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특별보좌관실을 찾아왔어요.”
지니, 리즈와 쿨은 프라하 시청 1층 안내 데스크 앞에 서 있었다.
안내데스크에 앉은 직원은 베데르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었다. 방문 이유를 밝혔는데도 그녀는 눈을 오긋하게 뜨고 세 아이를 노려보았다. 기분 나쁠 정도로 딱딱한 표정이었다.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온 거니?”
쿨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어색하게 웃었다.
“프라하 시청 아니에요?”
베데르카는 안경을 고쳐 쓰며 쿨을 째려보았다.
“너희들, 초등학생이니?”
쿨은 고개를 끄덕였다.
베데르카는 쿨 뒤에 서서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지니와 리즈를 흘겨보았다.
“방금 무슨 일로 온 거라고 했지?”
“마테이 노박 특별보좌관과 만나기로 약속했어요.”
베데르카는 여전히 수상하다는 눈빛을 감추지 않았다.
“노박 씨는 왜 만나려는 거지?”
리즈는 못마땅하다는 투로 역정을 부렸다.
“글쎄요. 우리는 모르죠. 그분이 여기로 오라고 해서 온 거니까요. 이유는 그분에게 물어보세요.”
베데르카는 리즈에게 써늘한 시선을 던졌다. 그녀는 한참을 주저하다 수화기를 들었다. 계속 눈을 힐끔거리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들리지 않게 수화기 너머 사람과 소곤거렸다. 무슨 대화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세 아이에게 보인 태도보다는 훨씬 상냥한 것은 사실이었다.
지니가 리즈, 쿨과 함께 난 데 없이 프라하 시청에 온 것은 안드레이가 불렀기 때문이었다. 이곳에 와서 마테이 노박 역사특별보좌관을 찾으라는 게 그의 말이었다.
베데르카는 한참이나 붙들고 있던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상대에게서 들은 내용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지 표정이 일그러져 있었다. 그녀는 세 아이를 노려보며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 엘리베이터 옆의 복도로 걸어가거라. 노박 씨가 방 앞에 나와서 기다리기로 하셨다.”
세 아이는 베데르카의 따가운 시선이 끝까지 이어지는 걸 느끼며 복도로 들어갔다. 독특하기로 유명한 시청 엘리베이터가 구석에서 돌아가고 있었다. 1층 복도 맨 끝 방 앞에 머리가 하얗게 센 마테이 노박이 서 있었다.
“어서 오너라.”
노박은 두 팔을 크게 벌리고 세 아이를 차례로 껴안았다.
“어서 들어가자.”
그는 주저하지 않고 사무실로 걸어갔다. 사무실은 그다지 넓지 않았다. 아무런 특징이 없는 방이었다. 사무실은 건물의 내부 쪽이어서 창이 하나도 없었다. 안에서 밖을 내다볼 수도, 밖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도 없었다. 그야말로 밀폐된 공간이었다.
사무실 가운데에는 조그마한 책상이, 복도 쪽 벽에는 책장이 세워져 있었다. 반대쪽 벽에는 카를교 풍경화가 걸려 있었다. 방의 어디에도 안드레이는 보이지 않았다.
“안드레이 할아버지는 어디 계신가요?”
지니처럼 궁금했던 것인지 리즈가 질문을 던졌다.
“곧 오시기로 했어.”
노박은 딸깍 소리를 내며 문을 잠가버렸다. 문에 달린 초대형 빗장걸이형 잠금장치도 걸어버렸다. 거기에 멈추지 않고 문 옆에 붙은 하얀 버튼을 눌렀다.
기기깅!
문 위쪽에서 기계음을 내며 셔터가 천천히 내려왔다. 사람은 물론 빛도 통과할 수 없는 강철 방화셔터였다.
스스르!
이번에는 책상 다리에서 둥근 고무바퀴가 튀어나오더니 책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책상은 문을 향해 달려가서는 방화셔터 앞에서 멈췄다. 고무바퀴는 다시 다리 안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그야말로 이중삼중으로 방어벽이 세워진 것이었다. 세 아이는 무슨 영문인지 모르고 눈만 껌벅거렸다.
