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스카 성 주변은 온통 어둠으로 뒤덮였다. 산 아래 작은 마을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이 희끄무레하게 보일 뿐이었다. 곳곳에서 이상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성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도 있었지만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면 성 안에서 들리는 것 같은 소리도 있었다. 도무지 누가 왜 이런 소리를 내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때~앵~ 때~앵~
1층 벽에 붙은 괘종시계가 느릿하게 종을 열두 번 울렸다. 이제 막 자정을 넘었다는 신호였다. 성 안팎에서 들리는 괴성은 더 잦아졌고 더 이상해졌다. 사람의 음성처럼 들리는 소리도 있었다.
지니는 2층 방에서 나와 1층으로 내려갔다. 식당을 지나 한쪽 구석에 있는 예배당으로 들어갔다. 아네타가 해질 무렵에 켜둔 촛불 여러 개가 예배당을 환하게 밝혀주었다. 예배당 정면 벽 높은 곳에는 성모 마리아 성화가 붙어 있었다. 지니는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성모 마리아에게 기도를 드렸다.
‘힘을 낼 수 있게 도와주세요.’
지니는 등 뒤에서 무언가 다가오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뒤를 돌아보았다.
“야옹!”
노란 고양이 바셋이 언제 왔는지 지니에게서 서너 걸음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바셋, 왔구나!”
바셋은 위로 풀쩍 뛰어 예배당 창틀로 올라갔다. 그리고 무엇을 찾는 것인지 창밖을 두리번거렸다.
‘사악한 기운이 더욱 힘을 얻고 있어. 오늘도 프라하 시내에서 고양이 세 마리가 학살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지니는 문득 집에서 주인을 기다릴 고양이 얀과 파벨을 생각했다. 아빠가 사료는 제대로 챙겨줬는지 걱정됐다.
‘걱정하지 마. 얀과 파벨은 아니니까.’
지니는 바셋의 말을 듣고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내 마음까지 읽을 수 있는 거니?”
‘앞으로 알게 되겠지만 너와 나는 연결돼 있어. 너도 나중에는 내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될 거야. 그래야 유령과 싸울 일이 생겼을 때 편리하거든.’
바셋은 꿈에서 그랬던 것처럼 앞발로 양탄자를 툭툭 쳤다. 테이블이 옆으로 스르르 밀려나고 양탄자는 저절로 둘둘 말렸다. 그 자리에 구멍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타났다. 벽에는 많은 횃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바셋은 따라오라는 말도 없이 혼자서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지니는 고양이를 놓칠까 서둘러 뒤를 따라갔다. 계단은 꿈에 내려갔을 때보다 훨씬 많았다. 그는 속으로 계단 수를 세었다. 모두 108개였다.
바셋이 지니의 궁금증을 해소해주었다.
‘108은 완벽한 숫자야. 어둠의 세력과 유령을 막아주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지.’
계단 끝은 완벽한 어둠이었다. 토르텐슨을 만나러 갔다 벽 안으로 떨어졌을 때와 똑같은 상태였다. 마지막 계단 끝에 활활 타오르는 횃불이 세워져 있었지만 불빛은 어둠 속으로 전혀 파고들지 못했다. 단지 계단의 모양만 보여줄 뿐이었다.
바셋은 마지막 계단 끝에서 걸음을 멈췄다.
지니는 계단 너머 어둠을 주시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크르르!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토르텐슨과 함께 있을 때 나타났던 괴물 부르달라크의 괴성과 비슷했다.
‘맞아. 그 괴물들이야. 지금 어둠 속에 숨어 있어. 네가 저기로 내려오기를 기다리는 거야.’
지니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리즈, 콜과 함께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어둠 속에서 머리를 불쑥 내민 괴물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전에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고, 존재하리라고는 전혀 생각해본 적도 없는 괴물이었다.
“내가 여기 온 걸 알고 있는 거야?”
‘물론. 네가 호우스카 성에 오는 순간 중간세계의 지배자는 눈치를 챘어. 너의 기운을 느꼈던 거지. 네가 자정을 넘은 시간에 여기에 내려오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어. 왜냐고? 야로미르와 루드밀라도 네 나이였을 때 훈련을 받으러 여기에 내려왔거든.’
지니는 토르텐슨과 안드레이에게서 중간세계의 지배자가 스비아토 신이라는 말을 들은 걸 기억했다.
