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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o Aug 14. 2022

유령 마을

유령 마을은 꽤 넓어 보였다. 가운데에는 큰 길이 길게 나 있었다. 자동차 두 대가 충분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였다. 거리에 가로등은 하나도 없었지만 칠흑같이 깜깜하지는 않았다.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불그스름한 빛으로 덮여 있었다.

길 양쪽 옆에는 가로수가 이어져 있었다. 물론 살아 있는 나무는 아니었다. 잎은 다 떨어졌고 가지는 말라 비틀어져 있었다. 나무의 형태는 다양했고 특이했다. 꽈배기처럼 비비 꼬인 나무도 있었고, 살이 잔뜩 찐 비만 환자처럼 아래가 더부룩한 나무도 있었다. 나이가 들어 허리가 굽은 할머니처럼 이리 저리 구부러진 나무도 보였다.

가로수 뒤에는 짙은 어둠이 숨겨져 있었다. 어둠 사이로 폐가처럼 보이는 집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집의 형태는 다양하고 특이했다. 다 무너진 집도 있었고 비교적 깔끔한 집도 보였다. 산악지대에서 흔히 보이는 목조 주택도 있었고 대리석으로 만든 화려한 대저택도 있었다.

유령 마을 입구의 커다란 문은 열려 있었다. 문 위에는 아치형 장식이 붙어 있었다. 아치에 글자는 보이지 않았다. 이곳이 마을이라는 걸 알려주는 단순한 장식인 것처럼 보였다.

마을 주변은 담벼락으로 에워싸여 있었다. 바깥은 빛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어둠이었다. 마을의 거리를 뒤덮은 불그스름한 빛은 독특하게도 문까지만 비추고 있었다. 빛이라는 게 문 밖으로 조금 새나갈 수도 있을 텐데 여기서는 칼로 정확하게 자른 듯 빛이 문 안쪽에서 끝나 있었다.

4명을 태우고 달린 벨로시는 헉헉거렸다. 그는 가까스로 유령 마을의 문을 지날 수 있었다. 문을 통과하는 순간 지니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노란색 빛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크르릉!

불과 1~2초 차이로 코르비다이와 부르크달라가 유령 마을의 문 앞으로 달려왔다. 괴물들은 문을 넘어서려 하지 않았다. 마을 안에서 퍼져 나오는 불그스레한 빛을 두려워하는 눈치였다.

크르릉! 크악!

괴물들은 목표를 바로 눈앞에 두고도 달려들 수 없어 답답한 모양이었다.

“이제 됐다. 여기서 잠시 시간을 벌 수 있게 됐어.”

토르텐슨은  등에서 내려 바닥에 그대로 털썩 주저앉았다. 이마에는 구슬처럼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지니와 리즈, 쿨도 차례로 말에서 내렸다. 그들은 문 바로 밖에서 괴성을 질러대는 괴물을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한눈에 보기에도 끔찍한 모습이었다. 괴물에게 물렸다가는 순식간에 몸이 두 동강날 것만 같았다.

쿨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도대체 저게 뭐지?”

지니는 문 앞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괴물을 좀 더 자세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르르!

늑대처럼 생긴 부르크달라 한 마리가 문 앞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지니는 손을 들어 올려 괴물의 머리에 가져다댔다. 만져보고 싶다는 충동이 인 것이었다.

“안 돼.”

토르텐슨이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리즈와 쿨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니는 토르텐슨의 비명을 못 들었는지 손을 계속 뻗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방금 까지만 해도 물어뜯을 기세로 아가리를 크게 벌리고 포효하던 부르크달라가 그 자리에 납작 엎드린 것이었다. 마치 주인이 머리를 쓰다듬어줘 기분이 좋아진 강아지 같았다.

끼기깅!

‘저럴 수가!’

토르텐슨은 지금 일어나는 일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지니가 강아지를 만지는 것 같아.”

리즈는 신기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웃으며 말했다.

크와앙!

뒤쪽에 서 있던 다른 부르크달라 한 마리가 강아지처럼 엎드린 녀석에게 달려들며 소리를 질렀다. 엎드렸던 부르크달라는 겁에 질린 듯 자리에서 일어나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크르릉!

부르크달라는 화가 난 것처럼 지니를 향해 날카로운 발톱을 휘둘렀다.

지니는 황급히 뒤로 서너 걸음 물러섰다.