“보안은 튼튼하기만 해서는 안 돼. 완벽해야지. 이제 진짜 사무실로 갈까?”
세 아이는 노박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은 사무실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렸다. 다른 방으로 연결되는 문이 따로 있는지 찾아보았다. 사방은 벽뿐이었고 문은 방금 들어온 곳 하나뿐이었다.
지니는 노박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어디로 간단 말씀이세요?”
노박은 싱긋 웃으면서 책장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는 맨 아래 칸 구석에 꽂힌 가죽양장본 성경을 꺼냈다. 성경에는 지퍼가 달려 있었다. 그는 지퍼를 열고 책을 펼쳤다. 책 한가운데가 패여 있고, 그곳에 강철로 만든 황금색 열쇠가 들어 있었다.
노박은 열쇠를 들고 카를교 풍경화 앞으로 걸어갔다. 풍경화 아랫부분에 열쇠를 집어넣어 옆으로 돌렸다.
덜컥!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열쇠를 다시 성경 안에 가져다놓고 카를교 풍경화 왼쪽 끝부분을 옆으로 밀었다.
구르르!
풍경화 뒤에는 작은 공간이 숨겨져 있었다. 희미하게 노란 전등이 켜져 있었고 조그마한 승강기가 설치돼 있었다.
“여기로 들어가자.”
노박은 승강기로 들어갔다. 세 아이는 그의 뒤를 따랐다. 겨우 네 명이 탔는데도 빈틈이 없을 정도로 협소한 승강기였다. 그는 K라고 쓰인 버튼을 눌렀다. 승강기는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승강기가 도착한 곳은 지하였다. 승강기 출구에서부터 긴 터널이 연결돼 있었다. 아주 옛날에 만든 탄광의 갱도 같은 곳이었다. 옆의 두 벽과 천장은 통나무가 받치고 있었다. 바닥에는 거칠게 다듬은 돌이 깔려 있었다. 터널은 꽤 길었다. 족히 50m는 되는 것 같았다.
터널 반대쪽에도 작은 승강기가 설치돼 있었다. 노박과 세 아이는 그걸 타고 다시 위로 올라갔다. 승강기에서 내린 노박은 벽에 달린 파란 버튼을 눌렀다. 덜컹 하고 문이 열렸다.
그들이 들어간 곳은 길고 웅장한 방이었다. 프라하 시청의 노박 사무실처럼 이 방에도 창문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한쪽 벽에는 갈색 참나무로 짠 대형 장식장이 연이어 설치돼 있었다. 반대쪽 벽도 마찬가지였다. 장식장에는 다양한 황금색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방의 맨 안쪽 벽 앞에는 큰 황금색 책상이 놓여 있었다. 책상은 ‘ㄷ’자 모양이었다. 의자는 ‘ㄷ’자의 옴폭하게 들어간 부분에 놓여 있었다. 정면에는 고색창연한 조각상이 붙어 있었다. 조각상은 여신을 새긴 것 같기도 했고, 아름다운 여인을 새긴 것 같기도 했다. 여신, 또는 여인은 노란색 십자가가 새겨진 하얀 옷을 입고 있었다. 책상의 양쪽 옆면은 서랍이 달린 부분이었다.
책상 위에는 왕에게나 어울릴 것 같은 황금색 홀이 놓여 있었다. 홀의 위쪽 끝에는 조그마한 사자 조각이, 아래쪽에는 뾰족한 노란색 다이아몬드가 달려 있었다.
“이곳은 클레멘티눔에 있는 비밀의 방이란다.”
리즈는 깜짝 놀라며 방을 둘러보았다.
“여기가 클레멘티눔이라고요?”
클레멘티눔은 1556년 프라하로 건너온 예수회 수도사들이 건립한 복합 건물이었다. 지금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이라는 평가를 듣는 체코국립도서관이다.
노박은 세 아이에게 비밀의 방 한가운데 놓인 화려한 소파에 앉으라고 손짓했다.
