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눈은 제가 찾아드릴게요

by leo



시골 마을에서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던 소녀 야니체카는 어느 날 갑자기 외톨이가 돼버렸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가 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며칠이 지나자 먹을 게 다 떨어져 버렸습니다. 집에 남아 있는 건 빵 부스러기뿐이었습니다. 소녀는 할 수 없이 다른 마을에 가서 일을 하면서 돈을 벌기로 했습니다.


야니체카는 여러 마을을 돌아다녔습니다.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도와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누군지 모르는 어린 소녀에게 아무도 일을 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소녀는 며칠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쫄쫄 굶어야 했습니다.


야니체카는 다른 마을에 가려고 힘들게 터덜터덜 걷다 길가의 작은 바위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너무 배가 고프고 지친 탓에 이대로 쓰러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야니체카가 앉은 바위 바로 뒤에는 마침 작은 오두막 집이 있었습니다. 밤인데도 불도 켜지지 않아 집 안팎은 매우 어두웠습니다. 그래서 소녀는 여기에 집이 있는 줄을 알지 못했습니다.


야니체카는 이 집의 주인에게도 일을 달라고 부탁해보기로 했습니다. 소녀는 조용히 문을 톡톡 두들겼습니다. 한참이나 기다렸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소녀는 두 번, 세 번 계속해서 문을 두들겼습니다. 잠시 후 삐걱 하더니 문이 힘겹게 천천히 열렸습니다.


“누가 이렇게 늦은 밤에 문을 두드리시는가?”


문을 열고 나온 사람은 아주 불쌍해 보이는 할아버지였습니다. 그는 눈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정확하게 설명하자면 어떻게 된 일인지 눈이 없었습니다. 할아버지의 눈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야니체카는 정말 무서웠지만 용기를 내어 할아버지에게 여기까지 온 사정을 이야기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혼자 사는 소녀예요. 먹을 게 없어 일을 하려고 여러 마을을 돌아다니고 있답니다. 그런데 아무도 저에게 일을 주지 않네요. 할아버지는 저를 도와주실 수 있으신가요?”


할아버지의 집 뒤쪽 외양간에는 염소 여러 마리가 있었습니다. 염소들은 야니체카를 보더니 매애~ 하며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잘 됐구나. 나는 눈이 멀어버리는 바람에 염소들을 데리고 언덕에 갈 수 없게 됐단다. 염소들은 며칠째 풀을 뜯어먹지 못해 배가 아주 고플 거야. 네가 나 대신 매일 염소들을 언덕에 몰고 가서 풀을 뜯게 해 줄 수 있겠니?”


“잘 됐네요. 할아버지. 내일부터 당장 언덕에 갈게요.”


“하지만 한 가지 조심할 게 있단다. 절대 언덕 너머에 있는 숲에 가서는 안 돼. 거기에는 나쁜 마법사 삼형제가 살고 있어. 그들은 지나가는 사람을 유혹해서 눈을 빼앗아가지. 나도 그들에게 잡혀서 눈을 빼앗기는 바람에 이렇게 앞을 볼 수 없게 됐단다.”


할아버지는 야니체카에게 마법사 삼형제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주었습니다. 할아버지 말에 따르면 그들은 평소에는 숲속의 동굴에서 살았습니다.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을 발견하면 때로는 아름다운 공주로, 때로는 씩씩한 기사로 변신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행인에게 친절을 베푸는 척 하면서 마법의 사과를 먹여 잠재우고 눈을 빼앗아 갔습니다. 그들에게 눈을 빼앗긴 사람은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늑대, 호랑이 같은 동물도 삼형제에게 눈을 빼앗겼습니다.


“할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마법사 삼형제가 저를 괴롭히진 못할 거예요.”


야니체카는 다음날부터 할아버지의 염소들을 언덕으로 몰고 갔습니다. 저녁에는 염소들을 집으로 데리고 와 젖을 짜서 치즈를 만들었습니다. 이른 아침에는 마을에 가서 치즈를 팔아 빵을 사오기도 했습니다. 이제 야니체카는 먹을 음식은 물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집도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됐습니다.


야니체카는 친절한 할아버지를 정말 좋아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할아버지의 눈을 찾아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야니체카는 마법사 삼형제를 만나 보기로 했습니다. 미리 짜놓은 계획이 있었던 것입니다.


야니체카는 아침 일찍 일어나 할아버지의 집 근처에서 블랙베리 나뭇가지 세 개를 꺾었습니다. 나뭇가지를 비비 꼬아 둥글게 만들어 모자 안에 숨겼습니다. 이어 평소처럼 염소들을 언덕으로 몰고 가 풀밭에 풀어놓았습니다.