문 안으로 들어온 부르크달라의 다리에서 연기가 솟아오르며 고기 타는 냄새가 났다. 불그스레한 빛에 노출되는 바람에 몸이 타는 것이었다.

“위험해. 물릴지도 몰라.”

토르텐슨은 문 앞으로 달려가 지니를 붙잡았다. 그는 지니는 물론 다른 두 아이를 데리고 마을 안쪽으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희뿌연 안개가 서려 있었다. 안개 사이에 무언가 서 있는 게 보였다. 그 중 하나가 안개를 뚫고 밖으로 나왔다. 토르텐슨처럼 한손에 잘린 목을 든 유령이었다. 그는 사제복을 입고 있었다.

“이 아이들은 누구지?”

토르텐슨은 더 이상 걷지 않고 그 자리에 섰다. 세 아이는 그의 곁에 바짝 붙었다.

“얘들아! 인사하도록 해라. 이 유령은 루카스라고 해. 내 친구지.”

세 아이는 너무 무서워 입이 굳는 바람에 말은 못하고 고개를 끄덕여 인사했다.

루카스는 인사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목소리를 곤두세웠다.

“얘들은 왜 데리고 왔어?”

사제복을 입은 유령 뒤로 다른 유령들이 나타났다. 한두 명이 아니었다. 최소한 명은 넘어보였다. 유령의 생김새는 그야말로 각양각색이었다. 배에  칼이 꽂힌 상인 유령, 카드를 끊임없이 섞고 있는 도박사 유령, 바닥에 떨어진 머리를 이리저리 찾아다니는 행정관 유령, 해골만 남은 하인 유령, 한쪽 팔이 떨어진 도둑 유령, 머리가 절반으로 쪼개진 흑인 유령. 얼마나 굶었는지 홀쭉해진  끊임없이 울먹이며 아버지를 찾아 헤매는 어린 소녀 유령, 서로 흘겨보며 등을 맞대고  있는 매춘부와 신부 유령. 이밖에도  끔찍하고 볼썽사나운 유령은 한둘이 아니었다.

 아이의 얼굴에서는 순식간에 핏기가  가셨다. 셋은 불과  시간 전까지만 해도 유령이 있니 없니 하며 티격태격했다.  잘린 기사 유령을 처음 봤을 때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유령이    명도 아니고 명이 무리를 지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이걸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얘들아, 너희는 여기서 잠깐만 기다리도록 해라.”

토르텐슨은 세 아이를 그 자리에 남겨두고 루카스를 다른 유령 사이로 데리고 갔다. 둘이서가 아니라 다른 유령들도 포함시켜 논의할 이야기가 있었다.

배에 큰 칼이 꽂힌 유령이 질문을 던졌다.

“저 애들은 누구인가?”

“실수로 중간세계에 들어온 아이들이야.”

“살아 있는 애들이란 말이야?”

“그래.”

“어쩌려고 저 아이들을 마을에 데리고 왔어?”

“실수로 들어왔는데 다시 세상으로 나가는 방법을 모른다는 거야.”

“코르비다이와 부르크달라는 왜 온 거지?”

토르텐슨은 두 괴물의 이름을 듣자마자 벨로시를 떠올렸다. 그에게 상황을 알아보라고 지시한 걸 이제야 기억한 것이었다.

“벨로시, 어디에 있니?”

히히힝!

안개에 묻혀 있던 말은 머리를 흔들며 주인 앞으로 걸어 나왔다.

“지금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히히힝!

벨로시는 말이라도 하는 것처럼 연거푸 울음소리를 터뜨렸다.

“뭐라고? 그게 무슨 뜻이지? 스비아토가 세 아이를 붙잡아오라고 했다고?”

토르텐슨은 세 아이를 바라보았다. 유령들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알 길이 없는 세 아이는 불그스레한 빛이 희미하게 비치는 문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왜 붙잡아오라는 거지?”

히히힝!

벨로시는 주인의 말에 화답하듯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노란색 빛을 내는 아이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고 했다고?”

토르텐슨은 그제야 이유를   있었다. 천둥번개가 치고 지진이  것은 스비아토놀랐거나 흥분했다는 뜻이었다. 지니의 몸에서 노란색 빛이 발산되는 것을 그도 느꼈다는 의미였다.

이번에는 카드를 계속 섞는 도박사 유령이 앞으로 나섰다.

