 저녁 식사 준비하는 걸 도와줘야지.”


가이아는 화가 났습니다.


“나는 그따위 일은 하지 않아. 아버지 바지를 꿰매는 일 말고도 할 게 더 많다고. 그건 그렇고. 너는 누구야?”


청년은 빙긋이 웃었습니다.


“나는 사비우스야. ‘젊음의 분수’라는 귀한 유적을 찾고 있는 중이야.”


가이아는 무기를 내려놓았습니다.


“귀한 분수라고? 여기에는 그런 게 없어.”


사비우스는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아니야. 어딘가에 있어. 이 근처에 있는 게 분명해.”


가이아는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사비우스는 가이아를 보고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습니다.


“집에서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지내지 않고 여기를 돌아다니는 이유가 뭐지?


가이아는 화난 표정으로 사비우스를 쳐다봤습니다.


“집에 있느니 숲에서 혼자 돌아다니는 게 나아. 나는 소녀야. 여자라고. 어릴 때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나이가 들면 결혼해야 한다고. 이상한 드레스를 입고 아무 말도 없이 엄마 밑에서 일만 해야 하는 거지. 나는 그러지 않을 거야. 멍청한 소녀가 아니라 왕자를 구하는 소녀 기사가 될 거야.”


사비우스는 가이아의 말을 듣고 환하게 웃었습니다.


“맞아. 아이들은 대개 그렇게 생각하지. 내가 분수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겠니? 그러면 마을 사람들에게 네가 단순히 소녀가 아니라 전사라는 걸 보여줄 수 있을 거야.”


가이아는 사비우스를 믿지 않았지만 어쨌든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둘은 ‘젊음의 분수’를 찾기 위해 모험에 나섰습니다. 그들은 숲 깊은 곳까지 걸어갔습니다. 바위를 타고 넘었고, 강을 건너기도 했습니다. 저녁에는 천막을 치고 잠을 잤습니다. 사비우스는 신선한 빵을 가이아에게 나눠주었습니다. 가이아는 먹을 수 있는 꽃과 식물을 그에게 주었습니다.


가이아와 사비우스는 다시 여행을 재개했습니다. 가이아는 이렇게 깊은 숲속까지 온 적이 없었습니다. 사비우스는 아름다운 폭포 엽에 있는 깊은 동굴로 들어갔습니다. 그는 가이아에게 지도를 보여줬습니다.


“우리는 여기쯤 와 있어. 동굴 안을 살펴봐야 해.”


가이아는 불을 피웠습니다. 그리고 긴 나뭇가지에 불을 붙여 횃불을 만들었습니다. 가이아는 사비우스에게 횃불 하나를 주었습니다. 둘은 동굴 안으로 깊이 들어갔습니다. 동굴 안은 완전히 깜깜했습니다. 가이아는 신기했습니다.


가이아와 사비우스는 동굴을 한참이나 걸었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가이아는 지치기 시작했습니다. 사비우스에게 짜증을 내려고 했을 때 멀리서 희미한 불빛이 보였습니다. 사비우스는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가이아는 손가락으로 불빛을 가리켰습니다.


“저길 봐. 불빛이야.”


사비우스는 가볍게 탄성을 질렀습니다. 둘은 불빛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불빛은 점점 밝아지고 커졌습니다. 마치 돌을 깎아 만든 것 같은 길이 나타났습니다. 불빛이 너무 밝아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가이아는 손으로 눈을 가렸습니다. 그래도 불빛은 엄청나게 밝았습니다.


한참을 걷다 보니 불빛이 조금 약해졌습니다. 가이아는 손을 치웠습니다. 그리고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동굴의 빈 공간은 대리석 기둥으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습니다. 바로 앞에 웅장한 분수가 나타났습니다.


분수는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돌로 만들었습니다. 가이아는 이런 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습니다. 분수에서는 보석처럼 맑고 푸른 물이 솟아났습니다. 마치 햇빛에 반사돼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같았습니다. 가이아는 입을 다물 수 없었습니다.


“사비우스, 드디어 찾았어. 우리가 분수를 찾았다고.”