“스비아토 신?”
‘맞아. 하지만 신은 아니야. 단순히 사악하고 강력한 유령일 뿐이지.’
“그 사람이 왜 나를 기다리는 거지?”
어둠 속에서는 끊임없이 괴물의 울부짖음이 울려 퍼졌다. 지니에게 어서 오라고 독촉하는 것처럼 들렸다.
‘스비아토는 성 루드밀라에게 쫓겨난 뒤 중간세계의 신전에 갇혔어. 그는 중간세계를 다스리기는 하지만 늘 인간세상으로 돌아오고 싶어 해. 유일하면서 가장 큰 걸림돌은 유령위원장이야. 유령위원장만 없으면 그는 인간세상에 돌아올 기반을 만들 수 있어. 그래서 틈만 나면 유령을 보내 유령위원장을 제거하려고 하지. 과거에 변을 당한 유령위원장도 있었어.’
“할아버지도 그랬던 거야? 엄마도?”
바셋은 잠시 말을 멈추고 어둠을 주시했다. 지니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그에게는 모든 게 다 보이는 모양이었다. 그는 한참 뒤에야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지니는 엄마의 마지막 순간이 떠올랐다. 복공판이 무너져 지하로 떨어지는 장면이었다. 그는 지금까지 엄마가 사고 때문에 세상을 떠났다고 믿었다. 그런데 중간세계의 지배자가 인간세상으로 돌아오기 위해 장난을 친 것이었다니!
지니는 눈물을 쏟을 것만 같았다. 속에서는 분노인지 울화인지 알 수 없는 불기운이 치솟았다. 그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대로 어둠 속으로 뛰어들어 스비아토에게 달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아직 힘이 없었다. 중간세계의 지배자가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스비아토는 유령위원장의 핏줄을 모두 제거했다고 믿었어. 그런데 네가 갑자기 나타난 거야. 그는 당황스러웠지. 인간세상에 복귀할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는데 새로운 걸림돌이 등장한 것이었거든. 그래서 너를 제거하라고 부하 중에서 하나를 보냈어.’
지니의 머리에 떠오른 얼굴이 하나 있었다.
“마법사 켈리!”
야옹!
바셋은 대답 대신 이번에는 고양이 울음소리를 냈다.
‘스비아토는 켈리에게 많은 마법을 가르쳐줬어. 그가 다른 유령과 달리 낮에도 나타나서 소란을 피우는 것은 그 때문이야. 시간이 지날수록 켈리의 힘은 더 커질 거야. 지난번에는 네가 이겼지만 다음에 만나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 서둘러서 힘을 키워야 하는 건 그 때문이야.’
지니와 바셋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부르달라크의 괴성은 더 커졌고 더 가까워졌다. 계단에 달린 밝은 횃불 때문에 접근하지는 못하지만 아마 발아래까지 와 있는 게 분명했다.
‘모든 걸 한꺼번에 다 배울 수는 없어. 오늘은 가장 기본적인 기술이야. 네 몸의 기운을 운용하는 법을 익혀야 돼. 일단 어둠을 향해 내려가 봐.’
지니는 놀란 눈으로 바셋을 쳐다봤다.
“주변에 유령 괴물이 많이 몰린 것 같은데 그냥 내려가도 돼?”
야옹!
바셋은 지니를 나무라는 것처럼 거칠게 울음소리를 냈다.
‘부르달라크 무리는 스비아토의 부하 중에서 가장 약한 녀석들이야. 생긴 건 끔찍해도 가진 힘은 제한적이지. 이 놈들을 무서워하거나 제압하지 못하면 앞으로 할 수 있는 게 없어.’
고양이의 질책에 지니는 가슴이 뜨끔했다. 방금 전만 해도 엄마의 죽음을 복수하려는 생각으로 가슴이 뜨거웠지만 불과 5분도 지나지 않아 유령 괴물이 무서워 발도 못 떼는 자신을 깨달은 것이었다.
지니는 바셋에게 다시 질문을 던지지 않고 어둠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고양이가 이렇게 시키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믿기로 했다.
지니가 첫 걸음을 내딛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토르텐슨을 만나러 중간세계에 갔을 때처럼 노란빛이 퍼진 것이었다. 그때에는 온몸에서 동시에 퍼졌지만 지금은 첫 걸음을 내디딘 오른발 끝에서부터 빛이 흘러나왔다.