“조금 전에 천둥번개가 치고 땅이 흔들렸어. 그게 저 아이들 때문인가?”

“그런 것 같아. 다들 야로미르를 알지?”

유령들은 갑자기 엉뚱한 이야기를 꺼내는 토르텐슨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야로미르는 갑자기 왜?”

“야로미르가 가끔 이곳에 왔을 때 몸에서 노란색 빛이 나온 걸 본 적이 있어?”

“노란색 빛은 야로미르의 상징이잖아? 그런데 그건 또 왜?”

토르텐슨은 목소리를 낮췄다.

“저 소녀의 몸에서 아까 노란색 빛이 흘러나왔어.”

“뭐라고!”

유령들은 일제히 고개를 휙 돌려 지니를 쳐다보았다.

“그게 정말이야?”

“내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

“정말 노란색 빛이었어?”

유령들은 못 믿겠다는 것처럼 거듭 물었다.

“정말이야! 심지어 마술사 켈리가 오더니 저 아이 몸에서 나오는 노란색 빛을 보고 놀라더라니까. 그러더니 저 아이를 붙잡아가려는 거야. 내가 칼을 들이대면서 겨우 막았지.”

루카스는 토르텐슨의 이야기를 듣다 말고 지니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손목을 잡고 다짜고짜 물어보았다.

“얘야! 네 이름은 뭐니?”

지니는 목 잘린 유령이 난 데 없이 질문을 던지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 저, 그게, 제 이름이!”

“너는 네 이름도 제대로 모르니?”

“쟤는 지니예요.”

지니가 말을 더듬으며 답을 못하자 리즈가 대신 소리를 질렀다.

루카스는 주저하지 않고 다시 질문을 던졌다.

“야로미르와는 어떤 관계냐?”

지니는 아까 토르텐슨이 꺼냈던 야로미르 이야기를 다시 듣게 되자 할 말이 없었다. 이번에도 말을 어물거릴 수밖에 없었다.

“어, 저는, 그게!”

“아이고, 답답하구나. 너는 원래 말을 더듬는 게 취미니?”

루카스가 지니를 자꾸 닦달하자 답답해진 토르텐슨이 그에게서 지니의 손목을 빼앗았다.

“이제 그만해. 그건 나도 아까 물어봤어. 이 아이는 야로미르를 모른대. 아마 무슨 사정이 있는 모양이야.”

루카스는 눈살을 찌푸리며 지니를 노려보았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토르텐슨은 루카스를 다시 다른 유령 사이로 끌고 갔다. 그리고 목소리를 약간 낮춰 조곤조곤 이야기했다.

방금 천둥번개가 치고 땅이 흔들렸어. 내가 이곳에   500년이 넘었지만 그런 일은 처음이었어. 그리고  괴물들도 몰려왔어. 코르비다이와 부르크달라가 동시에 달려온   적이 있나? 아마 아무도 그런 경험은 없을 거야.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바로 노란색  때문이야. 빛을 내는 장본인을 잡으러  거야.”

유령들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토르텐슨은 손을 흔들었다. 모두 조용히 하라는 뜻이었다.

“야로미르는 몇 년 전에 죽었어. 그건 너희도 알잖아. 모든 정황을 고려해볼 때 저 아이는 야로미르의 유일한 후계자일지도 몰라. 만약 저 아이가 여기서 죽는다면 세상에는 난리가 날 거야. 중간세계의 지배자에 맞서 균형을 지킬 수 있는 인간세상의 유일한 존재가 사라지는 거잖아. 자, 한 번 생각해보자고. 그게 우리한테 좋을까? 잘 생각해 봐. 인간세상의 라이벌이 사라지면 중간세계의 지배자가 우리한테 호의적이겠어?”

루카스는 눈을 껌벅거렸다. 토르텐슨의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는 표정이었다. 배에 큰 칼이 꽂힌 유령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유령이 머뭇거리자 한쪽 팔이 떨어진 도둑 유령이 나섰다.

“저 아이가 정말 야로미르의 후계자일까? 저렇게 어린 아이가?”

“아직 나도 잘 몰라. 저 아이도 아는 게 전혀 없어. 아마 무슨 사정이 있을 거야.”

다리 한쪽이 잘린 유령이 앞으로 나섰다.

