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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o Apr 21. 2022

책을 냈습니다 <부산야구 100년 롯데야구 40년>


40년 전 일이다. 당시 열일곱 살이던 시골 소년은 프로야구가 처음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새로운 볼거리가 탄생했다는 기쁨에 입이 함지박만 하게 벌어졌다. 더군다나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라니 말이다.

소년은 롯데 자이언츠 선수단이 창단식을 마친 뒤 시내 퍼레이드를 하는 사진을 신문에서 오려 책상 앞에 붙여놓았다. 거의 매일 롯데 기사나 사진을 잘라내 노트에 스크랩하기도 했다. 스크랩 노트는 10권을 넘어섰다.

프로야구는 하루의 활력이자 기쁨이었다. 때로는 좌절이거나 슬픔이기도 했다. 꼭 스포츠 뉴스를 듣고 등교했다. 롯데가 이겼다는 소식을 접하면 하루가 즐거웠고, 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괜히 짜증이 나고 우울했다.

롯데 선수들의 1년 성적을 거의 외울 수 있을 정도로 신문기사를 읽고 또 읽었다. 아침 뉴스를 보고, 오후 신문을 읽고, 저녁 스포츠뉴스를 또 봤다. 이미 알고 있던 롯데 소식이지만 혹시 하나라도 더 새로운 게 있을까 해서였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얼마 되지 않는 용돈을 아껴 매주 나오는 주간스포츠잡지를 정기구독했다. 잡지에서 구한 기록지로 야구 기록법을 배워 TV중계를 보며 경기 내용을 일일이 기록했다. 1년 정도 모은 기록지를 바탕으로 롯데 선수들의 장단점을 분석한 뒤 당시 롯데 감독에게 편지로 적어 보냈다.

야간자율학습 때면 옷 속으로 숨긴 이어폰을 귀에 꽂고 선생님 몰래 라디오를 듣곤 했다. 얼마나 기술적으로(?) 이어폰을 숨겼는지 한 번도 야간자율학습 감독 교사에게 들킨 적이 없었다. 용돈을 아껴 모은 돈으로 친구들과 함께 찾았던 구덕야구장은 왜 그렇게 신기했을까?

매주 토, 일요일이면 동네 아이들을 모아 학교에 가서 야구를 했다. 방학 때면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운동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친구들은 겨울 추위를 무릅쓰고 야구하러 가는 그를 보고 “동계훈련을 한다”며 놀렸다. 고등학생이 늘 TV에서 야구만 보고, 운동장에서 야구시합만 했으니 당연히 공부가 잘 될 리 없었다.



그렇게 야구를 좋아하고, 롯데를 사랑했던 고교생은 자라서 <부산일보>에 들어가 신문기자가 됐다. 어릴 때부터 꿈이었던 스포츠를 담당하게 됐고, 특히 부산야구협회와 프로야구 롯데 구단을 맡았다. 다시 세월이 흘렀다. 그는 후배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야구에서는 손을 뗐다. 그래도 항상 머리는 롯데를 생각했다.

40년 동안 롯데를 사랑했던 시골 소년. 그는 부산갈매기 팬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어릴 적부터 자신의 가슴 속에 품었던 마음이 그들과 똑같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는 영웅이자 희망이었고, 어른이 되어서는 하루 피로를 씻어주는 청량제이자 즐거움이 바로 프로야구 롯데인 것이다.

2020~2023년은 부산과 부산야구에 큰 의미를 가지는 시기다. 2020년과 2023년은 두 가지 의미로 부산 야구 100주년이 되는 해다. 현재 남아 있는 자료에 따르면 부산 최초의 조선인 팀간의 야구경기가 열린 게 1920년이었고, 현존 부산 야구팀 중에서 가장 오래 된 부산상고(현재 개성고)는 1923년 창단했다. 1982년 창단한 프로야구 롯데는 2021년 40번째 시즌을 치렀고, 2022년에는 창단 40주년을 맞았다.

자회사에서 근무하다 선임기자 직책을 맡아 6년 만에 체육부 일선기자로 돌아온 2019년부터 부산야구사와 롯데야구사를 정리할 계획을 세웠다. 체육부에서 일하면서 얻은 자료와 지식, 경험을 바탕으로 내용을 기록해 왔다.



부산야구의 과거인 역사를 돌아보는 동시에 현재의 모습과 과제를 살펴봄으로써 미래 부산야구의 갈 길을 찾아보기로 했다. 야구사를 정리하는 동시에 부산야구의 산적한 현안을 지적함으로써 ‘부산은 야구의 도시’라는 허울 뒤에 숨은 부산야구의 민낯을 드러내 부산야구의 정체성에 의문을 던지고자 한다. 과거에 머물러 있는 부산시와 롯데는 물론 부산 야구관계자들의 반성과 분발을 촉구하고자 한다.

이 책은 기록을 나열한 연감이 아니다. 부산야구와 롯데야구의 역사를 다루고, 현재를 돌아봄으로써 미래의 길을 찾아보려는 시도를 담은 책이다. 때로는 기술 형식으로, 때로는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구성했다. 책은 프롤로그와 3부로 나누어 구성했다. 1부는 ‘부산야구 100년’ 2부는 ‘롯데야구 40년’ 3부는 ‘부산은 야구의 도시인가’이다.

책을 쓰면서 대한야구협회와 한국야구위원회가 공동 편찬한 『한국야구사』는 물론 한국야구위원회 연감, 부산시체육회에서 발간한 『부산체육사』그리고 야구기자 시절 개성고(옛 부산상고) 등 부산의 여러 고등학교에서 모은 각종 교지에서 자료를 얻었다. 여기에 <부산일보>를 중심으로 각종 신문에서 부족한 내용을 보충했다. 야구기자 시절 취재, 인터뷰를 통해 얻은 정보는 물론 신문에 실리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만난 원로 등 야구인에게서 들은 내용도 참조했다.

이 책은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들 정도로 뛰어난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 필자의 능력이 부족한데다 안타깝게도 부산야구 역사를 탐구할 자료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이런 졸저를 출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기도 했다.

긴 생각 끝에 책을 내기로 했다. 부산야구사를 다룬 책이 단 한 권도 없는데다 롯데야구사를 다룬 책도 드물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 책을 계기로 물꼬가 터져 다른 야구전문가들이 더 깊고 빼어난 부산야구사를 낼 수 있게 된다면 아무리 졸저라도 출간의 의미는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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