“프라하 시청 자리에는 18세기 초까지만 해도 교회가 있었단다. 20세기 들어 시청사 신축 공사를 진행하다가 이상한 지하 입구를 발견했지. 그곳으로 들어가 보니 터널이 연결돼 있었어. 터널을 따라 가보니 이 방이 나온 거야.”
세 아이는 바츨라프 하벨 초등학교의 교사들과 함께 견학차 이곳을 여러 번 들른 적이 있었다. 도서관 안내인에게서 클레멘티눔의 역사와 구조를 상세하게 듣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은 유리창이 하나도 없는 비밀의 방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기억조차 없었다.
“18세기 후반 교황 클레멘스 14세는 예수회를 탄압했지.”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안드레이 할아버지?”
안드레이가 비밀의 방 가장 안쪽에 설치된 장식장의 문을 열고 나왔다. 그는 왼쪽 팔에는 깁스를 대고 전동 휠체어에 타고 있었다.
“교황은 예수회에 클레멘티눔은 물론 모든 재산을 프라하 시청에 넘겨주고 나가라는 명령을 내렸지. 수도사들은 200년 가까이 운영해 온 수도원을 빼앗기는 것도 억울한데 재산까지 강탈당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 그들은 재산을 빼돌리기로 작정했지. 세월이 흘러 교황이 바뀌면 클레멘티눔에 돌아올 수 있을 터이니 그때까지만 숨겨두기로 한 거란다. 그들은 프라하에서 가장 유명한 벽돌공을 불러 비밀공간을 만들라고 했지.”
노박은 큰소리로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사장님, 조금 늦으셨군요.”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안드레이와 악수를 나눴다.
“처음에는 다들 전설로 생각했어. 그러다 이곳에 들어와 보고 깜짝 놀랐지. 비밀의 방이 실제로 존재하는 줄은 몰랐던 거야. 아쉽게도 이곳에 보물은 없었어. 누군가 빼돌려 다른 곳으로 옮긴 모양이야.”
지니는 비밀의 방을 쭉 둘러보았다. 정말 화려하고 아름다운 방이었다. 창문이 있어 햇살이 들어온다면 그야말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왜 여기서 저를 보자고 하셨어요?”
“내가 지난번에 유령위원회를 설명해주었지. 이 방이 바로 유령위원회 본부란다.”
“그럼 역사특별보좌관실은 뭔가요?”
“유령위원회는 프라하 시청의 조직이란다. 시장을 포함해서 불과 서너 명만 아는 비밀조직이지. 물론 대통령도 알고 있고. 그런데 유령위원회라고 하면 사람들이 놀라지 않겠니? 그래서 역사특별보좌관실이라는 이름을 쓰는 거야. 노박이 총책임자지.”
세 아이는 동시에 안드레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20세기 초 시청을 새로 지었을 때 시장은 이 방을 유령위원회 사무실로 내어준 거야. 시청에서는 누가 몰래 엿듣거나 도청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비밀의 방에서 유령 문제를 논의하라는 것이었지.”
노박은 비밀의 방 한쪽 구석에 있는 대형 냉장고에서 시원한 음료수를 꺼내왔다.
“한 가지만 물어보자. 안드레이에게서 듣고 정말 궁금했거든. 유령이 죽은 날짜와 시간에 죽은 장소를 찾아가면 만날 수 있다는 건 어떻게 알게 됐니? 우리는 그걸 까마득하게 몰랐어.”
“안드레이 할아버지가 일러주셨어요.”
지니는 안드레이 이야기를 하면서 그의 빨간 수첩을 몰래 훔쳐봤다는 부분은 일부러 밝히지 않았다.
노박은 안드레이를 쳐다보았다.
“알고 계셨어요?”
“우연히 알게 됐지.”
“그런데 우리에게는 왜 말씀해주시지 않으셨어요?”
노박은 약간 실망한 것 같았다.
“우리 활동에 필요한 정보는 아니라고 생각했어. 굳이 대낮에 유령을 불러낼 이유는 없으니까 말일세.”
노박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 말씀도 틀린 건 아니죠?”
안드레이는 노박이 꺼내준 음료수를 마셨다. 그리고 지니를 쳐다보며 낮고 잔잔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나는 네가 야로미르의 외손녀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단다.”