“지금 우리가 보호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어? 이제 곧 코르비다이와 부르달라크가 밀어닥칠 텐데. 놈들한테서 저 아이들을 어떻게 지킬 수 있겠어? 우리만 물어뜯기고 말 거야.”

해골만 남은 하인 유령도 말을 보탰다.

“지금은 괴물들이 빛에 막혀 문 안으로 못 들어오지만 곧 방어력이 풀리고 말 거야. 기껏해야 한 시간이야. 저 놈들이 그때 마을에 들어오면 난리가 날 거야. 우리를 잡아 먹지야 못하겠지만 얼마나 큰 고통을 주겠어? 아이들이 잡아먹히든 말든 그건 우리가 신경 쓸 수 일이 아니야. 우리는 그냥 집에 숨어 있어야 해.”

토르텐슨은 입장이 난처했다. 사실 다른 유령들의 말이 틀린 건 하나도 없었다. 

중간세계에는 유령 마을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었다. 수십, 수백 개, 아니 수천 개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곳에 마을이 얼마나 되는지 아는 유령은 하나도 없었다. 오직 이곳을 다스리는 통치자만 알고 있었다. 

유령 마을은 유령들이 마지막으로 살아있을 때 지냈던 마을과 모양이 유사했다. 무덤이 없는 유령은 죽기 직전에 그의 두 발이 디디고 있는 지역과 유사한 곳에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게 이곳의 규칙이었다. 토르텐슨이 세 아이를 데리고 간 유령 마을은 프라하의 말라 스트라나에서 목숨을 잃은 유령이 모여 사는 곳이었다. 그가 세 아이를 만난 바위는 살아있는 사람 세상에서는 성모 마리아 교회 뒤쪽의 큰 바위였다.

유령 마을에는 다른 마을의 유령이나 코르비다이, 부르달라크가 들어갈 수 없었다. 지니, 리즈, 쿨처럼 살아 있는 사람이 들어가는 일이란 절대 있을 수 없었다. 다른 마을의 유령이나 사람이 마을을 침입하면 처벌을 받아야 했다. 

코르비다이와 부르달라크는 평소에는 유령 마을에 함부로 들어갈 수 없었다. 마을을 뒤덮은 불그스레한 불빛 때문이었다. 특별한 상황이 생길 경우 중간세계를 다스리는 지배자의 허가를 받아 마을에 출입할 수 있었다. 지배자의 허가가 떨어지고 불빛이 꺼질 때까지 1시간 정도가 걸렸다. 

코르비다이와 부르달라크가 마을에 들어오면 유령은 집안에 가만히 앉아 있어야 했다. 그들이 특별한 상황을 마칠 때까지 소리도 내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아야 했다. 실수했다가는 괴물들에게 물어 뜯길지도 몰랐다.

유령은 이미 죽은 존재이기 때문에 중간세계에서 다시 죽는 일은 없다. 하지만 유령이라도 코르비다이와 부르달라크에게 물어뜯기면 고통을 느끼게 된다. 살아있을 때 겪었던 어떤 고통하고도 비교할 수 없는 끔찍한 고통이었다. 모든 유령이 하소연하는 것은 이런 내용이었다.

토르텐슨도 규칙을 모르는 게 아니었다. 그러나 세 아이는 안드레이 때문에 여기에 온 것이었다. 게다가 그 중에서도 지니는 몸에서 신성한 노란색 빛이 나오는 특별한 아이였다. 반드시 살려서 인간 세상으로 돌려보내야 할 가치를 가진 아이였다. 

“나도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니야. 그렇다고 쟤들을 마을 바깥으로 몰아낼 수는 없잖아.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 보자고. 좋은 방법이 생길지도 모르잖아.”

“어떻게?”

“일단 다들 몰려가서 문을 지키는 거야. 불이 꺼지면 저놈들이 밀려들 거잖아. 그때 몸으로 막는 거야. 안으로 못 들어오게.”

다른 유령들은 토르텐슨의 제안을 그다지 마땅치 않게 생각했다. 그래봐야 겨우 20~30분 정도 버틸 수 있을 뿐이었다. 그 사이에 코르비다이와 부르달라크에게 얼마나 물어 뜯길지 알 수 없었다. 다들 그게 두려웠다.

그렇다고 지니가 야로미르의 후계자일지도 모른다는 토르텐슨의 말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들은 너나할 것 없이 야로미르에게 신세를 진 게 많았다. 