“노란색 빛이!”
야옹!
바셋은 재촉하는 것처럼 다시 거칠게 울었다.
지니는 이번에는 왼발도 어둠을 향해 내디뎠다. 그 발에서도 노란빛이 흘러나왔다. 빛은 어둠을 뚫고 조금씩 퍼져나갔다. 토르텐슨을 만났을 때와 똑같았다. 빛이 30m 정도 거리까지 퍼진 다음에 멈춘 것도 똑같았다.
크르르!
부르달라크의 울부짖음은 노란색 빛 밖으로 밀려났다. 빛 안으로 한 마리가 머리를 들이밀었다. 늑대 같은 얼굴에는 눈이 하나뿐이었다. 눈에는 동공이 없었다. 낯이 익은 녀석이었다.
‘그때 그 놈이구나!’
지니는 유령 마을에서 부르달라크 한 마리의 머리를 쓰다듬을 때 다른 놈이 달려든 걸 기억했다. 지금 머리를 들이민 부르달라크는 그놈이었다.
크르르!
빛 안으로 들어온 부르달라크의 머리에서 뼈와 살갗 타는 냄새가 났다. 매우 고통스러울 텐데도 괴물은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머리 외에 몸통을 안으로 밀어 넣지는 않았다.
크왕!
부르달라크가 갑자기 날카로운 발톱이 달린 오른쪽 발을 빛 안으로 휘둘렀다.
지니는 깜짝 놀라며 뒤로 넘어졌다.
‘조심해. 그놈은 부르달라크 무리의 대장이야. 가장 잔인하고 끈질긴 놈이지.’
바셋의 목소리에는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지니는 어둠 속으로 조금씩 걸어갔다. 노란색 빛도 그를 따라 안으로 움직였다. 부르달라크는 빛 밖에서 머물면서 가끔 머리만 들이밀 뿐 안으로 뛰어들지는 못했다.
‘네 몸에서 나오는 빛의 기운은 너무 약해. 야로미르가 젊었을 때에는 빛이 1km 이상까지 뻗어나갔어. 그 덕분에 중간세계를 두려움 없이 느긋하게 돌아다니며 모든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지.’
지니는 왼손을 들어 눈 위에 올렸다. 빛의 바깥을 살피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자리에 앉아서 눈을 감고 마음을 가다듬은 다음에 빛을 조금씩 멀리 퍼뜨려 봐. 모든 건 마음으로 조절해야 돼.’
지니는 바셋의 설명대로 땅에 주저앉았다. 얼음이 꽁꽁 언 강 위에 앉은 것처럼 엉덩이가 싸늘해졌다. 그는 눈을 감고 천천히 호흡을 정리했다. 하지만 마음은 그가 바라는 대로 바로 차분해지지 않았다. 노란빛도 전혀 퍼져나가지 않았다. 거꾸로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줄어들었다. 양팔을 벌리면 끝이 닿을 정도에 불과했다.
크릉!
부르달라크의 괴성이 다시 들리더니 날카로운 발톱이 빛 안으로 날아들었다. 발톱은 눈을 감고 있는 지니의 죽지를 긁고 지나갔다. 그의 팔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크르릉!
이번에는 부르달라크 여러 마리가 한꺼번에 노란빛 경계선 안으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그들의 이빨에서는 피가 뚝뚝 흘러내렸다.
‘마음이 가장 평온했을 때를 생각해.’
바셋은 근심스러운 목소리로 지니를 격려했다.
‘내 마음이 언제 가장 평온했지?’
문득 엄마가 세상을 떠난 뒤 아빠가 일하러 나갔을 때 혼자 놀면서 여러 가지 상상을 하던 때가 떠올랐다. 그는 눈을 감고 혼자 침대에 누워 있었다. 상쾌한 바람이 창으로 들어와 그의 온몸을 휘감았다. 바람은 그를 들어 올리더니 하늘로 올라갔다.
지니는 바람에 몸을 맡겼다. 두 팔을 한껏 벌려 천천히 빈 공간을 날아다녔다. 처음에 푸른색이던 하늘은 그가 움직이는 곳마다 조금씩 노란색으로 변했다. 조그마한 원이었던 게 잠시 후에는 큰 운동장 크기로 변했다. 조금 더 뒤에는 아주 광활한 호수만큼 커졌다.
