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가난해도 교회에는 꼭 가야 한단다.”
어머니는 늘 어린 딸에게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나 집안은 가난하지만 마음만은 부자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린 딸은 매주 일요일 꼭 교회에 갔습니다.
어느 날 소녀의 귀에 교회 신부가 설교하는 이야기가 똑똑하게 들렸습니다.
“가난한 사람을 도우면 하나님께서 100배로 돌려주십니다.”
소녀는 신부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믿었습니다. 집에 돌아간 소녀는 1주일 동안 이웃집 일을 열심히 도와 동전 한 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소녀는 다음주 일요일 교회에 가장 먼저 가서 헌금함에 동전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이제 이번 주에 동전 100개를 돌려주실 거지요? 그러면 엄마와 저는 더 이상 가난하지 않아도 된 답니다.’
소녀는 교회에 다녀온 뒤 1주일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문밖에 앉아 있기만 했습니다. 누가 동전 100개를 주러 오는지 살펴보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1주일 동안 동전을 가지고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시무룩해진 소녀는 일요일 다시 교회에 갔습니다. 설교가 끝난 뒤 소녀는 신부를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화난 목소리로 이렇게 물었습니다.
“신부님, 지난번에 설교하신 대로 동전을 헌금함에 넣었답니다. 그런데 왜 하나님은 저에게 동전 100개를 돌려주시지 않는 거죠?”
신부는 소녀의 항의를 듣고는 빙긋이 웃었습니다. 그리고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나님이 너의 집을 못 찾으신 모양이구나. 그럼 네가 하나님을 찾아가서 돈을 달라고 하면 어떨까?”
소녀는 신부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당장 집에 돌아가 보따리를 꾸려 집을 나섰습니다. 어머니에게는 하나님을 만나 돈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어머니는 너무 놀라 입을 다물 수 없었습니다.
혼자서 집을 떠난 소녀는 하루 종일 걸었습니다. 날은 금세 저물어 어느 새 저녁이 됐습니다. 아주 크고 화려한 집이 보였습니다. 소녀는 문을 통통 두들겼습니다. 아주 친절해 보이는 주인 부부가 나왔습니다.
“오늘 하루만 재워주세요. 빵을 좀 주시면 더 고마울 거예요.”
“어린 소녀 혼자서 어디로 가는 거니?”
“하나님을 찾으러 가요. 여쭈어볼 게 있거든요.”
소녀로부터 상세한 이야기를 들은 주인 부부는 깜짝 놀랐습니다. 한편으로는 기특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우습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한 가지 조건이 있단다. 우리 집에는 큰 사과나무가 있어. 여러 해 전만 해도 해마다 가을이 되면 사과가 정말 많이 열렸어. 그런데 지난해부터 갑자기 사과가 하나도 달리지 않게 됐지. 하나님을 만나서 여쭈어봐 주렴. 그 이유가 무엇인지. 그렇게 하기로 약속한다면 오늘 저녁을 주고 침대도 빌려줄게.”
소녀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주인 부부는 소녀를 집에 들어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따뜻한 스프와 맛있는 빵과 치즈를 먹게 해주었습니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목욕도 시켜주고 따뜻한 침대에서 자도록 해주었습니다.
소녀는 다음날 아침 주인 부부에게 인사를 하고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저녁 무렵에는 아주 큰 도시에 도착했습니다. 도시 한가운데에는 왕궁이 있었습니다. 소녀는 왕궁 문지기에게 가서 부탁했습니다.
“왕궁에서 하룻밤만 재워주세요. 그리고 따뜻한 빵도 한 조각 주시고요.”
문지기는 어린 소녀의 말을 듣고 너무 기가 막혀 왕에게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궁전 문앞에 나타난 소녀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왕은 껄껄 웃으며 소녀를 데려 오라고 지시했습니다.
“소녀야, 지금 어디로 가는 거니?”
“하나님을 만나러 가요. 여쭈어볼 게 있거든요.”
소녀는 왕에게 상세한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왕은 다시 껄껄 웃었습니다.
“오늘 저녁에 궁전에서 재워줄 수 있지.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단다. 하나님을 만나거든 한 번 여쭈어보아라. 궁전에는 맛있고 건강에도 좋은 물이 나오던 우물이 있어.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물이 더러워져서 먹을 수 없게 됐지. 그 이유가 뭔지 알고 싶어.”
“꼭 그렇게 할게요.”