그 사실을 잘 아는 토르텐슨은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

“우리 모두 야로미르에게 갚아야 할 빚이 많잖아? 저 아이를 지켜야 할 이유는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아? 과거에 진 빚을 한꺼번에 탕감하는 거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한 번 버텨보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보는 거야. 그래도 안 되면 할 수 없는 일이야. 우리는 최선을 다했으니까. 그렇지 않아?”

토르텐슨은 말을 끝내고 먼저 성큼성큼 문 쪽으로 걸어갔다.

주춤거리던 루카스는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뒤를 따랐다. 

두 유령이 앞장서자 다른 유령들은 서로 눈치를 살폈다. 한참이나 고민하던 배에 큰 칼 꽂힌 유령이 앞으로 나섰다. 한쪽 팔이 떨어진 도둑 유령도 문 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둘이 토르텐슨과 루카스를 따라가자 일부 유령도 그들에게 동참했다. 하지만 대다수 유령은 집으로 달아나 문을 꼭 잠그고 지하실에 숨어버렸다.

토르텐슨과 루카스는 문 앞에 버티고 섰다. 다른 유령들은 그 뒤를 받쳤다. 문 밖에서는 코르비다이와 부르달라크가 으르릉거렸다.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엄청나게 분노한 것만은 분명했다.

지니와 리즈, 쿨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그들은 유령들의 대화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 토르텐슨이 입을 굳게 다물고 앞장서서 걷는 바람에 이유를 물어볼 기회도 없었다. 그래서 왜 그들이 문을 막으러 갔는지 알 수 없었다. 어찌됐든 무시무시한 일이 곧 벌어질 것이라는 것만 짐작할 수 있었다.

유령들과 코르비다이, 부르달라크가 문을 사이에 두고 대치한 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고작 30분 정도였을까? 

유령 마을을 은은하게 비추던 불그스레한 빛이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한밤중에 학교 체육관을 밝히던 모든 전등이 꺼져버린 것 같았다. 마을은 완전히 깜깜해졌다. 문 앞에 버티고 선 유령들도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문 밖에 버티고 선 부르달라크와 코르비다이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잔인한 눈빛이었다.

크르릉!

유령 마을의 문 밖에서 부르달라크가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공중에서 코르비다이가 날개를 퍼덕이며 나는 소리도 들렸다.

크아악!

귀를 찢을 것처럼 날카로운 부르달라크 한 마리의 포효가 터져 나왔다. 그것을 신호로 수백, 수천 마리가 울부짖는 소리가 일제히 쏟아졌다. 그들이 땅을 박차고 달리거나 뛰어오르는 소리도 이어졌다.

“으악!”

“아이고!”

문 앞에 버티고 선 유령들의 비명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괴물들이 유령을 물어뜯는 소리도 들렸다. 견디다 못한 유령들이 달아나는 소리도 이어졌다.

지니와 리즈, 쿨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가로수 뒤편에 숨어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오직 어둠만이 보였다. 괴물들이 잔인한 학살극을 벌이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토르텐슨은 어디에 있는지, 괴물들은 어디서 유령을 물어뜯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달아날 방법도 없었다.

크릉!

세 아이의 코앞에서 부르달라크 여러 마리의 포효가 들렸다. 소리의 크기로 봐서는 기껏해야 3~4m 정도인 것 같았다. 세 아이의 눈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지만 부르달라크는 훤히 보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때였다. 

번쩍!

갑자기 공중에서 황금색 빛이 쏟아져 내렸다. 기둥처럼 굵은 한 가닥의 빛이 아니라 앞으로 뻗으면서 사방팔방으로 퍼지는 손전등 불빛 같았다. 지니의 몸에서 흘러나온 노란색 빛과는 다른 느낌의 빛이었다.

깨앵! 깨앵! 

난데없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황금색 빛에 노출된 코르비다이는 그대로 땅에 떨어졌다. 그들은 눈을 제대로 뜨지 못했다. 온 몸은 뜨거운 불에라도 덴 것처럼 조금씩 타들어갔다. 부르달라크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빛 밖으로 달아났다.

쉭!

빛 사이로 무엇인가가 아주 빠른 속도로 내려왔다. 사람이었다. 그도 세 아이처럼 머리를 거꾸로 한 채 내려왔다. 그러다 천천히 몸을 돌리더니 중간세계에 발을 내디뎠다.