지니는 천연덕스럽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긴소매 아래에 덮여 있던 황금색 팔찌가 겉으로 드러났다.
안드레이는 감개무량한 얼굴로 지니의 손목을 잡았다.
“이 팔찌를 다시 보게 되다니!”
팔찌가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던 안드레이와 노박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비밀의 방에서 팔찌에 대해 정확하게 모르는 사람은 리즈와 쿨뿐이었다.
“아네타가 네 엄마는 돌아가셨다고 하더구나.”
“엄마는 5년 전에 한국에서 돌아가셨어요. 지하철 붕괴사고 때문이에요.”
지니는 안드레이에게 사고가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간단하게 설명해주었다. 그는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도 이야기해주었다.
안드레이의 뇌리에 아주 귀엽고 친절한 어린 소녀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고등학생이 된 소녀가 야로미르에게서 유령 대처 요령을 배우는 모습이 이어졌다. 그는 지니의 손을 쓰다듬었다.
“너라도 살아남아서 그나마 다행이구나.”
노박은 팔찌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내가 팔찌를 보는 것은 3년 만이구나. 야로미르가 죽은 이후 처음이지.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게 있어. 그의 장례식을 성 비투스 대성당에서 치를 때 시신의 손목에 황금색 팔찌가 채워져 있었어. 무덤에 함께 들어간 거지. 그런데 그게 어떻게 너한테 돌아온 거냐?”
“이야기를 하자면 길어요. 호우스카 성을 아세요?”
노박은 호우스카 성을 잘 알고 있었다. 유령위원장의 집을 어떻게 모를 수 있을까?
“한두 번 가본 게 아니니 성을 잘 안다고 봐야겠지.”
“호우스카 성에 미카엘 대천사 예배당이 있다는 것도 아시겠네요?”
노박은 이번에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지니는 며칠 전 구시가지 광장의 유령여행사에 다녀온 뒤 아빠와 함께 호우스카 성에 혼자 사는 외할머니 아네타를 찾아간 일을 설명했다. 그날 밤 꿈에 고양이가 나타나 그를 예배당에 있는 저승의 구멍으로 내려간 이야기도 덧붙였다. 그곳에서 엄마를 만나 팔찌를 받았고 유령위원회 위원장의 운명을 거부하지 말라는 말도 들었다고 강조했다.
지니는 말을 마치며 오른손을 들어 팔찌를 보여주었다. 팔찌는 다시 노란색 빛을 발산했다.
“처음에는 그냥 꿈인 줄 알았어요. 나중에 아침에 일어나 보니 손목에 팔찌가 붙어 있었어요.”
노박은 귀신에 홀린 듯 아무 말도 못하고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는 유령위원회의 행정업무를 도와주는 역사특별보좌관이었다. 유령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었고, 유령을 더러 만나기도 했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터무니없다고 생각하는 기괴한 일도 자주 경험했다. 하지만 지금 비밀의 방에서 지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지금까지 경험한 어떤 일보다 더 기막힌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안드레이는 팔찌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흐베즈다의 여름별궁에서 보니 아직 팔찌를 사용하는 방법을 완벽하게 알지는 못한 것 같더구나?”
지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더 배워야 해요. 유령 켈리와 싸울 때까지만 해도 사용법을 전혀 몰랐어요.”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는 알고 있니?”
“호우스카 성에 노란 털을 가진 고양이가 한 마리 있어요. 이름은 바셋이라고 해요. 혹시 바셋을 아세요?”
안드레이와 노박은 나란히 고개를 끄덕였다.
“바셋은 말을 할 수 있어요. 물론 저에게만이지만요.”
노박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고양이가 말을 한다고?”
“보통 고양이가 아니에요.”
안드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알기로는 나이가 삼백 살을 넘었을 거야.”
지니는 문득 바셋이 한 말을 기억했다.
‘안드레이가 고양이를 불태운 건 아니야. 장례를 치러준 것이지. 그 사람은 200년 전에도 그런 오해를 받은 적이 있었어. 그때에도 유령위원장 자리가 잠시 비어서 세상이 혼란스러울 때였거든.’