지니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노란빛은 급기야 머리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계단 끝의 지니 주변에만 머물러 있던 빛은 아주 빠른 속도로 중간세계로 확산돼 나갔다.
크와앙!
노란빛이 엄청나게 넓게 퍼지자 어둠 속에 숨은 부르달라크 무리의 모습이 드러났다.
파지직! 파지직!
펑! 펑!
노란빛에 노출된 부르달라크 무리에게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잠시 후에는 그들의 몸에서 시뻘건 불길이 치솟았다. 워낙 순식간에 빛이 넓어졌기 때문에 부르달라크 무리가 달아날 시간도. 숨을 공간도 없었다.
크아앙~
끄윽!
계단 주변은 고통스러워하는 부르달라크의 끔찍한 비명으로 가득 찼다. 다행히 비명은 그다지 오래 가지 않았다. 무리는 순식간에 소실돼 버렸기 때문이었다.
지니는 천천히 눈을 떴다. 눈을 감기 전에는 계단 주변만 밝혔던 노란빛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까지 퍼져 있었다. 그는 환히 드러난 중간세계를 차근하게 둘러보았다. 그야말로 바위와 모래, 말라죽은 잡목, 시커먼 먹구름뿐인 황무지였다. 바람조차 한 점도 불지 않아 황무지는 적막하고 고요했다.
‘엄마가 이런 곳에서 산다고!’
지니는 황무지를 보면서 가장 먼저 엄마를 떠올렸다. 며칠 전 꿈에서는 너무 어두웠기 때문에 엄마가 사는 중간세계가 어떤 곳인지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야옹!
바셋은 지니의 옆에 서 있었다. 고양이의 노란색 털은 중간세계를 뒤덮은 노란빛과 섞여 있었다. 광채를 발하는 파란 두 눈만 아니었다면 고양이가 있는지 모를 정도였다.
바셋은 지니의 왼팔 상처를 핥았다.
‘어깨를 긁혔구나. 큰 상처가 아니어서 다행이야. 앞으로 중간세계에 올 일이 자주 있을 거야. 노란빛을 최대한 멀리 퍼뜨려야 활동하기에 편해질 거야. 이제는 낮에도 틈틈이 마음을 가다듬는 연습을 해야 돼. 오늘은 정말 잘 했어.’
“땅 위에서도 노란빛을 이 정도로 퍼뜨릴 수 있을까?”
바셋은 고개를 저었다.
‘절대 그렇게 해서는 안 돼. 다른 사람이 그걸 보면 난리가 날 거야. 긴급한 일이 생겼을 때에는 팔찌를 쓰다듬으면 돼. 그것으로도 충분해.’
지니는 예배당으로 돌아가려고 어둠에서 발을 떼 계단에 올렸다. 오른발에 이어 왼발마저 중간세계에서 떨어지자 노란빛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우르르릉! 쾅쾅!
어둠 속에서 천둥번개가 몰아쳤다. 한 번이 아니라 세 번, 네 번 연속적으로 번개가 번쩍이고 엄청나게 큰 천둥소리가 뒤를 이었다.
구르르릉!
천둥번개에 이어 땅도 흔들렸다. 심하지는 않았지만 계단에서도 진동이 느껴질 정도였다.
‘네가 첫 단계를 수월하게 넘긴 걸 스비아토가 알게 된 거야. 천둥번개가 몰아치고 지진이 났다는 것은 그가 화를 내면서 짜증을 부렸다는 걸 의미하지.’
지니는 어둠 속 먼 곳에서 아주 낯설지만 섬뜩한 시선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는 걸 느꼈다. 조금 전 계단 아래로 내려가 부르달라크와 대면하기 전까지만 해도 인지하지 못했던 기운이었다.
“누가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것 같아.”
지니는 어둠 속을 가만히 주시했다.
“윽!”
그는 갑자기 통증을 느끼며 신음을 내뱉었다. 보이지는 않지만 섬뜩한 시선이 칼날처럼 날아와 몸을 푹 찌른 것 같았다.
야옹!
바셋은 어둠을 향해 큰소리로 울부짖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내일도 자정에 훈련하려면 이제 쉬어야지.’