“이런! 벌써 일이 벌어졌구먼. 내가 조금 늦었네.”

“마렉!”

문 앞에 쓰러져 피를 흘리던 토르텐슨이 반가운 목소리로 외쳤다. 

황금색 빛과 함께 공중에서 내려온 사람은 마렉이었다. 안드레이 밑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머리 위로는 환한 빛이 기둥처럼 내리 비치고 있었다. 기둥의 끝은 둥글게 뚫려 있었다.

마렉은 유령 마을에서 벌어진 잔혹한 상황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다들 죽지는 않고 곧 회복하겠지만 고통은 끔찍하겠군.”

그는 세 아이를 노려보았다.

“너희가 이렇게 일을 키운 문제의 말썽꾸러기들이구나.”

마렉은 검은 양복을 입고 검은 넥타이를 매고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이렇게 어두운 중간세계에는 어울리지 않는 선글라스였다. 

지니는 마렉을 쳐다보았다. 밝은 빛 때문에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었다.

“아저씨는 누구세요?”

마렉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나? 안드레이 사장님이 보낸 사람!”

“안드레이 할아버지?”

마렉은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어둠 속을 살펴보았다. 그가 갖고 온 빛에 밀려 달아난 괴물들이 다시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다. 

“말썽꾸러기들이 사장님의 수첩을 훔쳐봤다더구나. 혹시 검은 문을 통해 중간세계에 빠질지도 모른다고 하셨어. 들어가는 길은 알아도 나오는 길은 모를 테니 나보고 너희를 구해오라고 하셨어. 틀림없이 이런 꼴을 당하고 있을 거라면서.”

쿨은 잔뜩 화가 난 안드레이의 얼굴을 떠올렸다. 지금 여기서 나가면 곤욕을 치를 게 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서 화장실 청소를 하는 그의 모습도 떠올랐다. 

싸악~ 크르릉!

코르비다이와 부르달라크가 다시 기세를 올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렉이 끌고 온 황금색 빛도 지니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노란색 빛처럼 조금씩 사라졌다.

“지체할 시간이 없어. 이제 돌아가야겠구나. 다들 내 주변에 모이렴.”

마렉은 세 아이에게 근처에 오라고 손짓했다.

지니와 리즈, 쿨은 서둘러 그의 옆으로 다가갔다.

“토르텐슨, 몸조심하세요. 우리는 이제 돌아갑니다. 얘들아, 조금 혼란스러울지 모르니 조심하거라.”

마렉은 손에 들고 있던 초롱처럼 생긴 기계의 단추를 힘껏 눌렀다.


쐐액!

으아악!

와당탕 쿵탕!

성모 마리아 성당 지하실의 검은 문의 벽에서 무언가 툭 하고 튀어나왔다. 비명과 함께 사람들이 땅에 나뒹구는 소리가 이어졌다. 중간세계에 빠졌던 세 아이, 지니와 리즈 그리고 쿨이었다. 그들을 구해온 마렉도 벽에서 굴러 떨어졌다.

“아이고! 허리야!”

반대편 벽까지 날아간 쿨은 얼굴을 실룩거리며 허리를 붙잡고 일어섰다. 벽 앞에 떨어진 지니와 리즈는 뒤통수를 만졌다.

“얘들아! 괜찮니?”

마렉은 걱정스러운 낯빛을 하면서 세 아이를 하나씩 일으켜 세웠다.

“마렉….”

지하실 한쪽 구석에서 잔뜩 겁을 먹은 목소리가 들렸다.

마렉은 흠칫 놀라며 몸을 홱 돌렸다. 어두운 구석에 무엇인가 숨어 있는 게 보였다. 그는 휴대폰 전등을 켰다.

“토르텐슨?”

“그래. 나야. 토르텐슨이라고.”

목 잘린 유령 토르텐슨이 구석의 벽에 몸을 기댄 채 앉아 있었다.

“왜 여기 계신 거예요?”

“자네가 저 아이들을 끄집어 낼 때 나도 강제로 끌려나왔어.”

마렉은 이마에 한손을 얹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아이들을 끄집어낼 때 토르텐슨은 그들 근처에 붙어 있었다.

“아, 이런!”