야니체카는 염소들을 내버려두고는 혼자 언덕을 넘어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한참을 걸어간 소녀는 잠시 쉬려고 나무 아래 그늘에 앉았습니다. 그때 갑자기 어디서 온 것인지 하얀 옷을 입은 청년이 나타났습니다. 아주 잘 생기고 용감해 보이는 기사였습니다. 그는 마법사 삼형제 중 큰형이었습니다. 얼굴은 마치 우유처럼 하얗고, 손은 흡사 장미처럼 빨갰습니다. 눈은 어두운 구름이 잔뜩 낀 것처럼럼 어두웠습니다. 허리에는 적당한 길이의 칼이 달려 있었습니다.


기사로 변신한 마법사는 어깨에 매단 긴 망토를 뒤로 젖히더니 호주머니에서 정말 달콤해보이는 빨간 사과를 하나 꺼냈습니다. 그리고 그늘 밑에서 쉬고 있던 야니체카에게 건네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린 소녀가 매일 풀밭을 오가며 염소를 치느라 얼마나 힘드니? 이 사과를 먹어보렴. 그러면 그동안 쌓인 피로가 싹 사라지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축복을 신이 너에게 내려주실 거야.”


야니체카는 이미 할아버지에게서 사과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사과를 먹으면 바로 깊은 잠이 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마법사에게 눈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야니체카는 빙긋이 웃으면서 아주 공손하게 대답했습니다.


“정말 친절하시군요. 하지만 저는 사과를 먹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우리 집에도 사과나무가 있거든요. 오늘 아침에는 세 개나 먹고 왔는걸요.”


야니체카가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지 않자 마법사는 얼굴이 빨갛게 변했습니다. 그는 화난 표정을 짓더니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습니다.


잠시 후 다른 기사가 야니체카 앞에 나타났습니다. 삼형제 중 둘째 마법사였습니다. 그는 아주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예쁜 장미 한 송이를 들고 있었습니다.


“이 장미는 정말 예쁘지 않니? 내가 직접 정원에서 따온 거란다. 향기가 너무 아름다워. 어때? 향기를 한 번 맡아보지 않을래? 정말 기분이 좋아질 거야.”


야니체카는 장미 향기를 맡는 순간 어떤 결과를 낳는지 이미 다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웃으면서 한마디로 거절했습니다.


“정말 고마운 이야기예요. 그런데 저는 그럴 필요가 없어요. 우리 집 정원에는 그 장미보다 훨씬 달콤한 향기가 나는 장미가 넘쳐나는 걸요. 오늘 아침에도 집에서 나오기 전에 장미 향기를 실컷 맡고 왔답니다.”


야니체카가 냉정하게 거절하는 말을 들은 둘째 마법사의 얼굴은 금세 노래졌습니다. 그도 화난 표정을 짓더니 순식간에 사라져버렸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세 번째 기사가 야니체카 앞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삼형제 중 막내 마법사였습니다. 그는 아주 화려한 빛을 내는 황금 빗을 들고 있었습니다. 머리를 빗으면 금세 정신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빗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용감한 기사님.”


“너는 정말 예쁘고 상냥한 소녀로구나. 내가 황금 빗으로 네 머리를 단정하게 빗어주면 훨씬 더 예뻐질 거야. 어때 그렇게 해도 될까?”


야니체카는 마법사의 말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빙긋 웃으면서 모자를 벗었습니다. 세 번째 기사는 모자 안에 무엇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그는 소녀를 속이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소녀에게 다가갔습니다.


마법사가 콧노래를 부르며 황금 빗을 들어 소녀의 머리를 빗기려고 했습니다. 그 순간 야니체카는 손에 들고 있던 모자에서 블랙베리 나무를 꺼내 마법사의 손을 찰싹 때렸습니다. 마법사는 깜짝 놀라더니 빗을 떨어뜨리고 그 자리에 쓰러져 버렸습니다. 소녀는 이번에는 블랙베리 고리를 꺼내 그의 손을 단단하게 묶어 버렸습니다.


“소녀야! 왜 이러는 거니? 왜 내 손을 묶는 거야?”


손을 묶인 마법사는 일어날 수도, 달아날 수도 없었습니다. 블랙베리 나무로 맞으면 힘을 잃고 블랙베리 나무 고리로 손을 묶이면 꼼짝할 수 없는 게 마법사의 운명이었습니다.


“형. 도와줘. 소녀가 나를 묶어버렸어.”


다급해진 막내 마법사는 두려움에 떠는 목소리로 두 형을 불렀습니다. 야니체카에게 살려달라고 큰소리로 울부짖기도 했습니다. 그의 목소리를 듣고 큰형 마법사와 둘째 마법사가 황급하게 달려왔습니다. 두 사람은 바닥에 드러누워 손을 꽁꽁 묶인 막내를 보고 화들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소녀야! 왜 이러니? 저 아이가 무엇을 잘못했니? 그냥 너를 도와주려 한 것 뿐이잖니?”