바셋은 말을 마친 뒤 예배당으로 올라갔다. 지니가 따라오기를 기다리지도 않고 복도로 나가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지니는 굳이 고양이를 찾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는 일인 데다 어차피 내일 다시 만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곧바로 2층 침실로 올라갔다. 욕실에서 상처에 묻은 피를 깨끗이 닦아냈다. 다행히 살갗이 떨어져 나가지는 않았고 긁힌 정도였다. 피는 더 이상 흐르지 않았다.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아후우! 아후우!
동물의 울음인지 유령의 비명인지 알 수 없는 괴성이 계속 들렸다. 예배당에 가기 전보다는 소리가 훨씬 작았고 더 멀리서 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니는 침대에 누워 처음에는 엄마를, 그리고 나중에는 스비아토의 시선을 생각했다. 앞으로 얼마나 힘든 일이 닥칠지 걱정되기도 했고, 솔직히 두려움과 공포가 느껴지기도 했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야. 내가 여기에서 그만둔다고 하더라도 스비아토가 나를 내버려두지 않겠지. 할아버지와 엄마에게 한 것처럼 끔찍한 해코지를 할지도 몰라. 할머니와 아빠에게 손을 댈 수도 있을 거야. 어쩔 수 없어. 이제는. 끝까지 가야 돼. 끝까지.’
마음 한쪽 구석에서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불안을 억지로 누르고 반대쪽에 꼭 숨은 용기를 끌어내려고 애쓰는 사이 지니는 저도 모르게 깊은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땡~땡~땡!
식당 벽에 붙은 괘종시계가 종을 열두 번 울렸다. 지니는 호우스카 성 1층 예배당 테이블 앞의 의자에 앉아 있었다.
야옹!
노란 고양이 바셋이 울음소리를 내며 예배당 밖에서 들어왔다.
바셋과 지니는 지하 계단을 통해 아래로 내려갔다. 여전히 중간세계는 어두웠다. 부르달라크의 울음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사람의 신음 같은 소리도 나지 않았다. 같은 어둠이지만 전날과는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부르달라크 무리가 왜 오늘은 안 보이는 거지?”
지니는 계단 끝에 매달린 횃불 아래에서 어둠을 살펴보며 바셋에게 물었다.
‘스비아토는 부르달라크 정도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을 거야. 너를 너무 과소평가했다는 걸 깨달은 것이지.’
지니는 계단에서 아래로 내려갔다. 그의 몸에서 흘러나온 빛은 순식간에 중간세계로 퍼져나갔다. 그의 주변만 그런 게 아니라 끝을 알 수 없는 곳까지 온통 노란색 천지였다.
“신기한 일이야. 오늘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데도 빛이 멀리까지 퍼져나가.”
‘마음의 길이 한 번 열리면 다음부터는 굳이 애를 쓰지 않아도 돼. 중간세계의 기운이 네 마음을 느끼고 저절로 노란빛을 받아들이는 거야.’
지니는 중간세계의 황무지를 걸어보았다. 걸음을 터벅터벅 옮기는데도 먼지는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주먹 크기의 돌을 주웠다. 얼음처럼 차가운 느낌이 마치 통증처럼 손바닥을 찔렀다.
“앗! 따가워.”
지니는 비명을 지르며 돌을 그대로 집어던졌다.
‘인간세상의 모든 사물에는 사람은 물론 모든 자연의 땀과 노력이 깃들어 있지. 반면 중간세계는 유령의 원한으로 만들어진 공간이야. 돌 하나는 억울하게 칼에 맞아 죽은 유령, 바위 하나는 대량학살당한 마을의 주민들, 이런 식이야. 그들의 한이 담겨 있으니 모든 게 얼음처럼 차가운 건 당연한 거야.’
지니는 계단에서 꽤 먼 곳까지 혼자 걸어갔다. 부르달라크는 물론 어떤 유령도 보이지 않았다. 끝없이 펼쳐진 바위와 모래, 말라죽은 잡목뿐이었다.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바셋에게 돌아갔다.
“오늘은 아무도 안 올 모양이야.”
‘안 올 수도 있고, 나중에 올 수도 있어. 스비아토가 어제는 네 능력을 살펴보려고 비교적 약한 부하를 보냈어. 오늘은 그냥 지켜보겠다는 것일 수 있어. 앞으로는 조금씩 강한 유령을 보낼 거야.’
“아직 내 힘은 약하잖아? 그런데 왜 곧바로 강한 놈을 보내지 않는 거지? 그러면 나는 꼼짝없이 당할 텐데.”