“지금 돌아갈 수도 없어. 문은 닫혀버렸어. 자네야 초롱을 들고 문에 손을 대면 중천에 갈 수 있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는 걸 잘 알잖아.”

유령은 자정에 중간세계의 문이 열리면 인간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다. 해가 뜨기 직전에 다시 문이 열리면 돌아갈 수 있었다. 토르텐슨처럼 뜻하지 않게 엉뚱한 통로로 나온 유령은 당장 복귀할 길이 없었다. 다음날 문이 열릴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뿐이었다.

마렉은 머리가 빠개지는 것 같았다. 토르텐슨까지 끌려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해가 뜰 때까지 그를 지하실에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혹시 누가 보기라도 하면 난리가 날 일이었다.

“할 수 없군요. 우리 집에 가서 숨어 있도록 해요. 커튼을 치고 방에 앉아 있으면 아무도 모를 거예요.”

“이 꼴로 갈 수는 없잖아. 누가 봐도 이상하게 생각하고 놀랄 텐데.”

마렉은 호주머니에게 손전등처럼 생긴 물건을 꺼냈다.

“미안하지만 여기에 넣고 모셔갈 게요. 힘드시겠지만 조금만 참으세요. 우리 집이 여기서 멀지 않으니 금세 갈 거예요.”

“아! 거기 들어가면 정말 고통스러운데. 그리고 너무 오래 있으면….”

“미안해요. 토르텐슨.”

마렉은 손전등의 빨간 버튼을 눌렀다. 손전등에서 빨간 빛이 그물처럼 퍼져 나오더니 토르텐슨을 감쌌다. 공기청소기가 나쁜 먼지를 흡입하듯 그를 순식간에 손전등 안으로 집어넣어 버렸다.

“얘들아. 이제 가자.”

마렉이 지하실 계단 위로 올라가려고 난간을 막 잡았을 때였다.

“마렉…아저씨!”

쿨이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마렉을 불렀다. 그는 뒤로 머리를 돌렸다.

검은 문의 벽에서 하얀 연기가 조금씩 빠져나오는 게 보였다. 봄에 도로에서 올라오는 아지랑이 같았다. 하얀 연기는 벽 앞에서 조금씩 덩어리를 이루더니 특이한 모양을 갖추기 시작했다. 잠시 후 연기는 무릎을 꿇은 사람으로 변했다.

“끄응!”

모양은 천천히 일어나 고개를 좌우로 흔들더니 어깨도 앞뒤로 비틀었다. 몸이 불편해서 스트레칭을 하는 노인 같았다. 그는 체조를 하듯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얘들아! 반갑구나. 내가 다시 보자고 그랬지.”

“마법사 켈리!”

세 아이의 입에서 켈리라는 이름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경악과 당혹과 두려움과 공포가 함께 섞인 소리였다.

“마법사 켈리?”

마렉은 그가 누군지 모르는 모양이었다.

“당신은 누구요?”

마렉은 덜덜 떨며 손전등의 빨간 버튼에 다시 손을 댔다. 하지만 그가 버튼을 건드리는 것보다 켈리가 오른손 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게 더 빨랐다.

“윽!”

켈리의 손가락에서 뿜어져 나온 시뻘건 파동이 마렉의 손을 때렸다. 그는 고통을 느끼며 손전등을 떨어뜨렸다.

켈리는 이번에는 왼손을 들어 올렸다. 손전등은 천천히 그에게 끌려갔다.

마렉의 낯빛은 파랗게 질리고 입술은 보랏빛이 되어 떨렸다.

마렉을 제압한 켈리는 비틀거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몸이 불편한 모양이었다. 그는 다시 어깨를 이리저리 돌렸다.

“오랜만에 세상에 나오니 몸이 찌뿌둥하고 불편하군. 영 익숙하지 않아. 아직 힘을 제대로 쓸 수도 없고.”

덜컥!

지하실 철문이 열렸다. 세 아이를 검은 문으로 안내했던 젊은 신부가 안으로 들어왔다. 표정으로 봐서는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지하실 풍경을 한 바퀴 빙 둘러본 그의 표정은 바위처럼 굳어지고 낯빛은 불에 다 타버린 재처럼 하얘졌다.

“얘들아! 이게 무슨….”