지니는 안드레이를 쳐다봤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노박이 궁금한 듯 재촉했다.
“이야기를 계속해보렴.”
지니는 말을 이었다.
“매일 밤 자정이 지나면 예배당 지하로 내려가 중간세계에 들어갔어요. 거기서 팔찌를 사용하는 방법을 배웠어요. 이제 겨우 한 번 훈련했기 때문에 제대로 아는 건 거의 없어요.”
“더 많이 배워야 하겠구나.”
안드레이는 노박을 쳐다보면서 고개를 약간 끄덕였다. 두 사람이 미리 이야기하기로 약속한 게 있는 것 같았다. 그는 갑자기 엉뚱한 이야기를 꺼냈다.
“유령학교라고 들어본 적이 있니?”
지니는 물론 리즈와 쿨의 눈이 보름달처럼 휘둥그레졌다. 셋은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유령학교요?”
노박이 안드레이의 말을 거들었다.
“유령관리인을 양성하는 곳이란다. 해마다 선발시험을 쳐서 유령관리인 후보 10명을 뽑아 유령학교에 보내지. 거기서 유령에 대해 배우고 유령을 관리하고 싸우는 기술도 익히는 거야. 학교를 수료하면 비로소 유령관리인이 되는 거야.”
쿨이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유령학교라는 게 있단 말이에요?”
노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세 아이의 얼굴을 차례로 둘러보았다.
“어때? 그곳에 가서 공부해볼 생각은 없니?”
지니와 리즈, 쿨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우리 셋 다 가라는 말씀이신가요?”
노박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너희는 친구잖아.”
안드레이는 비밀의 방 맨 안쪽의 책상으로 휠체어를 이동했다. 그 위에 놓인 황금색 홀을 집어 돌아왔다. 그는 홀을 지니에게 건네주었다.
“이건 뭐예요?”
“유령위원장의 상징이란다. 3년 전까지는 야로미르가 홀을 갖고 있었지. 무기는 아니지만 홀에는 신성한 기운이 담겨 있단다. 이것도 가져가거라. 나는 사용법을 모르기 때문에 가르쳐줄 수 없어. 호우스카 성에 가거든 바셋에게 물어 보거라. 어떻게 쓰면 되는지. 네가 팔찌와 홀의 사용법을 완벽히 익히는 건 하루 이틀에 할 수 있는 게 아닐 거야. 어쩌면 3~4년, 아니면 10년 이상이 걸릴지도 몰라. 물론 네가 어떤 능력을 갖고 태어났느냐에 따라 그 기간은 달라지겠지.”
지니는 안드레이가 건네준 홀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단순히 직선형 원기둥이 아니었다. 위와 아랫부분은 약간 굵고 가운데 부분은 잡기 편하게 약간 가느다란 형태였다. 맨 끝에 달린 사자는 포효하는 것처럼 입을 벌리고 있었다.
지니는 좀 더 밝게 홀을 보려고 천장의 불빛 쪽으로 높이 들어올렸다. 그때였다. 맨 끝에 달린 사자의 입에서 큰 포효가 터져 나왔다.
크흥!
동시에 반대쪽 끝의 다이아몬드에서는 노란색 빛이 퍼져 나왔다. 지니의 몸이나 팔찌에서 나오는 빛보다 훨씬 진하고 강하고 빠른 빛이었다. 게다가 은근한 해바라기 향까지 흘러 나왔다.
빛은 클레멘티눔 비밀의 방을 온통 노란색으로 물들였다. 지니와 리즈, 쿨은 물론 안드레이와 노박의 몸은 물론 방에 가득한 장식장과 그림으로 뒤덮인 천장까지 온통 노란색이었다.
안드레이는 감격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는 빛을 손에 담으려는 듯 손바닥을 펼쳤다.
“정말 아름답구나. 온 방이 활짝 피어난 해바라기 꽃으로 뒤덮인 것 같아. 노란색은 영원불멸, 불사, 태양을 상징하는 색깔이야. 유령위원회 위원장에게 딱 어울리는 색이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