바셋은 다리를 길게 뻗어 계단에 앉았다.
‘스비아토에게도 사정은 있지. 그는 성 루드밀라의 저주에 묶여 신전에 갇혔어. 원래 가진 힘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거야. 그가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은 그를 따르는 일부 유령이지. 지난 1천 년 동안 다른 유령을 이용해 저주를 풀려고 애를 썼지만 유령위원장의 방해에 가로막혀 늘 실패했어. 설상가상으로 30~40년 전에는 젊은 야로미르가 부하 대부분을 제거해버렸지. 지금 그가 활용할 수 있는 부하는 많지 않아. 야로미르를 제거한 뒤 조금씩 늘리기는 했지만 아직 소수야. 그도 조심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인 것이지.’
지니는 바셋이 하는 말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귀담아 들었다. 앞으로 유령과 계속 싸워야 할 것이고, 언젠가는 스비아토와도 맞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려면 그에 대한 정보는 하나라도 더 알아야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그는 생각했다.
‘오늘은 팔찌를 사용하는 요령을 익혀야 해. 어제보다 훨씬 어렵고 힘이 들 거야.’
지니는 손목에 달라붙은 팔찌를 쳐다보았다. 팔찌는 그의 시선을 눈치 챈 것처럼 반짝거리며 빛을 냈다.
‘팔찌에서 빛 채찍이 나올 거야. 유령관리인이 손전등의 스위치를 누르면 빛 채찍이 나오는 것과 똑같아. 처음에는 채찍을 통제하는 게 쉽지 않을 거야. 꽤 고생을 하겠지. 한 가지만 기억하면 돼. 나와 마음이 통해서 대화를 주고받듯이 채찍과도 마음을 일치시키는 게 중요해. 자! 그럼 시작해 봐.’
지니는 황금소로에서 켈리와 싸울 때처럼 손바닥으로 팔찌를 쓰다듬었다. 하지만 빛 채찍은커녕 노란빛도 나오지 않았다.
“앵?”
지니는 당혹스러워하며 다시 팔찌를 쓰다듬었다. 이번에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팔찌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빛 채찍을 사용하려면 주문을 외워야 해.’
지니는 팔찌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주문? 뭐라고 외우지? 아는 게 없는데.”
‘나도 내가 알려줄 수 없어. 야로미르와 루드밀라가 있었더라도 마찬가지야. 주문은 네가 알아내야 해.’
지니는 다시 팔찌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어디에도 글자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셋을 쳐다봤다.
‘팔찌와 마음으로 연결돼야 해.’
지니는 할 수 없이 중간세계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두꺼운 얼음 위에 엉덩이를 붙인 것처럼 금세 온몸이 써늘해졌다. 그는 첫 날처럼 눈을 감고 온갖 상황을 상상해 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주문이 무엇인지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다.
‘생전 들어본 적도 없는 주문이 저절로 생각나게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야.’
야옹!
바셋이 지니를 야단치려는 듯 큰소리로 울음소리를 냈다.
‘너는 이미 주문을 알고 있어. 그래서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지. 다만 기억을 못 할 뿐이야. 잘 생각해 봐. 과연 주문이 무엇인지.’
지니는 다시 정신을 집중했다. 엄마가 무너진 복공판 아래로 떨어지던 순간에서부터 아빠와 함께 프라하로 건너온 뒤의 일까지 하나하나 되돌아보았다.
‘엄마! 어떻게 해야 돼? 제발 도와줘.’
지니는 며칠 전 이곳에서 엄마의 얼굴을 떠올렸다. 아무리 그래도 그의 머리에는 주문이 떠오르지 않았다. 다만 엄마가 하던 말이 생각날 뿐이었다.
‘나는 말해줄 수 없단다. 그것은 중간세계의 규칙이야. 살아 있는 사람이 알아봐야 해. 정답은 네 주변에 있단다. 네가 알고 있다는 걸 모를 뿐이야.’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 것, 그것이 무엇일까? 지니는 아무리 애를 써도 그걸 이해할 수도, 정답을 찾을 수도 없었다.
크허헝!
지니가 고민에 빠져 있을 때였다.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코르비다이나 부르달라크의 끔찍한 포효는 아니었다. 말 울음소리 같기도 했고 개가 우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
‘이건 또 뭐지? 처음 듣는 소리인데.’
야옹!
바셋의 울음소리에서 긴장이 느껴졌다.