켈리는 다시 왼손을 신부에게 뻗었다. 신부는 억 소리를 내며 하늘로 천천히 끌려 올라갔다. 천장까지 올라갔던 신부는 허공을 여러 바퀴 뱅뱅 돌더니 털썩 하며 바닥에 떨어져 버렸다. 그는 바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마렉, 자네는 운이 참 좋은 편이군. 오늘은 너무 힘들어 내가 더 이상 버티기 어렵거든. 이제 그만 쉬러 가야겠어. 다음에 볼 때는 지금보다 더 조심하게. 그때는 봐주는 게 없을 거야. 얘들아, 너희도 곧 나를 다시 보게 될 거야. 기대하고 있으려무나.”

켈리는 열린 계단을 통해 올라가더니 바람에 쓸려나가는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너무 놀라 다리가 굳어버렸던 마렉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는 손전등을 주워 성당 밖으로 뛰어나갔다. 켈리는 어디로 간 것인지 보이지 않았다.

성당 앞에 작은 자동차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 그는 뒤를 따라 나온 아이들을 태워 서둘러 시동을 걸었다. 성당에서 그의 집이 있는 드르티노바 거리까지는 불과 15분이면 갈 수 있었다. 트램이 가끔 앞을 막기는 했지만 다니는 차가 적어 교통 체증에 시달리지 않았다.

마렉은 1층에 체코 전통 레스토랑이 있는 건물의 3층에 살고 있었다. 그는 방문을 열자마자 커튼부터 쳤다. 그리고 손전등을 꺼내 파란 스위치를 켰다. 손전등에서 파란 빛이 나오더니 토르텐슨이 튀어나왔다.

마렉은 이마와 목에서 심하게 땀을 흘렸다. 얼마나 놀란 것인지 밀가루를 뒤집어 쓴 것처럼 얼굴이 창백해 보였다. 시간은 벌써 오후 8시를 넘었다. 그의 눈알은 바쁘게 굴러다녔다. 어떻게 일을 정리할지 고민하는 게 분명했다.

안드레이는 마렉에게 세 아이를 구해오라고 했다. 아직 경력이 짧은 그에게 이런 일을 맡긴 건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마렉은 엉뚱하게도 세 아이뿐 아니라 토르텐슨과 마법사 켈리까지 불러냈다. 앞으로 승진도 하고 싶고 다른 중요한 일을 더 맡고 싶은 그로서는 큰 실수였다.

“오늘 있었던 일을 안드레이 사장님에게는 이야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사장님이 아시게 되면 나는 곤란해질 거야. 너희를 구해주려다 일어난 일이니 이해해줄 수 있겠지?”

세 아이는 아직도 가슴이 벌렁거렸다. 악마 같던 코르비다이와 부르달라크의 얼굴이 여전히 바로 눈앞에 있는 것 같았다. 달리 생각하면 정말 재미있는 모험이었다. 그들로서는 잊지 못할 추억을 얻은 셈이었다. 세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느님의 이름으로 맹세할 수 있겠니? 절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세 아이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너희는 일단 집에 돌아가거라. 나는 사무실에 가서 사장님을 만나야겠어.”

마렉은 아이들의 대답을 들을 생각조차 않고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

계단을 쿵쾅거리며 내려가는 발소리를 들으며 토르텐슨은 혀를 찼다.

“마렉이 큰 실수를 저질렀군. 앞으로 엄청난 일이 벌어질 거야.”

토르텐슨의 목소리는 무겁고 어두웠다.

“어떻게 된 일이에요? 마렉 아저씨는 우리를 구하러 왔다고 했는데 왜 토르텐슨 아저씨와 마법사 켈리가 중천에서 나온 거예요.”

“너희를 중천에서 꺼낼 때 나는 너희와 붙어 있었어. 그래서 같이 밖으로 나온 거야. 켈리는 아마 그걸 알았을 거야. 너희가 세상으로 돌아갈 때 자기도 끼어갈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지.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것처럼 해놓고 주변속에 숨어들었던 거야.”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

“그 사람은 마법사란다. 그것도 실력이 상당히 뛰어난 마법사. 그러니까 중간세계도 마구 휘젓고 다녔지.”

“토르텐슨 아저씨는 왜 마렉에게 꼼짝도 못하시나요?”

토르텐슨은 입맛을 쩍쩍 다셨다. 말하기가 쑥스러운 모양이었다.

“나는 유령이고, 마렉은 유령관리인이니까.”

“마렉 아저씨도 유령관리인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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