야니체카는 두 마법사의 사정사정하는 말을 듣고도 냉정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싫어요. 절대 풀어줄 수 없어요.”


두 마법사는 이대로는 어떻게 해서도 소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들은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드러누운 동생에게 다가갔습니다. 야니체카는 그 사이에 두 마법사 뒤로 몰래 돌아가 블랙베리 나무로 두 사람의 등을 차례로 철썩 때렸습니다. 두 마법사도 막내 마법사처럼 그 자리에 피식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소녀는 재빨리 블랙베리 고리로 두 사람의 손마저 묶어버렸습니다.


“자, 이제 세 명 모두 제 포로가 됐네요. 마법사 삼형제 아저씨!”


블랙베리 나무 고리에 손을 묶인 세 마법사는 옴짝달싹할 수도 없었습니다.


“제발 우리를 풀어줘. 네가 시키는 건 무엇이든 할게.”


“제가 원하는 건 단 한 가지예요. 할아버지 눈을 돌려주세요. 당신들이 빼앗아갔으니 어디 있는지 알 거잖아요.”


야니체카는 세 마법사를 숲속에 남겨두고 할아버지를 모시러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할아버지 눈을 다시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았어요.”


야니체카가 할아버지를 모시고 숲에 돌아갔을 때까지 세 마법사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못하고 누워 있었습니다. 소녀는 세 마법사 중 큰형에게 아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눈이 어디 있는지 말하세요. 만약 말하지 않거나 거짓말하면 강에 던져버릴 거예요.”


큰형 마법사는 어쩔 수 없이 야니체카를 숲 한쪽 구석에 있는 동굴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곳에는 삼형제가 사람들에게서 빼앗은 모든 눈이 쌓여 있었습니다. 까만 눈, 파란 눈, 빨간 눈, 초록색 눈 등 온갖 눈이 다 있었습니다. 큰 형 마법사는 눈 더미를 한참이나 이리저리 뒤지더니 그 중에서 두 개를 꺼냈습니다.


“이게 할아버지의 눈이란다.”


야니체카는 다시 큰형 마법사를 데리고 숲에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동굴에서 가져온 눈을 할아버지 얼굴에 끼워 넣었습니다. 할아버지는 깜짝 놀라더니 소리를 지르며 울었습니다.


“어둠 밖에는 보이지 않는구나. 이건 내 눈이 아니야. 동굴에서 잠자는 박쥐의 눈이 분명해. 눈을 다시 꺼내 가거라.”


야니체카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큰형 마법사를 그대로 강에 던져버렸습니다. 그리고 둘째 마법사를 보면서 아주 차가운 목소리로 다시 물었습니다.


“할아버지의 진짜 눈은 어디에 있지요?”


둘째 마법사는 큰형처럼 야니체카를 동굴로 데리고 갔습니다. 거기서 한참 고민하더니 눈 두 개를 골라 다시 숲으로 돌아왔습니다. 새 눈을 끼운 할아버지는 다시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 눈도 내 것이 아니야! 무시무시한 이빨과 시뻘건 혀밖에 보이지 않아. 이건 늑대의 눈이로구나.”


야니체카는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둘째 마법사를 강에 던져버렸습니다. 소녀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막내 마법사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할아버지의 진짜 눈은 어디에 있나요?”


막내 마법사도 두 형들처럼 야니체카를 동굴에 데리고 가 눈 두 개를 가지고 왔습니다. 하지만 이 눈도 할아버지의 진짜 눈이 아니었습니다.


“출렁이는 물과 반짝이는 지느러미밖에 안 보여. 이건 내 눈이 아니야. 물고기 눈이 틀림없어.”


야니체카는 막내 마법사마저 강에 던지려고 했습니다. 얼굴이 벌게진 마법사는 큰소리로 울면서 살려달라고 했습니다.


“소녀야! 한 번만 더 기회를 다오. 진짜 눈을 가져올게. 정말이야.”


야니체카는 막내 마법사를 데리고 한 번 더 동굴에 다녀왔습니다. 그가 가지고 온 눈을 다시 할아버지 얼굴에 끼웠습니다. 할아버지는 이번에는 환하게 껄껄 웃으며 말했습니다.


“세상이 정말 잘 보이는구나. 이게 진짜 내 눈이야. 이제 예전처럼 잘 볼 수 있어.”


야니체카는 마지막 기회에서 약속을 지킨 막내 마법사를 풀어 주었습니다. 손에서 블랙베리 고리를 떼넨 마법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숲 속으로 달아나버렸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두 사람 앞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오두막으로 돌아간 야니체카와 할아버지는 마치 진짜 가족처럼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염소도 같이 데리고 다니고, 집에서 치즈도 함께 만들었습니다. 소녀는 더 이상 외롭고 불행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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