왕은 시녀들에게 소녀를 데리고 가서 깨끗하게 목욕을 시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소녀가 태어나서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맛있고 진귀한 음식을 대접했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아름다운 침대에서 편안하게 잘 수 있게 했습니다.
소녀는 다음날 아침 왕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해가 질 무렵 수도원이 보였습니다. 매우 지치고 배가 고팠던 소녀는 수도원으로 갔습니다. 소녀의 이야기를 들은 수도원 문지기는 수도원장에게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수도원장은 신비하고 놀랍다는 생각이 들어 소녀를 데리고 오라고 했습니다.
“하나님을 만나러 가는 길이라고?”
“예.”
“그럼 하나님에게 하나만 여쭈어봐줄래. 우리 수도원은 이전에는 매우 평화로웠지. 그런데 요즘 들어 저녁만 되면 모두 싸운단다. 왜 그런지 이유를 알고 싶어.”
“꼭 여쭈어볼게요.”
수도원장은 소녀에게 빵과 치즈를 주고 잠자리도 내주었습니다. 소녀는 편안하게 밤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소녀는 다음날 아침 수도원을 나섰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우산이 없었던 소녀는 흠뻑 젖고 말았습니다. 그때 큰 빨간색 우산을 든 낯선 사람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소녀는 그에게 쪼르르 달려갔습니다.
“우산 좀 씌워 주시겠어요.”
“그러려무나.”
소녀는 이렇게 해서 낯선 사람과 우산을 같이 쓰고 걷게 됐습니다. 소녀는 그 사람에게 왜 여행을 하고 있는지 상세하게 설명했습니다. 낯선 사람은 빙그레 웃었습니다.
“하나님을 만나려면 세상 끝까지 가야 해. 정말 멀고 힘든 길이지.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곳이야. 돌아가는 게 좋을 거야.”
“하나님에게 동전 100개를 받아야 하는데 그건 어떻게 하죠? 그리고 농부, 왕, 수도원장에게 어떤 답을 줘야 하나요? 하나님에게 답을 받아오겠다고 약속했거든요. 아니면 저는 거짓말장이가 될 거예요.”
낯선 사람은 소녀에게 친절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답은 내가 알려줄게. 농부에게는 이렇게 말하렴. 이전에 사과나무 옆에 울타리가 있었단다. 사과나무는 울타리에 가지를 걸치고 있었지. 그렇게 하면 편하거든. 그래서 사과가 많이 열릴 수 있었지. 그런데 농부가 울타리를 옮겨버렸어. 사과나무는 너무 힘들어졋어. 울타리를 다시 원래 자리로 옮겨 사과나무 가지를 걸쳐놓으면 내년부터 사과가 다시 많이 열릴 수 있을 거야. 그런데 농부에게 동전 100개를 주면 답을 알려주겠다고 하거라.”
“왕에게는 뭐라고 말해야 하나요?”
“왕은 좋은 물을 혼자서 마시려고 우물과 연결되는 개울을 독차지해버렸어. 그래서 물이 나빠진 거야. 왕에게 개울과 우물을 모두가 이용할 수 있게 하라고 이야기해주렴. 그러면 물이 다시 좋아질 거라고. 왕에게는 금화 100개를 주면 답을 이야기해주겠다고 하면 돼.”
“수도원장에게는 뭐라고 할까요?”
“얼마 전 수도원에 요리사가 새로 들어왔어. 그 요리사는 사실 불화를 일으키는 악마야. 그 사람을 내쫓으면 수도원이 다시 평화로워질 거야. 수도원장에게도 금화 100개를 주면 답을 말해줄 수 있다고 하렴.”
낯선 사람이 말을 다하자 놀랍게도 비가 뚝 그쳤습니다. 그는 우산을 접었습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거라. 하나님을 만나봐야 돈을 받을 수도 없어. 하나님은 돈이 없거든. 내가 시킨 대로 수도원장, 왕, 농부에게 이야기하도록 해. 그리고 집에 돌아가거든 가난한 사람들을 많이 도와줘야 해. 그러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단다.”
“꼭 그렇게 할게요.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소녀는 낯선 사람에게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등을 돌려 집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소녀는 낯선 사람이 빙긋이 웃고는 갑자기 사라진 걸 알지 못했습니다.
소녀는 수도원, 궁전, 농부의 집을 차례로 찾아갔습니다. 소녀가 집에 도착했을 때에는 보따리에 엄청난 돈이 들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