‘굴론이 오고 있어.’
지니는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굴론이라니? 그게 뭐지?”
바셋은 마지막 계단 끝에 서서 노란색 빛의 끝을 유심히 주시했다.
쿵쿵!
지진은 아닌데 미세하게 땅이 울렸다. 아주 큰 물체가 움직이는 바람에 땅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상대하기 부담스러운 괴물 유령이야.’
지니는 바셋이 쳐다보는 쪽으로 눈을 돌렸다. 멀리서 무엇인가 움직이는 게 보였다. 처음에는 작은 공 같던 것은 조금씩 커졌다.
“왜 여기로 오는 거지?”
‘스비아토가 네 약점을 눈치 챈 것 같아. 아직 팔찌 사용법을 제대로 모른다는 걸 말이지. 그래서 숨겨둔 카드를 꺼낸 모양이야.’
지니는 다시 팔찌를 쳐다보았다.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굴론은 어떤 유령이야?”
‘원래는 덩치만 클 뿐 아주 착한 개였어. 주인이 죽은 뒤에 버림을 받자 변해버린 거야. 스트레스 때문에 식탐이 생겨서 뭐든지 먹어치웠어. 심지어 다른 개도 잡아먹었지. 원래 덩치가 큰 데다 얼마나 많이 먹었던지 거의 황소만큼 커졌어. 아무리 먹어도 식탐을 못 채우는 바람에 나중에는 밤에 묘지를 파헤쳐 금방 사람 시체를 뜯어먹기도 했어. 그 때문에 모양도 이상하게 변했지. 결국 나중에 사람들에게 붙잡혀 도살되고 말았어.’
땅의 울림은 갈수록 심해졌다. 이것만으로도 굴론의 덩치가 얼마나 큰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지니는 조금씩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부르달라크를 불태워버린 노란빛 사이를 거침없이 달려오는 걸 보면 굴론에게는 빛이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게 분명했다. 게다가 그에게는 괴물 유령에 맞서 싸울 무기가 하나도 없었다. 아직 팔찌를 사용하는 방법은 모르고, 안드레이가 준 손전등은 프라하에 놔두고 온 터였다.
“어떻게 하지?
지니는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바셋을 쳐다봤다.
‘달아나든지, 아니면 맞서 싸우든지 결정은 네가 스스로 내려야지.’
쿵쿵!
지니가 머뭇거리는 사이 불과 20~30m 앞의 나지막한 비탈 너머에서 유령 괴물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머리만 보였다. 털이 덥수룩하게 덮인 얼굴에서 눈은 보이지 않았다. 시뻘겋고 흉흉한 눈빛만 새어나왔다. 코 주변에는 가시처럼 뾰족한 털이, 입에는 대못처럼 굵고 날카로운 이빨이 붙어 있었다. 입 양쪽에는 코끼리 상아처럼 커다란 이빨 두 개가 달려 있었다.
잠시 후에는 어른 하나가 팔을 벌려도 다 못 잡을 정도로 굵은 목이, 나중에는 코끼리만한 덩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배는 불룩했고 온 몸에는 갈색 털이 덮여 있었다. 발가락 끝에서는 구부러진 창처럼 생긴 은색 발톱이 번쩍였다.
굴론을 처음 본 지니의 얼굴은 납덩이처럼 창백해졌다. 한겨울에 옷을 얇게 입고 밖에 나갔을 때처럼 몸이 으스스 떨리기도 했다.
‘도대체 저게 뭐야? 개 같기도 하고, 곰 같기도 한데 덩치는 코끼리만 하잖아.’
크헝!
굴론은 코를 벌렁거리더니 하얀 김을 뿜어냈다. 흥분한 것인지 머리는 물론 온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앞의 두 발을 높이 들었다가 내려 땅을 내리치기도 했다. 그때마다 지진이 난 것처럼 땅은 심하게 흔들렸다.
푸허헝!
굴론은 소리를 한 번 지르더니 머리를 땅에 낮게 붙이고 지니를 향해 거칠게 달려갔다. 엄청나게 큰 덩치이면서도 속도는 꽤 빨랐다.
“으악!”
지니는 생각지도 못한 굴론의 공격을 피하느라 옆으로 한 바퀴 굴러야 했다. 괴물이 빠르기는 하지만 덩치가 큰 탓에 좌우로 회전하는 속도는 느린 게 천만다행이었다.