가이아는 기뻐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런데 사비우스는 가이아의 눈치를 보면서 슬금슬금 분수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가이아는 무슨 영문인지 몰랐습니다.


“사비우스, 왜 그래?”


사비우스는 처음에는 히죽거리며 웃더니 나중에는 미친 듯이 깔깔대며 웃었습니다.


“멍청한 녀석 같으니라고! 내가 정말 이렇게 아름다운 분수를 너와 나눌 거라고 생각했니? 내가 분수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어린이의 눈을 빌리는 것뿐이었어. 어린이가 찾아내기 전까지 어른 눈에는 보이지 않거든.”


가이아는 분노와 두려움에 몸을 떨기 시작했습니다.


‘저 녀석이 나를 속였어! 나를 이용한 거야.’


가이아의 얼굴은 창백해졌습니다.


“너는 정말 비열하고 나쁜 놈이구나. 배신의 대가를 꼭 치르게 될 거야.”


사비우스는 깔깔대며 웃더니 허리에서 날카로운 칼을 꺼냈습니다. 가이아는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잠시 후 용기를 되찾아 소녀는 활을 꺼냈습니다. 하지만 사비우스는 무척 빨랐습니다. 그는 칼을 휘두르며 가이아에게 달려들었습니다.


가이아는 공격을 겨우 피했지만 팔을 다치고 말았습니다. 가이아는 분수 쪽으로 피했습니다. 사비우스는 사정을 봐주지 않고 이번에는 가이아의 등을 향해 칼을 휘둘렀습니다.


가이아는 비명을 지르며 다시 몸을 피했습니다. 이번에는 배를 찔리고 말았습니다. 달아나던 가이아는 활을 내동댕이치고 사비우스를 밀었습니다. 사비우스는 갑작스러운 반격에 깜짝 놀라며 뒷걸음질을 쳤습니다. 그 때문에 분수에 등을 부딪쳐 분수 안으로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으악!”


사비우스는 소리를 질렀습니다. 분수에서 흘러나온 물이 그의 온몸을 적셨습니다. 순식간에 사비우스는 갓난아기로 변해버렸습니다. 물은 젖먹이가 돼버린 사비우스를 계속 적시더니 나중에는 아예 그의 몸을 없애버렸습니다. 남은 것은 칼뿐이었습니다.


가이아는 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가이아는 옷과 활을 챙겨 동굴 밖으로 달려 나갔습니다. 팔과 배에서는 피가 계속 흘렀습니다. 동굴에서 나온 뒤에도 마을까지 계속 달려갔습니다. 그곳에서 그만 쓰러져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마침 마을 입구에서는 가이아를 찾아 나선 마을 사람들이 횃불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그들은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뛰어온 가이아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가이아다. 가이아가 돌아왔다.”


마을 사람들은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가이아를 보려고 많은 사람이 주변에 모여들었습니다. 어떤 아주머니들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어떤 아저씨들은 훌쩍거리기도 했습니다. 가이아의 엄마가 달려왔습니다.


“불쌍한 내 아기! 살아서 돌아왔구나.”


“엄마!”


가이아는 엄마 품에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엄마가 이렇게 기뻐하는 걸 본 건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며칠 동안이나 너를 찾아다녔단다. 숲에서 길을 잃은 거라고 생각했지.”


다음날 아침 가이아는 마을의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했습니다. ‘젊음의 분수’ 이야기도 해주었습니다. 아이들은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도 못한 채 멍한 표정으로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건 어른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가이아가 엄청난 모험을 하고 돌아온 걸 알고는 다들 놀라는 표정이었습니다.


가이아가 이야기를 마치자 마을에서 가장 유명한 사냥꾼이 껄껄 하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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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아. 너는 더 이상 소녀가 아니야. 마을을 지키는 훌륭한 전사가 된 거야.”


사냥꾼의 말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환호하면서 박수를 쳤습니다.


“가이아는 우리 마을의 소녀 전사다.”


가이아의 가슴은 자부심으로 뿌듯해졌습니다. 그날 이후 아무도 가이아를 소녀답지 않다고 놀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가이아를 존경과 사랑의 눈길로 바라봤습니다. 더 이상 소녀라고 해서 꼭 집에서 요리하고 청소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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