‘팔찌의 주문이 생각나지 않으면 굴론에 맞서 싸울 수 없어. 일단 달아나야 해.’
바셋이 다급한 투로 소리를 질렀다.
지니는 굴론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바셋을 힐끔 쳐다봤다.
“나도 그럴 생각이야. 하지만 이 괴물에게서 등을 보였다간 순식간에 배에 구멍이 나고 말 거야. 달아날 틈을 봐야 해.”
지니는 계단과의 거리를 대충 가늠해 보았다.
‘여기서 20m 거리야. 아무리 빨라도 4~5초는 걸려.’
지니는 이번에는 굴론과의 거리를 속으로 재어 보았다.
‘괴물하고는 30m 정도야. 저 녀석 속도를 보면 2~3초 후에 내 등까지 달려올 거야. 등을 보이고 달아나면 피할 방법이 없겠지.’
지니는 굴론을 마주보면서 옆걸음으로 조금씩 달아나기로 했다. 공격을 하면 몸을 굴려 옆으로 피할 작정이었다. 계단 위로는 못 올라올 것이니 거기까지만 가면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크헝!
굴론은 다시 포효하더니 이번에는 느릿느릿하게 지니를 향해 걸어갔다. 첫 공격에서 실패한 이유를 금세 깨달은 모양이었다. 천천히 거리를 좁힌 뒤 달아날 틈이 없어지면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대겠다는 게 굴론의 생각이었다.
지니는 괴물의 속셈을 눈치 챘다. 하지만 달리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 그는 다시 팔찌를 쳐다보면서 쓰다듬어 보았다. 반짝 하면서 빛을 냈을 뿐 팔찌는 아직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용 방법을 모르니 그냥 액세서리에 불과하구나.’
지니는 천천히 옆걸음질하기 시작했다. 굴론은 그보다 조금 빠른 속도로 앞으로 다가왔다. 둘의 거리는 서서히 좁혀졌다. 30m, 20m, 15m, 10m.
크헝!
틈을 노리던 굴론은 괴성을 지르면서 뒷다리에 힘을 주고 지니에게 달려들었다. 기습공격에 당황한 지니는 계단을 향해 뛰어갔다. 하지만 아무리 힘껏 달려도 괴물보다 빠를 수는 없었다.
턱!
억!
굴론의 이빨이 둔탁한 소리를 냈다.
휙!
쿵!
지니는 허공으로 날아오르더니 그대로 땅바닥에 떨어졌다.
“아!”
지니의 입에서 고통과 공포가 뒤섞인 신음이 흘렀다. 소리를 낸다는 것은 아직까지는 크게 다치지 않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라는 이야기였다. 굴론의 이빨은 그의 등이나 옆구리를 꿰뚫지 못하고 몸통을 걸어 공중으로 던진 데 불과했다.
지니는 온몸에 통증을 느끼며 두 손으로 땅을 짚고 힘겹게 일어섰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 제대로 설 수도 없었다. 그는 비틀거리며 한쪽 무릎을 땅에 대었다.
“윽!”
지니의 입에서는 연이어 고통스러운 신음이 흘렀다. 겉으로 드러난 상처는 없어도 공중으로 떠올랐다가 떨어지는 바람에 큰 충격을 받은 게 분명했다.
야옹!
바셋은 연거푸 울음소리만 터뜨렸다. 그는 앞다리를 들어 중간세계의 땅바닥에 댈까 말까 망설였다.
‘나는 중간세계에 발을 디디면 안 되는데.’
푸흐헝!
굴론이 다시 크게 포효했다. 한 번 더 공격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는 앞발 두 개를 들어 땅을 쿵쿵 구른 뒤 지니를 향해 달려들었다. 지니는 한쪽 무릎을 구부리고 있어 이번에는 굴론의 공격을 피하기 어려웠다.
크헝!
코끼리 상아처럼 크고 하얗고 날카로운 굴론의 이빨은 지니의 배를 향하고 있었다.
펑!
지니는 그대로 하늘 높이 솟구쳤다. 통증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아빠가 출근했을 때 집에 혼자 남아 하늘을 나는 상상을 하는 기분이었다. 힘들고 고통스럽기는커녕 오히려 편안하고 아늑했다. 어두운 하늘에 환하게 웃는 엄마의 얼굴이 보였다.
‘엄마!’